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0원짜리 식사 그래도 행복한 철산2동 경로당
하루 300원짜리 식사 그래도 행복한 철산2동 경로당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05.25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산2동 박덕재 어르신의 경로당 행복론

철산2동 경로당 박덕재 어르신. 경로당이 어르신들의 행복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어르신 지킴이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

박덕재(71) 어르신의 주 활동 무대는 철산2동이다. 철산2동에 있는 철산복지관과 철산2동 경로당을 오가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왕성한 활동력만큼이나 갖고 있는 타이틀도 많다. 철산복지관에서는 철산시니어대학 초대 총학생회장으로서 수시로 복지관을 찾아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철산2동 경로당에서는 회장으로서 경로당 가족들을 돌보기 위한 살림에 바쁘다. 매일 오전 7시면 경로당에 들른다. 경로당 회원들과 경로당과 인접한 어린이공원을 청소한다. 7시30분 인근 동초등학교로 가서 학생들의 등교 안전지도 봉사활동을 한다.

철산복지관 어르신일자리사업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숲 해설가’ 팀장을 맡아 일주일에 5일, 매일 2시간씩 근무를 한다. 숲 해설 장소는 현충근린공원이고 대상은 관내 어린이집 원아들이다. 지역의 손주들을 만나는 기쁨은 쏠쏠하다. “아이들을 상대하면 마음도 젊어지고 긍지도 갖게 된다. 나이 먹으면 자신감도 없어지고 그러는데 이 시간은 행복해진다. 숲 해설가 선생님이라는 소리도 듣고...” 박덕재 어르신은 어르신일자리 사업 참여 외에도 시니어 대학에 등록해 3년 동안 ‘풍수지리’를 공부했다. 시니어대학 1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시작 당시 120명 정도였는데 끝날 때는 300명 규모였다. 현재는 500명 수준이다. 시니어대학은 철산복지관의 간판 사업이다.

박덕재 어르신은 지난 해 철산2동 경로당 회장을 맡았다. 지금은 경로당을 돌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평소 이곳저곳 누비고 다니는 성격 탓에 회장을 맡아 달라고 적극적인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50명 정도의 회원들이 무기명 투표로 자신을 선출한 것이라며, 선출직으로서 긍지를 갖고 있다. 회장 취임 후 경로당 안팎을 깨끗하게 정돈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소파도 새로 후원을 받아 들였다. 매일 어르신들의 간식을 챙기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닌다. 이런 중에 새삼 감사와 기쁨을 실감하고 있다. 좋은 일은 저절로 채워지는 것일까. 자신의 형제들이 경로당 간식을 제공하고, 박스를 줍는 이가 매달 15일이면 우유 50개씩을 경로당에 후원한다. 주변 수퍼에서도 후원한다. 어려운 이들의 심정은 어려운 이들이 아는 것일까. “자원봉사가 늘어난다는 말, 기쁨이 늘어난다는 말, 실감하겠다.”

박덕재 어르신은 경로당 회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경로당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말은 의미심장했다. 일평생 자식들을 위해 살아왔지만 집에서 자식들과 관계는 그에 맞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로당에 나와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경로당에 나오는 회원 중에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대여섯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방 한 칸 얻어 사는 독거노인들이라는 것이다. 경로당에 오는 어르신들이 어쩌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이라고 말한다. 자식들은 있지만 실제로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라는 것. 경로당에 와서 뻥튀기라도 나눠 먹는 재미가 그래서 소중하다고. 복지관 경로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야 매일 2,500원짜리 갖춰진 식단을 이용할 수 있지만, 경로당 어르신들은 대상자가 안 돼 경로당 자체에서 매월 15,000원씩 부식비를 내고 마련한 식단을 이용한다. 하루 300원꼴이며, 1식 2찬 내지 3찬이다. 이런 현실에서 경로당 회원들이 인접한 어린이공원을 매일 아침 청소를 하며 지원받는 월25만원은 없는 살림에 자체 ‘풍족함’을 누리는 ‘여유 돈’이다. 가끔 닭도리탕도 해먹는다고.

박덕재 어르신은 지역경로당이 어르신들의 행복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고 있다. 나이 들어 노인 요양원에 가기 보다는 경로당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평소 알고 지내는 이들과 함께 지내는 경로당이 마음 편안한 곳이고 행복한 곳이라는 생각이다. 그의 ‘경로당 행복론’이다.

박덕재 어르신은 광명시 인근 가리봉이 고향이다. 85년도부터 광명시에 거주했다. 철산2동에는 10년째 거주하고 있다.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다. 노인들이 따로 사는 것이 우리사회 풍조처럼 돼 있지만 부모 입장에서야 아들과 함께 사는 그 맛이 최고라고 말한다. 돈 100억원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라며, 그 기쁨을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