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과 분침 사이
초침과 분침 사이
  • 기호신
  • 승인 2012.11.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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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신의 시와 사진의 만남

ⓒ기호신

초침과 분침 사이

                                               기 호신

끙끙거리며 붙잡고 있던 잠을
출렁이는 빗소리가 흔들어 깨우는 밤이다
또각또각 견고하게 걷는 초침소리와
흔들리며 뛰는 빗소리가
짧은 순간 포개졌다 더 멀리 어긋나며 간다.
초침에 얹혀
잠들지 못하고 날아간 날들이
빗줄기 타고 또 다시 스멀스멀 일어난다.
스스럼없이 익힌
퉁퉁 불은 애욕의 덩어리도 눈을 뜬다.
헐거운 뱃속 불리겠다고
살아오며 수없이 웅크려 쥔 이야기도 한자릴 차지한다.
생각해보면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흘러갈 곳을 잃어버린 물방울처럼
내려앉지 못하고 이곳저곳 날개 짓만 하다 돌아섰다
바람 부는 날엔
서로의 가슴에 생긴 실금 메워주고
동지의 밤도 짧다하며
아이 하나 쑹덩 낳아 살면 그만인 걸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아무 곳이나 앉으면 되는 것을
이 황량한 도시에
들뜬 뿌리라도 내려 보겠다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린 날들을 참을 수 없다
갈라지고 깨져
이파리만 듬성듬성한 저 나무
허공에 뿌리 내리고
허공에 가지 뻗은 채
어디로 저리 바삐 가는 걸까

 

기호신님은 철산1동에서 화랑헬스를 운영하며 시와 사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평생학습 사진동아리인 '빛을 담는 사람들' 회장을 맡고 있고, 시를 쓰는 공부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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