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맨 땅에 헤딩하고 있나요?
나 맨 땅에 헤딩하고 있나요?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1.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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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영옥 광명시인권센터장 인터뷰...인권기본계획 수립에 집중...20년 가까이 여성인권운동가로 활동.

 

▲ 신하영옥 광명시인권센터장은 여성인권운동가로 20년 가까이 현장을 지켜왔다. 제도권에서 인권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광명을 선택했다.

광명시가 전국 최초로 지자체 차원에서 시민인권조례를 제정했다. 인권조례의 제정은 상징적이다. 더욱이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은 주목 받을 수 있는 가능성과 동시에 최초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권조례의 제정은 ‘인권도시’로의 지향을 담고 있다. 인권도시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이행계획,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함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례 제정은 무의미해진다.

광명시인권센터는 광명시인권기본계획수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전과 목적이 조례에 담겨 있지만, 조례는 기본계획을 통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만큼 기본계획은 중요하다. 기본계획에 따라 실행계획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권센터는 지난해 실태조사에 이어 오는 2월4일(월) 오후2시에 시청 중회의실에서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최종 보고회를 갖는다. 실태조사와 지속적인 간담회를 통해 인권에 대한 시민의식이나 인권 취약계층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왔다. 기본계획의 골간을 정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광명시만의 특성을 파악하고, 광명시에 적용 가능한 기본계획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도 계획이 계획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행계획’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거듭된 고민을 해왔다. 그 현장에 신하영옥 인권센터장이 있다.

신하영옥 센터장은 “광명시인권기본계획 수립 준비과정에서 원칙과 내용을 충실하게 담고자 노력했다”며, 기본계획 준비 과정을 언급했다. 조례에 근거해 충실한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고, 동시에 최초 사례여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음에도 취약계층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광명시는 조례 제정 이후 지난해 4월 2일 인권위원회를 구성했고, 7월1일부터 인권센터 업무가 시작됐다. 공채로 뽑힌 신하영옥 센터장은 이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신 센터장은 지난해 인권센터를 홍보하고, 인권교육에 매진했다. 그 중 가장 공을 들인 일이 인권기본계획 수립이다.

처음 시작된 일에는 시행착오도 따르기 마련이고, 인권과 인권도시에 대한 낮은 인식과 이해는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넘어야 할 산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인권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내부 잡음도 있었다. 올해 예산편성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신 센터장은 인권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마음만 급하게 서두른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자각도 새삼 느끼고 있다. 인권과 인권도시에 대한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이해가 높아지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다. 기본계획 수립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취약계층의 요구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저변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하영옥 센터장은 10년 동안 울산지역에서 여성의 전화 활동을 했다. 이어 여성의전화연합 본부에서 활동했고, 공공부문 활동을 하기 위해 다시 '지역'을 선택했다.

신하영옥 센터장은 여성운동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중간에 잠시 이탈의 시간도 있었지만, 20년 가까이 여성운동의 한 길을 걸어왔다. 지난 93년 울산여성의전화를 만드는 일에 참여한 이후, 줄곧 그곳에서 간사와 사무국장, 상담소장 등으로 10년 가까이 활동했다. 이어 휴식 겸 재충전을 위해 필리핀 소재 아시아엔지오센터에서 7개월 근무를 했다. 다시 돌아와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본부에서 2011년도까지 활동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국내 대표적인 여성운동단체로서 여성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인 점을 감안한다면, 신 센터장은 여성운동가이자, 현장 인권운동가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여성인권을 위해 현장에서 활동해 왔던 신 센터장이 광명시인권센터 일을 시작하는 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주요한 터닝 포인트이다. 본격적으로 제도권에서 인권의 지평을 넓혀보고자 한 시도이자, 도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낯설고 물설은 광명시와 인연이 닿게 된 연유이다.

신 센터장에게 광명지역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시선으로 읽히는 곳이다. 여성운동가로서의 시각과 이방인으로서의 시각이다.

“지역의 텃새도 있는 것 같고, 고집도 있는 것 같다. 일반 시민들을 많이 만난 것은 아니지만, 일상과 정치가 혼재돼 있어 혼란스럽기도 하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느낌도 있고, 자긍심도 있는 것 같다.” 지역외 거주자로서 느끼는 조심스런 진단이다.

동시에 광명지역의 장점과 가능성도 놓치지 않는다. “다종다양한 기관과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복지 시스템, 인프라도 잘 돼 있다. 인권도시를 하기에 적정한 도시 규모이다. 각 기관과 단체들이 자리를 잘 잡아가도록 인권센터가 지원 역할을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상상’하면 즐거워진다.”

제도권에서 일하는 것이 쉽게 적응되는 것만은 아니지만, 제도권 안에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고, 그들을 통해 배우는 점도 많다.

광명지역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맨 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동시에 가능성과 희망을 품는 이유는 많다. 인권센터도 시작이고, 신하영옥 센타장도 시작이다. 인권도시도 이제 막 발을 뗐다. 모든 것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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