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으로서 더 보람을 느낀다.’
‘정치인으로서 더 보람을 느낀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2.07.28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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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자객’과 ‘다윗’에서, 당 원내대변인으로 종횡무진...이언주 국회의원 인터뷰

 

▲ 이언주 의원은 당 원내대변인으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최근 대법관 임명 청문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정치인이자, 법조인으로 다시 자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전국적으로 폭염이다. 휴가와 올림픽이 위안이다. 그래도 덥다. 그칠 줄 모르는 더위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지구의 몸부림이고, 생체기이다. 아니 이미 그 수준을 넘어 응급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2012년7월28일(토) 오전12시, 그를 인터뷰했다. 휴가의 작은 공간, 여유가 아직은 허락되지 않은 분위기였다. 휴가를 챙기기에는 아직 한 숨도 채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19대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40대 초반의 여성 국회의원. 지난 4월 총선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선거구의 주인공 중에 한 명.

이언주 국회의원이다. 4선 도전에 마지막 출사표를 던졌던 전재희 전 의원을, 정치신인 이언주 의원이 꺾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선거였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빗댔다. 그리고 이변처럼 민심은 젊음을,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다.

총선 한 달을 앞두고 해성처럼 등장한 그에 대해 일반 유권자들이 알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력과 이미지, 정당, 변화에 대한 요구가 판단의 정보였을 것이다. 많은 해석이 가능한 선거였고, 그 만큼 재미와 스토리가 있는 선거였다.

당선 후 즉시 인터뷰를 청하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였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어 보였다. 당선 직후 그는 당으로 깊이 빨려 들어갔다. 새롭게 원내지도부가 구성됐고, 새 지도부는 그를 원내대변인으로 임명했다. 그래서였을까. 인터뷰 차, 방문한 이언주 의원의 지역사무실은 아직 휴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 의원은 그동안 바쁜 당 일정과 국회일정에도 불구하고, 지역차원에서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지역주민들을 열심히 만났다. 오는 30일(월)에는 당 소속 지역대학생들과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들을 계획이다. 이전에는 기아차 문제로 간담회를 진행했고, 육아카페 엄마들과 간담회, 택시운전자들과 간담회, 복지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그들의 현안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30,40 호프데이를 통해 생활밀착형 대화마당도 진행하고 있다. 주부들과 낮 시간 만남을 위해 도시락미팅을 제안하기도 했다. 광명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그 답을 찾아가보자는 것이 타운홀 미팅의 취지이다. 바쁜 일정 짬짬이 ‘지역구 의원’으로서, ‘지역 주민’으로서 ‘존재감’을 갖고자 일정을 쪼개고 있었다.

인터뷰의 재미 내지 묘미는 압축된 시간에 사람을 알아 간다는 것이고,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언주 의원은 적어도 바쁜 것을 탓하는 사람은 아닌 듯싶다.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바쁜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보였다.

이 의원은 지난 대법관 청문회에서도 당 위원으로 활약했다. 청문회 활동을 통해 새로운 시각, 입장을 다지게 됐다. 밤 새워 준비해 성실하게 임했다. 김병화 대법관 후보의 낙마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위장전입 문제, 다운계약서 문제 등을 집중 제기했다.

후보들의 판례를 검토해, 그들의 판단이 법조계의 보수적 울타리에 머물러 있었음을 꼬집었다. “머리만 있고, 가슴은 보이지 않는” 그들의 타성을 자극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법을 바라보는 것이 왜 중요하지를 스스로도 깨달았고, 또 기존 법조계에도 그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였다”고 자평했다.

법 형식 논리에만 메이는 것이 아닌, 국민의 상처, 소송 당사자들의 아픔, 정의의 문제, 특히 경제정의의 문제를 되돌아보도록 촉구했다. 한진중공업 문제, 삼성에스디에스 문제 등 청문을 통해 후보자들의 판단이 법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법이 국민을 위해, 사회정의 위에 놓여 균형감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스스로 법조인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됐다. 보수적이고, 법적 안전성에만 머물러 있었던 법조계의 판결을 보면서 괴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 내 업무로드가 심한 측면도 있고, 그에 따라 소통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런 현실이 법조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법관과 법 기술자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법조계 안에서도 소통과 공감의 자세,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으로서의 생활은 어떨까. “엄청 바쁜 삶이다.”라는 즉답이 돌아왔다. 이 의원은 국회 대변인실로 출근한다. 출근과 동시에 조간신문 뉴스를 훑고, 8시30분부터 원내대표 회의, 당 대표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일과를 시작한다. 회의가 끝나면 국회 정론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거나 논평을 낸다. 점심은 주로 국회 출입기자들과 시간을 갖는다.

오전 일과는 당 원내대변인으로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후에는 상임위(보건복지위원회) 활동과 업무, 본회의를 챙긴다. 이상이 기본적인 일정이다. 나머지는 이 일정을 피해 진행된다. 조찬모임을 통해 포럼이나, 정책토론회 등 각 종 모임에 참석한다. 보금자리 문제나, 역세권 관련 신안산선 문제 등 국회 차원에서 관련 의원 모임에 참여하며 지역 현안을 챙기고 있다.

