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의 세상 로탕패스, 그곳에서 선계를 보다
구름위의 세상 로탕패스, 그곳에서 선계를 보다
  • 박민관
  • 승인 2012.11.18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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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관의 인도 라다크여행기(4)
▶ 똑딱이로 잡아도 그림이 나오는 로탕패스

일 개념은 없지만 오늘은 인도에서 3번째 밤을 보낸 일요일이다.
오늘 일정은 일 년에 3개월 정도만 문을 열어준다는 마날리 - 레 육로중 첫 번째 일정이다.

이 구간은 워낙 험준하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하루 만에 레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중간에 텐트촌에서 야영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오늘의 최종목적지는 중간기착지인 사추캠프인 것이다.

오늘 이동할 구간이 만만치 않기에 예약한 지프가 4시에 출발한다하여 서둘러 준비하여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 안개가 걷히면서 살짝 보여주는 히말라야 비경

어제 그리 맑고 청명했는데 히말라야 인근까지 왔지만 인도 우기날씨는 어쩔 수 없나보다.

지프를 타고 마날리를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정상적인 길이 나온다. 아니 시작부터 지그재그 급경사 길이어서 잔뜩 긴장을 시킨다. 설상가상으로 날씨 때문에 조금만 올라갔을 뿐인데 안개가 짙게 깔려있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기사도 바짝 긴장을 하여 1시간여를 올라가니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살짝살짝 비경을 보여준다.

아! 이런 맛에 이런 힘든 일정을 감수하며 사람들이 찾는가보다. 중간에 천막 몇 개가 보이며 간단한 음식들을 파는 공지가 나오는데 아마 힘든 운전길의 쉼터라 짐작되었다. 주변에는 비박하는 트럭도 제법 보인다.

▶ 산사태로 완전히 엉켜버린 산길, 방법이 전혀 없어 보인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순조롭게 일정이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수십 대의 차량이 멈추어 있다. 귀동냥으로 들으니 오전 내린 비로 인하여 앞쪽에 산사태가 났다는 것이다.

라다크의 길은 순순히 나에게 허락하지 않는 것일까? 한 시간 가량을 차에서 맥없이 있다 담배 피우러 밖을 나오니 차량은 완전히 뒤엉켜 도무지 방법이 없어 보인다.

절망적이다. 이제 발길을 돌려 어떻게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가. 이 와중에 구조대나 복구반은 보이지 않는데 짜이와 간단한 식사류를 파는 이동 행상들이 보인다.

기가 막힌다. 사람 사는 곳은 매 한가지인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놀란 것은 그런 아수라장 같은 상황에서 아무도 당황하거나 서두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 절망적인 상황에 '문제없다' 미소짓는 인도친구들

부지런히 앞뒤를 오가는 인도인에게 문제가 해결 되냐고 묻자, 아주 편안히 ‘No problem’이라 한다. 지금 방법을 찾고 있으며 오늘 해결 안되면 내일 될 것이고, 또 안되면 그 다음날 해결이 된단다.

참 속터지는 인도적 발상이다.

그러나 다시 한 시간쯤이 지나자 차량이 조금씩 움직인다. 신기하다, 그렇게 뒤엉킨 상황에서 중장비가 보이지도 않았는데 어찌 해결이 된 것일까?

▶ 수렁으로 변한 도로, 민첩하게 움직이는 앞쪽의 경차는 슈퍼카였다

조금씩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나아가니 비포장도로는 이미 수렁으로 변한 상태이고 그나마 사륜구동 차량인 덕분에 겨우 나아가는 상황이다.

산사태 지점을 지나며 보니 완전히 인력으로 흙을 치운 상태이고(물론 복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복구반인지도 확인되지 않는 복장들이다) 큰 돌은 치우지 못하고 바위 사이로 차량이 곡예를 하며 겨우 움직이는 것이다.

▶ 중간 중간 산사태를 오직 인력으로만 응급조치하고 길이 열린다.

아 이런 인도의 모습은 위대하다고 해야 하나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1년에 3개월 정도만 길을 허락한다하여 좀 그럴듯한 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도로는 포장 비포장을 반복하며 큰 산을 넘기 위해 거의 유턴에 가까운 회전으로 길이 나있었으며 교행이 불가능한 곳이 태반인 것이다.

그마저도 중간 중간 산사태에 대한 응급복구로 뚫린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지점을 통과하고 나서는 날씨도 좋아졌고 굽이굽이 돌때마다 살짝살짝 보이는 산들의 웅장한 비경은 이런 고생을 충분히 보상받는다 생각 든다. 아직도 사람의 손이 거의 타지 않는 원시형태의 히말라야 줄기들... 이곳이 바로 로탕패스인 것이다.

