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고 짜증나는 행사는 가라.
피곤하고 짜증나는 행사는 가라.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09.27 10:4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혁신학교 충현초, 개교기념 행사 및 학교 축제 준비 중...비전 찾고 만드는 과정으로 삼아.

충현초 학생들의 꿈이 담긴 꿈나무가 본관 1층 로비에 자리잡고 서있다.  

소하권 소하택지지구에서 구름산초등학교가 지난해 혁신학교로 지정돼 주목을 끌고 있다면, 소하 역세권지구에서는 충현초가 올해 하반기 혁신학교로 지정돼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충현초는 올해 3월 개교했다. 개교와 동시에 예비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5월6일 개교기념일을 맞아 5월3일 개교행사를 준비했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해 연기됐다. 한 학기 동안 예비혁신학교 과정을 거쳐 2학기부터 혁신학교로 정식 지정됐다. 상반기 진행하지 못했던 개교 기념행사와 학교 축제를 오는 10월15일(토) 진행할 계획이다.

#. 충현초는 개교 기념행사 및 학교축제 준비 중 = 충현초는 학교가 공부 외에도 즐거움을 주는 곳이고, 함께 교류하고 나누는 어울림을 통해 ‘공동체성’을 확인해가는 과정으로 삼는다는 목표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 윤곽도 나왔다. 교사들과 아이들 입장에서 피곤하고, 짜증이 나는 축제가 아니라, 모두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이를 위해 내부 구성원들의 사전 합의가 중요했다. 솔직해지자고 했다. 전형성이나 관례, 관행의 탈피다. 관행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런 결단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감내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이뤄진다.

그리고 행사 줄기를 구성했다. 개교행사, 부스 체험 등 놀이마당, 풍물패를 중심으로 한 대동놀이마당. 구성원들이 교육적 맥락에서 참여할 수 있는 ‘무엇’을 찾아보자고 했다. 그것이 비전일 수 있고, 비전에 따른 프로그램일 수 있다.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담을 수 있다면, 프로그램이 뭐가 되었던 그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학교가 세계와 만나고, 지역과 만나고,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갖고 스스로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은 바람이 바탕에 깔려 있다. 많은 것을 보여주기 보다는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이 공통의 ‘비전’을 찾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신설 학교로서 지나 온 시간들도 그랬다. 혁신학교로서 무엇을 담아야 하고, 어떤 비전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인지에 집중했지만, 여전히 답은 진행 중이다. 혁신학교로서 보여 지는 ‘프로그램’으로서 ‘무엇’을 찾기 보다는, 혁신학교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 찾기’에 주력했던 시간이다. 초점은 있다. 교사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교사들의 자발성이 생기고, 아이들에게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 간에 동료성, 관계의 문제에 집중했다. 학교 개교 준비를 하면서 9명의 교사들이 함께 혁신학교 준비를 해왔다. 개교와 동시에 준비를 해왔던 교사들과 새롭게 발령이 나서 합쳐진 교사들 간에 공동의 비전을 찾아가고, 동료로서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 비중을 두었다.

장애 체험을 통해 장애가 차별이 아닌 차이의 문제라고 인식해 본다.

#. 충현초 만의 입학식 = 비전과 정체성을 찾는 중이라면, 그러한 징후들은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 충현초는 3월 입학식에서 교장의 상투적인 인사말을 뺐다. 대신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입학생들은 꿈을 적었다. 본관 건물 로비 꿈나무에 걸어 두었다. 마술쇼를 통해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고 입학생들에게 말을 건넸다. 입학식, 즉 배움에 첫 발을 내딛는 ‘배움드리’ 행사의 단면이었다.

#. 충현초 학부모 자치회 = 학부모자치회 구성도 한창이다. 처음에는 룰이 없어 요동쳤다. 관행을 벗어나 학부모들의 자발성에 기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도 참여의 숫자는 많았다. 가을 축제에서도 150여명의 학부모가 참여해 행사를 도울 계획이다. 자치회인 만큼 모든 게 열려 있어 시행착오도 겪었다. 하반기 구성은 과정이 좀 달라졌다. 학급당 대의원을 두기로 했고, 자치회 운영규정도 마련 중에 있다. 전적으로 학부모회의 몫이다.

