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떠난 자에 대한 변론
지역을 떠난 자에 대한 변론
  • 강찬호
  • 승인 2011.08.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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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하안문화의집 관장 공채, 그 이전을 돌아보며.

'뒤늦게' '잡설' 같은 글을 써봅니다. 기자라는 직함을 갖고 지역에서 활동하니 기자 본분에 충실해야 하고, 그에 맞게 기사를 써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시의성’입니다. 적절한 때 기사를 써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지를 못해 잡설이라고 단서를 달아 봅니다. 그리고 개인의 사견을 적어 봅니다.

제목은 ‘지역을 떠난 자에 대한 변론’이라고 붙여봅니다. ‘변론’이라고 했지만 그에 합당한 논리를 갖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생각을 적고자 합니다. 지역 활동가들이 활동을 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직업의 이전, 활동 공간의 이동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가는 경우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자의 반, 타의 반’의 경우입니다.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도 여러 원인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하안문화의집은 관장을 공채로 뽑았습니다. 하안문화의집은 광명문화원이 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곳입니다. 하안문화의집은 광명문화원사에 입주해 있습니다. 문화원사 공간의 일부를 하안문화의집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안문화의집 공채로, 이전에 하안문화의집에서 일했던 전 관장은 그만 두었습니다. 그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지역 문화 관련 활동을 해온 지역문화활동가입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입니다. 관련 분야 전공자로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 했습니다. 그는 광명지역을 알고, 지역에서 지역문화를 일구는 일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떤 이유에서, 관장직을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공채가 실시됐고, 새로운 관장이 왔습니다. 하안문화의집은 광명문화원이 시로부터 수탁을 받아 운영하는 공간이므로, 직원이 바뀌는 일은 문화원 내부의 일입니다. 내부의 사정과 논리가 있을 것입니다.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화원과 문화의집은 지역문화시설로 공공기관입니다. 기관 내부의 일이지만, 또한 동시에 지역성과 공공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이지만 동시에 외부입니다.

하안문화의집 전임 관장이 활동을 접은 배경에는 그동안 여러 이유가 거론돼 왔습니다. 기자는 하안문화의집을 이용하는 한 이용자로부터 하안문화의집 문제에 대해서 납득할 수 없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 참 전의 일입니다. 당시 문화원은 하안문화의집을 더 이상 위탁받지 않겠다는 문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문화원장이 바뀌면서 새롭게 체제를 꾸리고 내부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중 문화원사 2층에 들어선 하안문화의집의 입주로 문화원사 활용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하안문화의집을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는 등 다른 대안이 필요하고, 문화원사는 문화원사 대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하안문화의집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고, 옮길 곳이 없다면 더 이상 하안문화의집을 위탁받아 운영하기 어려우므로 포기하자는 그런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하안문화의집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문화원과 하안문화의집은 설립근거나 운영 목적이 조금 다릅니다. 각 자 고유 목적이 있는 문화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유사한 기능을 갖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일면 그런 측면도 있지만, 엄밀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문화원이 위탁을 포기하면 하안문화의집은 달리 운영방안을 찾아야 하고, 그것은 시의 몫이 됩니다. 하안문화의집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고용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 년 예산이 편성돼 운영되는 중인데, 다른 공간을 찾지 못하면 이도 문제입니다. 하안문화의집에서 활동하는 동아리들이나 이용객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문제들 속에 문화원은 하안문화의집을 재위탁 받기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하안문화의집 위탁 운영, 존폐의 문제로 시 담당부서도 부산하게 움직이고, 내부 의사결정을 갖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리고 문화원은 문화원 내부 사업과 조직을 정비하며 새롭게 운영체제를 짜는 과정을 겪습니다. 문화원사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높이는 등의 방안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또한 그 동안 문화원 원장 선출과 이사진 구성 등에서 내홍을 겪었던 갈등의 시기를 뒤로하고 내부 정비에 박차를 가하며 운영조직의 안정에도 만전을 기하는 흐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양새로 문화원이 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다만 아쉬운 것은 하안문화의집 관장을 맡아 활동해 온 한 지역문화 활동가의 ‘이탈’입니다. 자발적 의사인지, 비자발적 의사인지까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간의 경과를 봤을 때 ‘자의 반, 타의 반’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역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일꾼(활동가)들이 더 오래 머물면서 지역의 무대를 튼튼히 해가는 것이 온당하고, 또 설령 알지 못하는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보완해가며 사람을 놓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지역문화 활동가를 두고 특정 오해와 정치적 혐의를 씌우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사실이던 아니던 그런 소문과 이야기들이 한 때 회자되는 것은 아쉬움이고 유감입니다.

지역문화는 지역문화의 눈과 논리로 판단돼야 합니다. 정치와 행정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합니다. 정치가 문화를 자처하고, 행정이 문화를 자처하면 그것은 월권입니다. 지역에서 특정 영역의 전문성은 필요 없어집니다. 그래서 정치와 행정은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통해야 합니다. 그래서 문화논리와 정치논리는 구분돼야 합니다. 그동안 문화원장 선출을 놓고 문화원이 겪었던 갈등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문화와 정치가 구분돼야 한다고 요구했던 이유입니다.

기자는 하안문화의집을 여러 차례 취재한 경험이 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들이 기획되고 추진돼 왔습니다. 문화의집은 그런 곳입니다. 일상의 문화를 새롭게 경험하고, 새로운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늘 머리수로만 판단하려고 하면 진짜는 잘 안 보이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어떤 상상과 시도가 이뤄지고, 또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역문화 텃밭을 일구다 돌연 자취를 감춘 한 활동가의 부재는 아쉬움입니다. 우리 삶에는 떠남도 있고, 부재는 또다시 채워집니다. 새로운 채움은 또 새로운 색깔을 낼 것입니다. 그래야 하겠지요. 지역문화를 일구는 활동가들을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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