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대학생들이 사라지고 있다.
주변에 대학생들이 사라지고 있다.
  • 한은석
  • 승인 2011.06.14 23: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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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은석 (동국대학교 총학생회 집행부)
“나라고 병사 생활 안해봤고 쫄따구 생활 안해봤겠냐? 나는 너희들도 더 힘들게 했었고 그래서 다 안다. 사고가 나면 보통 당사자들에게 원인이 있다는 거, 너희들 잘못은 있어봐야 크지 않다는 거, 한 90%에서 95%는 당사자들에게서 원인이 있고 너희들에게는 한 5%나 10% 밖에 없지. 그러나 여기에 너희들의 책임이 있다. 어쨌건 너희들이 5%, 10%가 없었다면 일은 터지지 않았겠지. 너희들이 할 수 있었고 책임져야 했던 5%, 10% 때문에 그 작은 차이 때문에 사고가 터진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너희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군 시절 내가 있던 부대도 여느 야전부대처럼 구타 같은 사고들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부대에는 난리가 났었다. 가장 많이 있었던 것은 대대장이나 주임원사와 같은 주요 간부들이 병사들을 일과 후 쉬는 시간에 불러 모아 놓고 정신교육을 하는 것이었다.

얼마 안 되는 여가 시간을 빼앗긴 병사들의 불만은 항상 그럴 때마다 높아져 갔었다. 아니 왜 사고를 일으킨 소수의 몇 명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져야 하는 거지? 그 불만들 속에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책임에 대한 주임원사의 훈계였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우는 것은 다르다. 해야 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난 일을 따지는 것이 30년 군 생활 동안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일을 한 주임원사가 체득한 지혜였다.

25살의 복학생인 내 주변에서는 하나둘씩 대학생들이 사라지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들, 군 시절 동기들을 비롯해서 내 주변에는 점점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으로 학교생활을 정리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는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하고 있다고 했고, 군 시절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던 동기는 군에 있는 동안 오른 등록금을 더 이상 부담할 수 없어서 학교를 정리한다고 한다.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던 파릇파릇한 젊음과 명민한 지성과 뜨거운 열정을 가진 이들의 꿈을 접게 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언론에서 보여 지는 사례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라 평범한 20대의 일상 그 자체다.

어떤 사람들은 나와 나의 친구들에게 열정과 능력의 부족함을 탓하며 더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질책한다.

그러나 그게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도인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기 위해서 4, 5의 과외를 하고 하루 4~5시간을 자면서 공부하는 대학생에게, 오직 장학금을 위해서 자신의 적성과 학문적 관심을 포기해서 공부하는 대학생에게, 대학에 다니는 자녀들을 위해서 주 80시간 가까이 일하는 부모에게 더 열심히 더 아껴서 살라고 다그치는 것이 과연 사태를 해결하는 올바른 태도인가?

시대착오적인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고 대기업들의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부패한 은행가와 기업가들을 보호해 줄 돈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정부와 권력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등록금이 전혀 부담되지 않는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에 눈이 멀어서 반값등록금을 반대하는 것이, 자신들의 편협한 사고와 권위를 지키는 작은 안위를 위해서 대학생들의 한숨소리를 뒤로 하는 것이 과연 시민의 책임을 다하는 올바른 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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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2011-06-16 12:08:50
1. 공부하려고
2. 남들이 모두 가니까
3. 놀러
4. 등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