#. 충현초 첫 수학여행 = 충현초 123명의 6학년 학생들은 지난 9월 수학여행을 갔다 왔다. 2박3일 일정의 수학여행은 남달랐다. 교육여행에 초점을 두었다. 백지에서 시작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여행지와 하고 싶은 것을 백지상태에서 1차 의견으로 수렴했다. 제주도, 경주, 영월, 부산이 주된 의견으로 나왔다. 여행지에 교육적 살을 덧붙여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최종 의견을 취합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1차 의견 1위 후보지였던 제주도가 최종 의견 수렴에서 후순위인 부산으로 바뀌었다.

양경장 6학년 팀장 교사는 고정적인 수학여행의 틀을 벗어나 교육여행의 모습을 찾고자,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고 말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자로서 준비의 시간을 가졌다. 공정여행, 여행의 의미, 여행자로서의 자세를 미리 가다듬었다. 여행지에 대한 사전 탐구도 진행했다. 그리고 실행. 각 반별로 4개조가 편성돼 부산 곳곳을 누볐다. 문화, 역사 등 여행의 각 종 테마에 맞춰 조별로 활동했다. 조별 자율권도 최대한 부여했다. 사전에 현지 가이드를 섭외해 조별로 연결됐다. 현지에 최대한 밀착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한 교육적 장치였다. 수학여행의 전 과정은 ‘교육여행’으로서 대성공이었다. 학생들은 기행문으로, 영상으로 여행을 기록했다.

수학여행을 총괄한 양경자 6학년 팀장 교사는 “수학여행의 고정적 틀인 ‘경주의 틀’을 바꿔보고 싶었다. 지루하고 따분한 수학여행의 틀, 느낌을 바꿔 ‘교육여행은 이런 것이다’라는 여행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갖도록 하고 싶었다. 여행을 통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 충현초와 충현고의 만남.=충현초는 충현고와 이웃하고 있다. 충현고는 고교비평준화로 인한 학교 서열화로 인해 뭇매를 맞아왔다. 지금은 자율형공립고로 지정돼 특화되고 있다. 학교 안에서 재능이 싹트고 있다. 충현초는 충현고와 교류에 나섰다. 충현고 뮤지컬, 밴드, 축구, 과학체험 동아리 활동 학생들의 재능을 초등학생들과 교류하는 방식이다. 특별활동, 재량활동 일환이다. 충현고 학생들은 재능을 봉사활동 차원에서 제공하고, 초등학교 동생들의 ‘멘토’가 되었다. 이를 위해 두 학교 교사들은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학교 간 울타리를 없애고, 동네에 형과 누나 그리고 동생이라는 ‘우리’를 형성해 주자는 했다. 학생들이 만나고, 학교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교류가 이뤄졌다. 올해 시범적으로 월별로 학년단위 교류를 해보고, 내년에도 좀 더 밀도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변화도 일고 있다. 방과 후에 초등학교 교정에서 담배를 피우던 고등학생들이 없어졌다. 충현초 학생들이 충현고 운동장에서 토요일 오전 조기축구회를 하고 있다. 울타리 경계가 없어지거나 약해지면서 나타나는 변화들이다.

#. 충현초의 혁신학교 비전은? = 혁신학교로서 충현초 만의 비전을 만들기 위한 ‘산통’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산통은 괴롭다. 출산까지는 계속 고통이 잠복돼 있다. 서로 다른 지점을 확인하면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현 주소를 확인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혁신교육, 혁신학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통은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가는 과정이다. 그것이 산통이다. 교사들이 스스로 변하기 시작하고, 교사들의 자발성이 늘어나고 있다. 파트장이 되어보고, 또 역할을 달리하면서 학교의 주인으로 서가는 과정을 몸소 겪어 보고 있다.

이현호 교무팀장 교사는 “혁신학교로서 마이너스(-) 혁신을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행사나 연구를 가능하면 지양한다.”고 말했다. 행사나 연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식을 지양하고 교육과정에 충실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ummer 2011-10-27 18:38:44
Times are changing for the better if I can get this ol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