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풀어내고 만들어 낸 감동의 도가니
함께 풀어내고 만들어 낸 감동의 도가니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08.30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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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산아름드리학교 졸업식 현장을 찾아서.

구름산아름드리학교 어르신들이 일년 과정을 마치고 29일 졸업했다. 배움의 힘은 강했다.

‘꿈은 누구나 평등하게 꾸는 거야.’ 구름산초등학교 양영희 교사는 구름산아름드리학교 제1회 졸업식 사회를 보면서 졸업생 중 한 명의 졸업문집 내용을 인용했다. 이 글의 주인공은 배덕자 어르신. 아름드리학교 학생이다.

배덕자 어르신은 지난 1년 동안 아름드리학교 교육과정에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다. 심지어 1박2일 수학여행, 하루 졸업여행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매번 미안해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외부 일정에 참여하기 힘든 장애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미안해하며 참여했다.

생각해보자. 장애가 문제인가. 아니다. 조금 불편한 일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장애가 불평등의 요건이 아니다.

아름드리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이 학교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제 때 배우지 못한 것이 장애인가. 사실 아니다. 마땅히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의무교육을 이들은 받지 못했다. 대신 자식들 뒷바라지에 쏟았다. 그리고 자식들 키우고, 형편이 나아졌을 때 이미 초로(初老)의 나이를 지났다.

이들이 제 때 배우지 못한 것이 누구 탓인가. 적어도 탓이라면 국민의 의무교육을 책임져야 하고, 국민의 평생 배움의 권리를 책임져야 할 국가의 책임이다. 이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책임을 묻지 않고 뒤로 조용하게 물러나 앉아 가족을 돌봤다. 이들이 부끄럽거나 당당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온갖 불편을 감수했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로 배우고자 했다. 길이 열렸다. 광명시노인복지관이 그 길을 열었고, 또 인근 구름산초등학교가 그 길에 동참했다.

학교는 어르신들에게 상징이다. 배움의 문턱이다. 복지관의 교실과 학교의 교실은 다르다. 학교 교실은 배움의 한을 풀어 낸 곳이다. 복지관과 학교가 어르신들의 처지를 헤아렸다. 그리고 함께 협력했다.

왜 어려움이 없었을까. 그럼에도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장을 연다는 큰 뜻이 그 소소한 어려움을 견디게 했다. 그리고 눈부신 성과를 냈다. 짧다면 짧은 일 년이고, 길 다면 긴 일 년이다.

지난해 9월2일 아름드리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특별한 학교이고, 특별한 인연인 만큼 양기대 광명시장, 고종성 광명교육장, 장재성 구름산초 교장, 서은경 노인복지관장 등 많은 이들이 이들의 입학을 축하했다. 눈물이 흘렀다. 감동의 눈물, 회환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일 년. 그 사이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은 복지관 한글교실과 아름드리학교를 오가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갔다. 구름산초 4명의 자원교사들도 방과 후 시간을 쪼개 아름드리학교 수업을 채워갔다. 매 번 수업과 행사에는 이들의 손 땀이 배어났다.

어르신들과 손주를 맺은 구름산초 학생들. 졸업장을 수여하는 짝궁 어르신들께 장미꽃을 선물했다.

2011년 8월 29일(월) 오후 3시 구름산초등학교 햇살마루에서 진행된 아름드리학교 졸업식도 그랬다. 곳곳에서 노인복지관과 학교에서 준비한 ‘한땀 한땀’ 정성이 드러났다. 감동이었다. 어르신들의 수업 내용이 ‘졸업문집’으로 엮어 나왔다. 어르신들의 졸업 작품, 어르신들과 손주를 맺은 구름산초 학생들의 작품이 졸업장 입구를 장식했다.

졸업을 앞둔 어르신들은 학사모를 어색한 듯 썼다. 가족들과 지인들의 축하와 구름산초 손주들의 축하 장미꽃이 어르신들 손에 쥐어 졌다.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졸업식 동영상이 상영됐다. 한 마디, 한 마디가 한 편의 시였다. 인생이었다.

직업은 아파트 청소. 그리고 그 나머지 시간은 복지관 한글교실과 아름드리학교 학생. 이 어르신은 아름드리학교 반장을 맡아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했다. 동영상은 어르신의 ‘하루’를 쫓았다.

어디 이 어르신뿐일까. 아름드리학교 어르신 누구나 배움의 때를 놓친 한과 사연이 절절하다. 그리고 이들은 해냈다. 아름드리학교를 지켜냈다. 수줍은 듯 입학했고, 당당하게 졸업했다. 이제 길거리 간판을 읽을 수 있고, 은행 업무를 혼자서 볼 수 있게 됐다.

한글을 깨친 것은 그것에 머무르지 않고,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이날 졸업식이 ‘아쉽고 고맙고 감사했다.’ 누군가에게 한이 됐고, 또 누군가에게는 꿈도 꿔보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팔십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영광인 때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자원교사로 활동한 구름산초 석동숙 교사는 졸업식 소감에 대해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말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기타를 들고 동료교사들과 무대에 올라 졸업을 축하했다.

노인복지관 합창단 어르신들의 축하공연.
감동은 감동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입학식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졸업식을 축하하러 지역사회 내빈들이 함께 했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졸업식이라며 학교와복지관이 연계하는 문해교육의 확대를 위해 제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렵고 힘든 이들과 함께 하는 시정을 하겠다고도 말했다.

광명시노인복지관 고완철 운영위원장은 ‘뒤를 잊어버리고 계속 배우는 이들이 가장 매력적인 사람들이다.’라며, 졸업생들과 이날 졸업식을 준비한 이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장재성 구름산초 교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어르신들의 배우고자 하는 학구열에 감동과 존경을 보낸다.’며 ‘졸업 후에도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달라’고 당부했다.

서은경 노인복지관 관장도 ‘지난 일 년이 너무 행복했다’며, 서 관장 자신도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감동을 전했다. 그리고 존경과 사랑 그리고 감사를 전했다.

어르신들과 손주맺기 프로그램을 통해 각별한 인연을 맺은 구름산초 학생들은 졸업증서를 받은 어르신들에게 손수 장미꽃 한 송이를 전달했다. 또 나름대로 준비한 재롱잔치를 선 보였다.

구름산초 교사들도 기타연주와 트로트 한 곡을 뽑으며, 기꺼이 망가(?)졌다. 노인복지관 동료들로 구성된 ‘도레미합창단’ 어르신들도 이들의 졸업을 축하해 노래공연을 선보였다.

졸업식 프로그램은 다채롭고 감동적이었다. 모든 식을 마치고 가족들과 동료들과 그리고 아름드리학교를 같이 해온 모두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그렇게 지난 1년 아름드리학교 졸업식은 마무리됐다.

아름드리학교는 감동이다. 그리고 감동은 감동에 그치지 않고 현실 평생교육, 그 안에 문해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 복지관에서 한글교실을 열고, 그 한글교실은 인근 제도권 학교로 이어졌다.

복지관 직원들과 학교 교사들이 협력했다. 날실과 씨실을 꿰어 냈다. 곳곳에서 아름드리학교의 지난 일 년을 지탱했던 지지망과 노력의 손길이 있었다. 그리고 지역의 지원과 관심, 애정이 함께 했다.

아름드리학교는 이제 일년차다. 졸업생들은 후속 모임으로 동문회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그리고 후배들을 격려할 것이다. 아름드리학교 학교 역사는 이제 첫 페이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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