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사주
  • 기호신
  • 승인 2013.01.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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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신의 사진과 시의 만남

 

 

사 주 

                                                                기 호신

찬바람이 거리의 사람들을 지워버리고
기세등등하던 빌딩도 어둠속으로 가라앉은 주말저녁
얼마 전에 하늘을 타고가신 어머니에게 기웃
바람에 밀리는 늙은 수숫대 같은 아버지에게도 다녀오고
마루 끝에 잠시 허리를 걸쳤던 여인에게도 다녀왔다
그때
벙어리처럼 종일 입 다물고 있던 핸드폰이 부른다.
아는 형이다
다짜고짜 태어난 시간을 물어본다.
요즘 사주를 공부하신단다.
과거를 보는 걸까
닳은 신발을 보면 알 수 있는걸 보아서 뭐하나
아님 미래를 보는 걸까
내가 나를 넘지 못하는데
안고 있는 불안의 얼굴에 분칠한다고
시들어가는 묵은 꽃 새 꽃으로 바꿀 수 있을까
길잽이가 필요하던 젊음 쾌락으로 바꿔 먹고
이제 햇살 벗어놓고 노을 입어야하는 시간
허풍스런 열매하나 맺지 못했는데
흘러갈 곳 해독하면 뭐하나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겹겹의 나이테에 가둬놓고
어느 곳을 날아도 길이 되는 새처럼
바람 부는 곳에 향기 나는 발자국 하나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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