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나왔으니 집에는 내년에나 갔으면’
‘이왕 나왔으니 집에는 내년에나 갔으면’
  • 양영희(구름산초교사)
  • 승인 2011.11.03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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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9일 아름드리학교 체험학습(63빌딩과 한강유람선)

''선생님들과 학생님들하고 평생 처음으로 63빌딩 구경하였다.
선생님 친절하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는 오늘 최고다.
매우 좋았습니다.
아주 좋았습니다.
좋았다.
참 좋다.
오늘 선생님과 행복했다.
오늘은 매우 만족했습니다.
복지관 선생님들 너무 잘해 주셔서 오직 감사할 뿐입니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입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해서 더 좋았습니다.''


아이들 계절학교 프로그램으로 하안소나무 극장에서 뮤지컬을 감상하고 서둘러 다음 학생들을 만나러 간다. 오늘은 교실이 아니라 관광버스를 타고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다. 가을이니 문화체험을 가자로 했고 오늘 가는 곳은 63빌딩과 한강유람선 체험이다. 21분의 어르신 중 20명이 차에 타고 기다리고 계셨다. 곱게 단장하고 환한 얼굴로 맞이해 주시니 헐레벌떡 달려온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늘은 복지관에서 한글수업을 담당하고 계시는 선생님도 함께 오셨다. 교직에 계시다 퇴임 후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현직, 전직 교사가 모여 아름드리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처럼 들뜬 어르신들!
수족관의 신기한 물고기들을 보시고 감탄을 금치 못하신다. 수중발레와 물개쇼를 구경하고 60층 전망대에 올라 한강을 따라 펼쳐진 서울을 보고 인물화 전시도 보았다. 밀랍인형을 보고 꼭 진짜 같다며 즐거워하신다.
‘죽기 전에 마지막인데 잘 봐야지’ 하며 불편한 걸음에도 정성을 들이시는 어르신들,
‘구름산초등학교에 온 게 행운이다. 내 평생 잊지 않겠다’ 하신다.
딸 같은 교사들 손을 꼭 잡고 사진 찍자고 하시고, 즉석 사진을 몇 번씩이나 보시며 좋아하신다.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고 유람선을 타기위해 한강 선착장으로 가니 해가 기울어진다. 아이처럼 줄을 서서 유람선을 타고 마술쇼도 보았다. 서울의 야경을 보며 유람선코스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8시가 다 돼 간다. 버스타고 오며 가며, 밤, 옥수수, 음료수, 커피 끝없이 준비해 오신 음식을 서로 나눠주며 정을 쌓아가는 어르신들보며 우리네 문화가 원래는 저렇게 품어주고 나눠주는 거였는데 하는 생각해본다.

‘이왕 나왔으니 집에는 내년에나 갔으면 좋겠다’
아름드리 2기에서 가장 활발한 어르신들 입담에 모두들 한바탕웃음을 지었다.
밤은 늦었고 우린 늦은 밤만큼 깊은 추억하나 더 만들었다.
그 추억 오늘밤 어르신들 꿈에서 서울의 야경보다 밝게 빛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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