▶ 어디를 처다봐도 만년설과 달력 그림 천지인 로탕패스

적어도 내 눈에는 알프스의 어떤 비경도, 그랜드캐년의 웅장함도 모두 압도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나름 성능이 좋은 사륜구동 짚을 이용하여 거친 길 잘 나아갔지만 비포장 길을 만날 때마다 내 몸은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어제 조랑말을 타고 이동을 할 때 쓸린 엉덩이의 상처는 움직일 때마다 매우 고통스럽게 한다.

큰 산을 하나 넘고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라홀이다. 이곳에서 패스포트 검사를 한다. 인도 서북부 지역은 중국, 티베트, 파키스탄과 접경인 곳이다.

▶ 어디를 처다봐도 만년설과 달력 그림 천지인 로탕패스

특히 이 길은 마날리에서 레까지 도시가 하나도 없는 곳이다. 첫 번째 만난 라홀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식당 상황은 아무리 점수를 후하게 줘도 위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식당들(식당이라 해봐야 테이블 2~3개 놓인 게 전부이지만)이 똑같으니 방법이 없다.

메뉴도 없고 눈치로 보니 오믈렛과 부침개가 전부이다. 부침개는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서 약간의 기름을 두르고 구워낸 김치전 같은 일종의 빵이다.

 ▶ 라홀에서 만난 라다키, 라다크 사람들은 우리와 참 비슷하다.
나는 부침개와 짜이를 시켰다. 부침개는 조금씩 찢어서 장아찌 같은 거랑 먹는 것이다. 생각보다 부침개는 고소했고 장아찌는 매콤하니 입에 잘 맞았다. 이곳 주민은 피부는 까맣고 얼굴의 형태는 인도인 형태(릭사나 왈라들 모습)이다.


부침개 40루피, 짜이 20루피 총 60루피를 계산했다. 조식으로 1200원 썼다. 이제 모래 레에 도착할 때까지는 지금 이상의 서비스는 없다고 한다.

▶ 아침으로 먹은 부침개, 생각보다 먹을만 하다.

인터넷은커녕 핸드폰은 출발하면서 바로 불통이 됐다. 문명과는 이틀간 안녕인 것이다.

아침을 마친 후 출발하니 인적을 찾기 힘든 히말라야의 내밀한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멋진 폭포가 나타나면 감탄을 하고 기암괴석이 나타나면 카메라를 들이대고 달력에서만 보던 만년설이 지천으로 널려있어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는 조금만 특이하거나 멋진 풍광이 있는 곳은 반드시 무슨 10경이니, 무슨 8경이니 이름을 붙이는데, 만일 이곳에 그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면 로탕 10,000경은 돼야 겠다는 허망한 생각도 잠시 들었다.

눈앞에 펼쳐지던 비경들도 쉼 없이 흔들리는 거친 길에 지쳐 감동도 무뎌지던 즈음 또 검문소에 도착했다. 달차라는 곳이다.

▶ 달차 검문소 인근에 조성된 휴게소, 점심을 해결하다

이곳은 특별한 마을이 있는 곳은 아니고 검문소가 있으니 주변에 천막으로 구성된 식당들이 몇 개 있는 곳이다. 1년에 3~4개월만 사람통행이 있는 곳이니 그 기간에 여행객 등을 상대로 돈을 벌어 1년을 살아야 하는 이들이다.

점심은 이곳에서 해결했다. 세 모녀가 운영하는 라모네 집에서 계란볶음밥을 먹었다. 맛은 그런대로 옜는데 씹으면 자꾸 버석버석 모래가 씹힌다. 순박해 보이는 아주머니 그리고 큰딸은 16살 체바 라모, 작은 딸은 돌마 라모란다. 돌마가 살갑게 군다. 사람이 그리워서 일까.


달차를 지나면서 라다크에 가까워 옴을 느낀다. 2차 대전 영화에서 봄직한 다리를 건너며 라다크에 대한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느껴진다.

지친 심신으로 흔들리며 멍하게 있던 내 눈에 뭔가 이상함이 감지된다. 어느새 주변 광경이 황량하게 바뀌어져 있는 것이다. 도무지 생물체가 살지 않는 듯 산과 대지가 온통 황토 빛이다. 온 산야가 붉은 속살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

▶ 황량한 라다크 산하를 배경으로, 줄레 줄레 라닥!

힘든 여정으로 피폐해진 내 몸과 창밖의 건조한 풍광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라다크는 그 진입부터 이렇게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 고대 소설속에 들어 선듯한 느낌의 라다크 풍경. 참으로 드라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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