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여성, 4만원으로 무작정 한 달 여행을 떠났다.
18세 여성, 4만원으로 무작정 한 달 여행을 떠났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2.11.15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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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한수 소민씨의 나홀로 무전여행 이야기(1)...

 

소민씨는 한달 동안 동해안을 따라 걸었다. 고성에서 부산까지 걸었다. 단돈 4만원으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그가 만난 세상은 아직 착하다는...

광명와이엠시에서 운영하는 대안교육(학교) 과정인 풀씨학교, 볍씨학교, 그리고 볍씨학교를 졸업하고, ‘볍씨딛고’ 과정이나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하자센터 과정을 거친 친구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활동하고 있다. ‘언니에게 한수 배우다(언한수)’이다.

볍씨는 초등과정에서 중학교 과정까지이다. 볍씨딛고는 볍씨이후 일년과정이다. 언한수는 학교가 아닌 지역을 학교로, 활동 현장으로 선택했다. 언한수로 출근해 언니들은 일을 나눠 무엇인가를 한다. 본지에서는 그런 언한수를 소개한 바 있다.

언한수와 인연을 계기로 언한수를 좀 더 클로즈업해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인물은 곽소민언니다. 언한수 막내로 18세다. 소민씨와 같은 또래 막내는 자신을 포함해 세 명. 18세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있을 때 이들은 언한수에 속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언한수를 취재하고, 또 언한수가 지역청년들과 지역에서 무엇을 하면 좋은지를 모색하는 자리에서 소민씨가 지난 여름 ‘홀로’ 무전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거의 한달 가량. 호기심 발동, 소민씨에게 연락해 인터뷰를 청했고, 기꺼이 응했다.

소민씨의 여행을 기꺼이 허락했던 언한수 언니들도 아직 여행담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니, 소민씨가 본지 인터뷰를 통해 처음 여행기를 공개하는 것이다. 듣기로는 가족들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14일 오후2시30반. 언한수 사무실에서 회의를 마무리하고 있는 소민씨를 만났다. 첫 인터뷰는 한 시간 정도 밖에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4시에 지역아동센터로 수업을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언한수 언니들은 지역아동센터에서 활동하는 멋진 강사들이다. 첫 인터뷰를 시작으로 소민씨의 여행이야기를 몇 차례에 나눠 실기로 했다. 인터뷰도 추후 몇 차례 더 진행할 계획이다.

소민씨는 지난 8월16일 광명을 떠났다. 9월14일 집으로 돌아왔다. 고속터미널로 갔고, 그곳에서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강원도 고성. 고성에서부터 동해안을 따라 걸어 내려가기로 했다. 고성까지 가는 버스표는 여행경비에서 제외했다.

고성부터 손에 쥐어진 노자돈은 단돈 4만원. 만약을 대비해 체크카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혹시 모를 비상용이었다. ‘무전(無錢)여행’을 생각했던 것인 만큼, 수중에 돈은 4만원이 전부였다. 4만원으로 한 달가량의 여행을 버티고 견뎠다.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오히려 돈을 벌었다.

소민씨가 보고 경험한 세상은 4만원으로도 견딜 수 있는 세상이었고, 또 노자돈을 보태주기도 한 세상이었다. 고성에 도착해 소민씨는 무작정 걸었다. 해가 지기 전에 숙소를 찾아야 했기에 조바심이 일었다. 길가다 만난 교회나, 절을 숙소로 이용했다.

그곳에서 자고, 저녁과 아침을 해결했다. 교회를 만나기는 생각보다 쉽지만, 절은 보통 산속에 있다고 생각되기에 접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됐는데, 민가에서 종종 절을 접할 수 있었다. 절보다는 교회에서 잠을 청한 횟수가 많았지만, 절에서도 여러 날들을 보냈다.

간혹 한 두 사찰이나 교회에서는 재워줄 수 없다며, 외면을 받기도 했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민가로 찾아들어, 잠을 청했다. 목사가 머무는 사택과 교회는 분리되어 있다. 소민씨는 교회에서 혼자 잠을 청했다. 여행에서의 배고픔에 대비해 교회 주방 냉장고를 뒤져 초코파이를 꺼내 배낭에 챙기기도 했다.

절에서는 떡을 싸주기도 했다. 소민씨에게는 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해지기 전에 숙소를 찾는 일이었다. 그리고 여행의 허기를 해결하는 일. 결국 교회 냉장고를 뒤지는 일은 허기를 해결하기 위한 여행의 생존본능이자, 소민씨의 여행 노하우였을지도...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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