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과 탈원전
금연과 탈원전
  • 이원영 수원대교수
  • 승인 2011.12.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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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필자의 대학시절 '70년대 강의실에서는 쉬는 시간만 되면 실내가 온통 담배연기로 자욱하였다. 안피는 사람만 손해봤다.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얘기다. 어른이라면 담배를 피워야 폼이 나는 줄 알았고, 여자는 담배피면 안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필자의 대학건물에는 '실내흡연은 타인에 대한 폭력입니다'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추운 겨울에도 담배 생각나는 이들은 도리없이 건물밖으로 가야한다. 훨씬 이전부터 열차에는 일체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담배를 끊기 전인 10년전쯤에 필자는 철도청의 그 '횡포'에 항의하여 흡연칸을 두는 것을 건의했다. 비행기와는 달리 기차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가 명확하므로 그 범위내에서는 흡연자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해주어야 하는 인권문제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의가 거절당하자 위헌소송을 할까 망설이기도 하였다.

이번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다. '났다'가 아니라 '나고 있다'가 바르다. 호랑이가 사람을 계속 물어가고 있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사태가 진행되고 있고 그게 언제 멈출지를 모르는 비극이다. 그 피해가 자자손손 대물림하는 엄청난 재난이다. 이걸 두고 이명박대통령은 단발성으로 끝나는 교통사고와 비교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눈을 돌려 유럽을 보자. 원래부터 원전없는 나라도 많고 독일처럼 비교적 최근에 탈원전의 길로 돌아선 나라도 많다. 가령 우리보다 원전의 밀도가 높은 나라인 벨기에는 이번 가을에 탈원전을 선언했다. 아직도 원전을 고집하는 나라들은 핵무기의 소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나라들 정도다. 이웃의 원전국가인 중국은 핵무기가 많고 일본은 핵무기생산의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나라다. 우리는 뭔가? 핵무기라도 만드려는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는 웬만한 분은 아시다시피 원전은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 우라늄채광 및 가공, 그리고 발전소건설에 따른 탄소발생량도 많지만 방사능폐기물 처리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근본문제가 있다. 원전은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이렇듯 위험하고 다음 세대까지 비용이 비싸게 먹히는 존재다.

서울에 오니 밤에도 너무 밝아서 잠을 못잔다는 캐나다 사람의 하소연을 들었다. 밤거리 네온사인을 보면 이해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요금이 가정용의 절반밖에 안되기 때문에 흥청망청 써대고 있다. 그 요금을 현실화하고 그 돈으로 자연에너지를 사주면 집집마다 지붕에 태양광패널을 다는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독일이 그래서 성공하고 있다. 일자리도 엄청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금 독일은 전기의 1/4을 원전에 의지하고 있고, 우리는 1/3을 의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많긴 하지만 독일보다 경제규모가 작으므로 전환이 힘들다고 볼 수는 없다.

탈원전문제의 딜레마는 이렇게 좋은 '금연'을 혼자만 하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주위에서 '피워대면', 중국에서 터지면 한반도도 당한다. 기술도 없는 북한이 경수로 원전을 잘못 다루기라도 하면 고약한 사태가 벌어진다. 독일과 프랑스도 그짝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항의해야 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맡기 싫은 '연기'를 가만히 두고 있었다면 지금 대학건물에 그런 표어가 나붙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독일처럼 그리고 예전에 그런 식으로 실내금연에 성공했던 것처럼 내가 먼저 끊고 주위에 시범보여서 다함께 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건 나 혼자 맡고 마는 연기가 아니라 자자손손 대물림하는 끔직한 폐암이다. 금단증세가 두려워 현세대 만의 '행복'만을 계속 '추구'하다가는 이 땅과 이 민족이 통째로 사라지는 수가 있다.

중국은 알아차렸다. 원자바오총리가 일단 새 '담배' 사는 것 부터 중단하자고 하지 않았나? 일본은 지자체가 원전 중단 권한이 있어서 지역레벨에서 해법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한반도다. 북한도 문제이지만 남한의 안전불감증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국민동의 없이 이런 위험천만한 시설이 추진된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맞는가? 아찔한 한반도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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