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나,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2.08.28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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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요?> - 광명시립대안교육센터 임무자 센터장 마실 인터뷰

 

‘마실’을 나가듯 예고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지역의 어느 곳을 찾아 차를 한 잔 마신다. 차를 마시며 나누는 담소를 기록한다. ‘마실 인터뷰’로 이름을 붙여 본다. 광명시립청소년대안교육센터(푸른정거장, 이하 센터)를 그런 마음으로 불쑥 찾았다. 사전에 회의 중인지만 확인했고, 차 한 잔 할 수 있는지만 타진했다.

27일 오전 11시경 방문했다. 전체 회의를 마쳤고, 일대일 ‘회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사이 센터에 새로 온 직원과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모든 회의를 마친 임무자 센터장과 냉커피를 마시며, 마주 앉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이 질문은 마실 인터뷰의 처음과 끝이다. 차 한 잔의 담소. 그리고 그 담소에서 드러난 근황. 마실 인터뷰의 의도인데, 초장부터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ㅋㅋ)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전화가 걸려온다. 임 센터장은 자신의 자리로 이동해 통화한다. 그 옆에는 운치있는 인물 그림이 걸려있다. 윤동주 시인이다. 서시의 한 소절도 기록돼 있는 사진 그림이다. ‘오는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얼마 만에 접하는 시구인가.

다시 대화. 무슨 통화냐고 물었다. 다음 달에 안동시와 청소년교류가 있단다. 광명시의회와 안동시의회가 자매결연을 맺었고, 그 연장에서 지역교류 차원에서 청소년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교류인데, 기왕 지역교류라고 한다면 제대로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임 센터장의 입장이다.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다른 상황에서 서로의 지역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교류 방식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취지를 잘 살리면서 행사가 형식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민간의 전문성을 발휘해보는 어느 지점을 찾아 볼 것이라고 예상된다. 기자도 양 시의회간 교류와 청소년 교류에 동행해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본다.

다시 본론으로 회귀. ‘요즘 어떻게 보내세요?’ 여름휴가도 가지 못했단다. 일본 야마토시에서 청소년들이 방문해 국제교류 행사를 치렀다. 집안에서는 장손 며느리여서 제사도 두 건이나 치렀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애들에게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 속에 바쁜 시간을 보냈단다. 검정고시가 지난 8월6일에 진행됐다. 센터에 다니는 학생들 20여명이 응시했다.

 

센터는 경기도교육청 대안교육 기관으로 지정돼, 꿈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시립대안교육센터는 ‘학교 밖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이유로 이들은 제도권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제도권 학교를 거부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다. 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도 정상적인 생황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들이 원하면 다시 제도권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검정고시도 그 일환이다.

센터에는 이들을 위해 두 개의 대안학교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나다움학교’와 ‘꿈비학교’가 그것이다. 나다움학교는 비자발적인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못한 학생들이 오는 학교이다. 임 센터장은 ‘부등교 학생, 학교’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나다움학교에는 진학 추구형, 직업추구형,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자기세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다.

센터에서는 개인에 맞춘 개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인문학적 주제와 방법을 통해 접근하는 다함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3학기제로 운영되는 나다움학교는 학생들의 자치구조를 지향하고 있고, 그러한 기반들이 서서히 마련되어 가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것이 임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번에 치른 검정고시를 통해 4명 정도의 학생들이 제도권 학교로 복귀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센터에서는 다시 학교로 복귀해도 사후관리를 통해 연결고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나다움학교가 부등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꿈비학교는 공교육과 연계된 대안학교로 경기도교육청에서 위탁한 대안학교이다. 꿈비 학생들은 이중 ‘적’을 갖는다. 기존 학교에 등록돼 있는 상태에서 꿈비학교 학생이다. 꿈비학생들은 기존 학교에서 부적응 현상을 겪는 경계에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대안교과로 구성된 꿈비학교에서 공부하고 생활하고, 제도권에서 이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임 센터장은 이들 학생들이 센터 내 서로 다른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또 통합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경쟁도 있다고 말한다. 자기들끼리 키 재기를 하는 경우이다.

이런 모습도 있다. “(학교 밖 아이들이) 학교를 만들고 싶어 하고, 학교 다니고 싶어 하고, 교복도 입고 싶어 한다. 방과 후에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오는 모습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임 센터장은 학교를 거부하면서, 학교를 원하는 아이들의 심리에 ‘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이게 뭐람. 마실 가서 나누는 대화 맞나.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이런 답들이 맞나. 스스로가 헷갈린다. ‘너무 진지한 것 아니에요? 일에만 빠져 사는 것 아니냐’며, 타박해본다. 그리고 또 다시 본론 요청. ‘요즘 어떻게 지내냐구요?’

그제서야 살짝 입 서비스를 한다. “일에 쫓기고 눌려 있다 보니 언제인가부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3년 전이다.” 그래서 빼든 칼이 ‘카메라’이다. “사진을 배워서 수시로 여행을 떠나자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고, 밤낮 가리지 않고, 수시로 여행을 떠났다. 처음에는 동호회 등에 동행하기도 했지만, 주말 행사 등 불규칙적인 일과로 빼먹는 일이 잦았다.”

 

결국 혼자 여행하기로 했고, 그 재미가 쏠쏠했다. 바쁜 일상의 틈을 메워준 휴식이고, 여행이었다. 사진을 찍고 여행하고, 그리고 일기장에 일상을 짬짬이 기록해간다. 아이들과 지낸 일과의 이야기도 종종 등장한다. 올 봄에는 도덕산 등에 올라 미친듯이 야생화를 찍어댔다.

‘꽃이 사랑 받듯 우리 아이들도 사랑 받는 것이다.’ 임 센터장은 교감과 스토리가 있을 때 비로소 사물이 뷰파인더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 사진의 재미이자, 이치라고 말한다. 임 센터장은 올 여름에는 사진 여행에 나서지 못했다. 바빠진 탓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사회복지와 청소년의 접점을 찾고 그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것이 임 센터장의 화두이다. 바쁘지만 일상은 즐거울 수 있는 이유이다.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났다. 다음을 기약하고 센터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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