결국 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잘게 쪼개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이 의원 스스로도 밖에서 보던 것과 국회 안에서의 일정은 사뭇 다르고, 그 만큼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간혹 한가해 보이는 의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의원뿐만 아니라 동료 의원들 대부분의 삶이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 의원은 네 살 아들이 있다. 젊은 엄마이지만, 국회의원으로서 엄마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주중에 저녁 9시에 들어가면 일찍 들어간다. 이런 날은 아들과 놀아준다. 아들도 기다린 듯 자정가까이 잠을 자지 않는다. 결국 엄마 역할은 금요일 저녁을 포함해 주말을 활용한다.

그러나 그 마저도 희망이고, 노력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정답을 듯 보인다. 정작 본지와 인터뷰 일정도 주말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늘 따른다. 이 의원은 국회 일정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 지역일정을 챙기는 것이 또 다른 현실이기 때문이다.

‘위킹맘’의 고된 삶을 이 의원이라고 피해갈 수도 없고, 또 손수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육아의 문제, 보육과 복지를 중심으로 가정의 삶을 국가가 어떻게 뒷받침해야 하는 것인지는 몸으로 체감하는 문제이다.

“엄마 바쁘다고 아이가 알고 있다. 가끔 낮에 전화도 오고, 전화를 걸기도 한다.” 네 살 아이 엄마의 의정활동은, 그런 렌즈를 통해 들여다봐야 할 또 다른 세상이다. 누군가가 그 세상 이야기를 해 줄 것이라고 기자는 믿는다.

이언주 의원은 기업에서 일했고, 그리고 단 시일 내에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그 과정의 시간이 길지 않았다. 180도 달라진 삶에 대한 소감은 무엇일까.

“어느 곳이던 바빴다. 스케줄이 빼곡했다. 뭘 하던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기업에 있을 때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거지 하는 생각에, 가끔 허탈해지기도 했다. 기업에서 돈을 벌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업을 건강하게 하는 일을 했다.

그 역시도 크게 보면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만, 성에 차지는 않았다. 지금 정치인이 되어 갖는 보람이 더 크다. 힘들어도 무엇인가 바꿔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비해 손해 보는 것도 있다. 제일 미안한 것은 아이다.”

이 의원은 솔직하게 자기표현을 잘 한다. 젊기에 기성 정치인과는 조금 다른 언어문화, 생활 문화를 가진 탓도 있을 것 같다. 정치인이 되어 변한 것이 또 있다면, 남편과의 관계이다. “부부싸움이 사라졌다.” 말이 부부싸움이지, 부부와 소통의 시간이 줄어 든 것이 그 이면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운이 좋다. 그리고 그 운을 스스로 선택했다. 첫 정치입문에, 지역구를 차지했다. 그 만큼 위험도 컸던 곳이다. 전재희라고 하는 기라성 같은 여성 정치인이 똬리를 틀었던 곳이다. 누구도 쉽게 그 아성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 쉽지는 않은 곳이었다. 초선 정치인, 이언주 의원은 기꺼이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역구를 선택한 분명한 이유도 있었다.

“비례대표 의원은 전문성, 자기분야에 대한 것은 있지만, 자기정치를 하기에는 기존 역학관계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자기 색깔을 갖는 정치, 자기만의 스텐스를 갖는 정치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의원으로 제대로 지역발전, 지역정치에 기여하고 싶은 포부를 갖고 있다.”

지역에서 여러 현안에 결합하고, 타운홀 미팅을 통해 소통과 공감대를 넓혀 보겠다는 의지와 실천은 그 연장이다. 지역에서 소통하고 그 결과를 국회 의정활동에 반영하는 선순환의 정치가 이 의원이 그리는 정치의 한 모습이다.

이 의원은 낙관적인, 긍정적인 면을 많이 드러냈다. 정치 현장에서 직접 목도하는 현실은 어지럽고, 때론 ‘이것은 아닌 것 같다’는,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정치인으로서의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치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누가 다음 대선에서 대권을 잡을지는 모르지만, 야권으로 넘어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감과 같은 것이다. 아직은 초선이라는, 정치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겠지만, 이 의원은 그런 자신의 감을 믿고, 거친 정치판에 발을 디뎠고, 어려운 선거구를 택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대선 역시도 긍정적으로 낙관했다.

현실 정치가 만만치 않기에, 또 그 정치판에서 놀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것도 이치이다. 시대정신이 무엇일지,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소통과 공감능력을 중시하고, 또 그에 따른 전문성과 진정성이 있다면, 골리앗에 맞서 짱을 뜨는 용기도 가지고 있다면, 정치 초년이라는 꼬리표는 무한한 잠재성을 말하는 또 다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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