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누비는 '세상의 모든 나무'
골목길 누비는 '세상의 모든 나무'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11.20 2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안문화의집 목공 동아리, ‘두리뭉실 내 마을의 평상’ 프로젝트 현장 취재

철산4동 골목길. 아이들은 평소 뛰어 놀던 곳에서 솟대를 만들고 망치질을 했다.

하안문화의집 목공 동아리 ‘세상의 모든 나무’가 철산4동 골목길을 찾았다. 광명 시내가 한 눈에 조망되는 도덕산 중턱 산동네 마을이다. 천안슈퍼 앞 공터 담벼락 옆에 천막이 펼쳐졌다. 움직이는 이동 목공 공방이다.

준비된 메뉴. 동네 아이들을 위한 ‘솟대’ 만들기와 망치질하기. 집에서 망가진 가구를 수리해 주는 수리센터. 주민들 휴식공간으로 나무 의자 만들어 주기. 소원적기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돼 있다. ‘두리뭉실 내 마을의 평상’ 프로젝트 모습이다.

찾아가는 공방은 19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됐다. 세상의 모든 나무는 하안문화의집에서 지난해 목공 강좌에 참여했던 수강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동아리이다. 강좌 후 동아리를 만들어 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아리는 두 개팀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한 팀은 기관과 연계해서 지역 단체나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가구를 짜 주거나 수리를 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팀은 소위 게릴라식으로 현장을 찾아 가는 방식이다. 전자가 ‘뭉실’팀이고, 후자가 ‘두리’팀이다. 합치면 ‘두리뭉실’이다. 맞춤법상 ‘두루뭉실’이지만 언어를 살짝 비틀었다. 두 마음이 뭉쳐서 무언가를 해내자는 의미이다.

이날 철산4동 골목길에 공방을 차린 이들은 ‘두리’팀이다. 동아리 회원 6명이 출동했다. 이날 수리활동으로 공방이 차려진 곳과 이웃하고 있는 독거 어르신 집에서 나온 장롱 문짝을 수리했다. 수리 후 문짝을 부착하는 모습을 지켜보자 어르신은 “그 전에 망가진 문짝을 내 버리기도 했다.”며, 아쉬움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회원들은 또 다른 주민 집에서 나온 장롱 서랍장도 수리해주었다. 오래 사용해 수리가 용이하지 않은 서랍장 한 개에 대해서는 현장 수리가 불가능해 별도로 수리해서 가져다주기로 했다.



동네 아이들도 나와서 자기만의 나무 ‘솟대’를 만들었다. “옛날에는 자연물이 어떤 영험한 힘을 갖고 있다고 믿었고...마을을 수호하고 소원을 빌기도 하고...” 솟대를 만들어 보기 전에 솟대가 무엇인지 설명이 진행됐다. 이어 나무를 다듬고 자기만의 모양을 내도록 솟대 만들기 안내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나무 재료를 활용해 즉석에서 놀이를 해보기도 했다.

주민들을 위한 나무 의자 모델은 지나는 행인들의 눈길을 유혹했다. 나무의자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야 완성된다. 주민들과 목공팀이 함께 만들어서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이다.

행사장에 가지 않고 평소 뛰어 놀던 골목길에서 솟대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이점이다. 이렇듯 내 마을의 평상 프로젝트는 지나가는 행인, 아이들과 즉석에서 만들어 보고 놀아 보는 프로그램이다. 또 마을에 필요한 무엇인가를 제공하기 위한 공공 프로젝트이다. 가구를 수리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는 공동체 프로그램이다.

라면 한끼에 고구마와 김치가 골목을 따뜻하게 했다.


두리팀은 이날이 네 번째 외부활동이다. 푸른광명21이 주최한 생명평화 축제, 광명문화원이 주최한 어린이장터, 혁신학교인 구름산학교 축제 현장에서 공방 체험 부스를 열었다. 골목길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다음 주에도 같은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길거리 공방답게(?) 동아리 회원들은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장롱 문을 수리했던 어르신이 김치를 내온다. 다른 주민은 커피를 끓여 내오고, 또 다른 주민은 고구마를 쪄 내온다. 골목 인심이고, 골목 풍경이다. 뚝딱뚝딱 ‘세상의 모든 나무’ 목공 동아리 회원들의 손길에 힘이 들어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