‘감동’을 주는 그림쟁이가 되자.
‘감동’을 주는 그림쟁이가 되자.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04.06 08:23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명시민신문 만평 연재. 김재수 화백 인터뷰.

김재수 화백은 청년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림(만화)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재수(29)씨는 만화가이다. 세상을 정직하게 그려보고 싶은 만화가이다. 스스로 그림쟁이라고 부르고 싶고, 불리고 싶다. 그의 명함에는 “‘감동’을 주는 그림쟁이가 되자.”라는 스스로의 사명이 새겨있다. 여기에 최근 정치가 결합했다. 만화와 정치를 함께 풀어보고 싶어졌다.

나무 심는 날, 식목일. 김재수 화백을 인터뷰했다. 철산2동 시민정책연구소 사무실. 그는 스물아홉 살. 이십대 마지막 해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한 ‘길 찾기’로, 다니던 IT관련 직장을 그만뒀다. 투박하고 조용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의 행보는 당돌해 보였다. 삼십을 앞둔 대한민국의 건아가 직장을 그만 둔다는 일은 누가 봐도 무모한 결정일 것이다.

그런데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더 나은 직장을 위한 이직도 아니고, 거창하게 자신의 삶을 챙겨보겠다는 외국으로의 배낭여행도 아니다. 그가 선택한 곳은 이곳 광명이다. 지역이다. 지역에서 그림을 그리고, 정치를 고민해보겠다는 결정이다. 그리고 그의 결정과 함께 그의 모습 속에는 이십대의 후미를 보내는 ‘대한민국 이십대’의 자화상도 스쳤다.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그의 원래 포부는 만화다.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그의 관심은 만화였다. 대학도 만화 관련 애니메이션학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변화의 광풍은 그를 풋내기 만화 쟁이 취급을 했다. 디지털이 순수를 앗아갔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이미 과거가 돼 버렸다.

“중,고등학교 때 만화만 잘해도 성공할 줄 알았는데...세상은 디지털로 바뀌고 심지어 잉크나 펜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밑바탕 그림부터 모든 그림을 컴퓨터로 하는 세상이 됐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야 하지만, 만만치 않다.” 순수 미술을 차치하고서라도 상업미술에 적응하고, 밥벌이를 해야 하는 현실. 그런데 그 마저도 녹록치가 않다. 자신의 전공인 만화애니메이션 학과가 없어지는 추세이다. 애니메이션 산업이 여전히 하청에 머물러 있다. 아주 잘 그리던지, 아니면 '3D'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인가. 사실상 만화로 먹고 사는 시장이 사라지거나 축소되는 현실인 것이다.

꿈을 가졌고, 키웠으며, 대학에서 전공을 했으나, 사회에 나와 보니 설자리가 없는 전형적인 우리 20대 자화상의 모습이다. 그래도 한때 객기를 부렸다. 군대를 제대하고 공모전을 통해 멋지게 데뷔를 하고자 했다. 나름대로 정식 코스를 밟고자 한 것이다. 자유기업원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한미FTA를 주제로 한 공모전이지만, 자신은 내용을 비틀었다. 주최 측의 성격과 행사 취지를 고려한다면, 한미FTA 찬성과 지지의 내용을 담아야 눈에 들 것이지만, 자신은 ‘밑 빠진 독에 물 붙기’라는 ‘비판적’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의 장려상은 정말 장려의 실력뿐이었을까? 그는 또 김해시에서 주최한 공모전 행사에서는 대상을 탔다. ‘소 팔아 도시로 나온다.’고 했나. 상금으로 탄 5백만을 갖고 15년 이상을 거주하던 마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상경했다. 결행이다. 사회에 의존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도전할 수밖에 없다.

그는 서울로 올라왔다가, 잠시 들러 광명시에 둥지를 틀었다. 먹고살기 위해 IT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너무 힘들고 여가도 없다. 꽉 갇혀있어 스스로 정체돼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로 도전하고 있다. 그는 현재 진보신당 당원이다. 만화가로 관련 직종에서 길 찾기를 하고자 했지만, 그의 눈에는 용산참사 사건이 처연하게 비쳤다. 그가 사회와 정치에 다시 한 번 눈을 뜨게 된 계기였다. 용산참사 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이 너무 무관심하다.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는 각성을 했다. 그런 자신도 사실은 광우병 촛불정국에서는 스스로는 무감했다고 실토한다.

그리고 말한다. ‘부뚜막에 늦게 올라왔다. 늦바람이 무서운 것 같다.’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가기로 다짐했다. ‘토끼 한 마리 잡기도 버거운 현실이지만, 필요하면 토끼 열 마리도 잡으러 나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먹고 살기 위해 그리고 길 찾기를 위해 그는 생업으로서 그림쟁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고,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에서 길 찾기를 해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은? 진보신당에서 배워가는 정치와 현실을 통해 스스로 변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 세상을 좀 더 폭 넓게 사고하기 위해 고전 등 인문학 공부에도 열중하고 있다. 자신이 중고등학교 시절 만화에 관심을 둘 때는 다독 보다는 반복해서 깊게 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넓게 보려한다. “인생 한 번 사는 것인데 꿈과 목표를 버리고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살기 보다는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고, 그것이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만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욕이던 비판이던 칭찬이던 그것은 관심의 표현이다. 현재로서는 그림과 정치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김재수 화백은 청년 그림쟁이이다. 청년정신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는 <광명시민신문>에 만평을 연재하고 있다. 만평은 집약된 한 컷의 표현이다. 그 안에 세상과 사회를 녹여 투사해야 한다. 그래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는 무관심이 적이란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 봐주고, 또 참여해달라고 주문한다. 그가 세상과 사람의 문제에 어떻게 관심을 갖고 있는지, 어떤 감동을 주고 싶은지 봐달라고 주문한다. 감동은 세상의 시작이자, 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철산동 2011-04-12 16:50:11
재미있는 만평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만평 부탁드립니다.
인상이 아주 후덕하시네요.ㅎㅎ

한민정 2011-04-11 12:22:27
인상이 좋습니다. 좋은 만평 계속 부탁드립니다.^^

지나가는시민 2011-04-07 18:49:37
만평잘보고 있습니다.
좋은만화가가 되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