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본질에서 이기고 있다.
우리는 본질에서 이기고 있다.
  • 이원영(수원대교수)
  • 승인 2011.11.08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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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세월(5)
후쿠시마 핵재앙이 터진지 이제 8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엊그제 생화학/미생물학을 전공하시는 어떤 교수님과 산보를 하면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방사능도 무섭지만 더 무서운건 그로 인한 미생물의 변종으로 인해
전염병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 쪽 학계의 우려라는 것이었습니다.
듣고 나서 생각해보니 대기중에 있는 미생물들이 변종하여, 호흡하는 누구나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모든 일에는 자연이 내려준 이치가 있고
인간이 그안에서 해나가는 적용의 세계가 있는 법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벗어나는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흔히 고도의 정밀화학이라 할지라도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응용과 활용입니다. 위험한 청산가리도 사람이 조작한 것이지만 엄연히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들이 조합된 화합물입니다.
이들을 다루는 일은 어디까지나 자연계의 영역이라고 할 만합니다.

하지만 방사능 물질가운데에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원소도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만든 것으로서 플루토늄이 바로 그런 종류입니다. 이 원소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미생물변종에 대한 학계의 우려가 강건너 일이 아닌 것이지요.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을 자본과 권력의 손으로
태연자약하게 벌이고 있는 것이 핵발전의 세계입니다.

지난 반년간 관찰한 바, 저의 느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원자핵공학의 요체는 단연 "세뇌공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원자력은 안전하다" "원자력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자기암시와 세뇌의 테크닉이 고도로 발달한 공학이라는 것입니다.
관계되는 이들의 인식의 영역까지 서슴없이 개입해서 가치체계를 송두리째 바꾸어버리고 있습니다.

원래 과학의 영역이 있고 인식의 영역이 있는 법인데
이 둘이 이상하게 섞여있는 모양입니다. 죽도 밥도 아니지요.

그런데 현실세계는 그 세뇌의 결과물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본과 권력으로 덕지덕지 빨대를 만들어서 세상을 파먹고 있는
이상한 좀비를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이 좀비들이 세력을 만들어 세상을 완고하게 옭아메고 있지요.

이번에 독일의 탈핵이 없었더라면 우리도 그거 벗어나느라 온갖 고생을 했을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 첩첩산중입니다.
독일은 수십년의 노력을 통해 국민들 스스로 인식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걸음마 단계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령 4대강 싸움은 공성전입니다.
저쪽은 성을 지키고 있고, 이쪽은 포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보급로가 차단되었으므로 이쪽이 이길 수밖에 없는 공성전이죠.
성안의 식량이 떨어지고 임기가 다하는 즉시 궤멸시키는 싸움입니다.

그에 비하면 탈핵싸움은 너른 황야에 펼쳐진 진지전입니다.
그동안 밀리다가 후쿠시마사고와 이어진 여러 사건으로 간신히 형세를 회복했습니다만 자칫 장기전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후쿠시마'와 같은 한파가 갑자기 닥쳐서 양쪽다 몰사할 수도 있지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독일의 수십년에 걸친 노력을 따라잡자면 우리 현실상 적어도 이번 대선때 공약으로 올려야 얘기가 됩니다.
만약 이번에 후보들로 하여금 대선공약으로 걸도록 하지 못하면
한국의 실정으로 봐서 또다시 5년 기다려야 합니다.
정책에서 담아주기만 하면되는데, 이걸 앞당기느냐 못하느냐가 승부처입니다. 저쪽에서는 정권 바뀌기전에 '클러스터'니 '원전확대계획'이니 해서 대못을 밖으려고 안달이 나 있습니다.

정책의 영향력에 대해 두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독일에서 태양광패널이 설치되면서 남는 전기를 가정밖에다가 팔아서 돈을 벌게 되니까 집안에서 자연히 절약모드로 가게되더라는 것입니다.
거대자본이 지배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게임이 아니라
가정이 기업마인드를 가지면서 전기를 절약소비하는 게임으로
룰을 전환하는 겁니다.

최근 일본을 다녀온 연세대 조한혜정선생님이 전하는 소식도 흥미있습니다.
간 나오토 총리가 물러나는 조건으로 재생에너지관련법을 통과시켰는데,
제도지원을 받게되자 지금 동경에서는 집집마다 태양패널을 설치하는 붐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대행업체들간에 경쟁이 붙을 정도라고 하는군요.
이런 정도의 전기절약게임이라면 1/3쯤 줄이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산업체에 무한정 싸게 공급하는 전기값을 현실화하고
그 이득부분을 가정에서 생산하는 전기에 대한 대폭적 보조로 돌린다면 독일처럼 안될 이유가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여러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일자리 창출효과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부문이야말로 미래경제의 동력이라는 것이 독일의 확고한 비전이자 정책입니다.

우리는 본질에서 이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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