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호신이 사진과 시의 만남
안 부
기 호신
다시 한해의 모퉁이에 서있다
웅크릴 대로 웅크린 그가 벼랑 끝으로 내몰려
생을 접었다는 놋주발보다 쨍한 울림에
겨울을 녹이는 검푸른 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활짝 펴고 있는 자들의 자리
곁다리로 살짝 걸쳐 논 한쪽 다리 빼서 돌아오는 길
많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외상 입은 플라스틱 의자 몇이서
오지 않는 임 기다리며 노숙하고 있다
그때 달려가는 시간을 열고 찾아온 친구가 있다
논두렁길이 아스팔트로 열매 맺고
서로가 너무 먼 바깥까지 가버렸지만
언제나 구석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그다
편안 하냐 허기진 하루를 보내진 않았냐며
더 이상 열리지 않는 내일 열려하지 말고
불야성에 겹겹이 쌓여 증발해버린
어제도 미움 버려 안아주라 한다.
그 어떤 풍경도 떨어진 잎을 다시 주울 수 없지만
줄기 없는 꽃이 있을 수 없기에
순수의 되새김만으로 망각 속에 들어있던 시간들이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남긴 것도 살아온 무늬도 빛이 바래가는 시간
지워지지 않는 밑그림 찾아주는 친구 있어
포근한 여운이
식은 어깨 따뜻하게 감싸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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