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림자
빛 그림자
  • 기호신
  • 승인 2012.12.0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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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신의 시와 사진의 만남

 

빛 그림자                                           

                                                   기 호신

비싸게 화장한 쇼윈도가
목마른 사람들을 손짓하는데
창은 밖을 향해 소통할 뿐 안으로 열리지 않는다.
넘치는 조건을 갖춘 이들에게만 열리는 문
바라볼 수 만 있을 뿐 안으로 들이지 않는 신분의 경계선
오를 수 없는 마음만을 건드리고 지나가
하늘 무시하는 건물에서
외줄 타는 이들과 만 소통하는 고급과 일상의 거대한 벽이다
저곳엔 금똥 무더기로 퍼질러 놓고
거대한 심장에 행복을 도배하고 살까
사시사철 봄에 취해
누구도 오를 수 없는 절벽을 세워두고
발밑의 서러운 겨울에 눈길 주지 않는 삶이다
눈부신 건물의 그늘에
축축한 그림자가 길게 늘어서 있다
빛과 어둠이 어긋나는 교차로 같다
스스로 벽을 세워 본적도
위 아래로 흔들려보지도 못한 삶이다
빛 부신 파도에 밀리고 밀리어
바닥에 바짝 엎드려 번들거리는 포식자 피해
마른 젖 빨아야 하는 내동댕이쳐진 삶이다
날아오르려 폴짝이며 몸부림 쳐봐도
굴뚝에 너풀너풀 풀칠한 연기만 날아오르고
바람 거슬러 가는 질기고 질긴 매듭에
여백을 자맥질로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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