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야동’을 보지 않는다고?
내 아이는 ‘야동’을 보지 않는다고?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1.28 19: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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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교육포럼, ‘학교폭력’ 주제로 학부모 강연회 개최...처벌 보다는 ‘공감적 대화’가 우선.

▲ 광명교육포럼은 학교폭력 예방과 학생부 기재 문제에 대해 학부모 강연회를 개최했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강연회였다.

“학교폭력을 학생들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보는 시각이 문제이다. 우리사회 문제의 모든 것이 집약돼 있다.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닌 구성원 모두의 문제이다.”

“내 자식이라고 안 걸릴 것이라고 보는가. 방심하지 말라. 내 아이를 믿지 말라.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어떻게 학교폭력 문제를 생각하고 접근할지 고민하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가해 학생들을 혼낸다고 될 일일까?”

광명교육포럼(대표 김선영)은 28일(월) 오전 10시 광명시평생학습원 2층 강당에서 학부모 강연회를 개최했다. 청소년들의 참여도 많이 눈에 띠었다. 강연은 학교폭력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또한 학교폭력에 대해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이 적당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함께 다뤄졌다. 학교폭력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임정혁 강사가 초대됐다.

임정혁 강사는 학교폭력의 심각한 실상을 사례로 소개했다. 학교폭력을 학생들의 문제로 국한해서 보면 문제를 해결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로 잡아 주었다. 학교폭력은 잘살고 못살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자녀는 아니겠지’하는 것은 방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내 자녀도 야동을 볼 수 있고, 누구나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진회 등 조직과 연계된 학교폭력도 심각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장난’처럼 이뤄지고 있는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가해학생을 엄격하게 처벌한다고 끝나는 일도 아니다. 그런 연장에서 학교폭력에 대해 초중은 5년 동안, 고등학교는 10년 동안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부 기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5년간 기록을 유지해서 졸업 후 진로나 취업에까지 영향을 받도록 하는 것은 지나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례로 학생부 기재를 하는 사례는 유럽 등의 나라에도 있지만, ‘학생지도’ 기간으로 국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제를 바라보는 입장이 달라지면 해결방법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씨씨티브이(CCTV)를 곳곳에 설치한다고 해서, 범죄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며, 이러한 대응은 ‘하책’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강사는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했다. ‘관계의 회복’에서 답을 제안했다. 아이들과 진정한 대화를 하고 있는지 반문했다. ‘엄마의 얼굴에서 나를 때리는 친구의 얼굴을 봤다’고 고백하는 피해학생들의 호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었다. 용돈만 주고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는 사회 현실에서 학교폭력을 아이들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온당한지 물었다.

처벌 받더라도 아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완충지대(갱생, 변화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학교폭력이 나쁜 행동임을 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이고, 이런 맥락에서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는 ‘처벌’에 무게를 두는 접근이어서 아쉽다.

학교폭력에 대한 선진국의 대응은 배울 점들이 많다. 유치원부터 비폭력대화를 가르치고, 학교폭력 발생시 개별상담과 중재 프로그램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다. 원칙을 갖고 대처하되 치료와 상담에 비중을 두는 접근은 처벌 중심의 접근과는 경로가 다르다.

과도한 경쟁위주의 교육체제, 경쟁중심 사회에서 학생들은 웃는 법을 모르고 자란다. 안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잃었고, 웃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웃지 못하는 관계에서 공감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공감이 없는데, 학교폭력과 같은 불편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가 없다. 부모와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에서 이러한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미 선진국은 타인과 원만하게 관계를 맺을 줄 알고, 협동을 통해 학습하는 능력을 우선하고 있다. 공감능력, 사회성 학습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우리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지를 물었다.

임정혁 강사는 학교폭력에 대해 가해자 학부모로서 혹은 피해자 학부모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상황에 봉착했을 때의 대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임 강사가 강조한 본질은 학생들과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는 대화였고, 관계 회복이었다.

광명교육포럼은 지역에서 교육문제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자발적인 학부모단체이다. 학부모 재능기부, 재능나눔을 통해 학교 현장, 지역현장을 찾아 봉사하고 있다. 독도 지킴이 캠페인 활동도 전개해왔다.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슈화가 되면서 학부모들의 바람직한 이해를 돕고자 강연회를 열었다.

김선영 대표는 “최근 학생부 기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연 후 소감에서 김 대표는 김기옥 부장판사가 절도 등 14범의 16세 소녀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인상적이었다며, 과연 이 아이가 가해자가 맞는 것인지, 처음부터 김기옥 부장판사와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 이 아이의 삶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이언주 국회의원, 정용연 시의회 의장, 김익찬 의원, 조화영 의원, 손인춘 의원 보좌관이 참여했다. 이언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학생부 기재에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처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대화를 통해 해결해 가야 하는데, 공동체가 사라져가서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마음열고 상담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여건 조성을 위해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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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이 2013-02-01 20:18:00
이 강연을 듣고서 많은 생각을 한 학부모입니다.
주변 엄마들에게 전해주고 싶엇는데 말주변이 젬병이라 힘들엇어요
이 기사 보여주면 되겟네요
기사 읽으면서 강연의 모든것이 생각나 참 좋네요
그럼 이만 전 아이와의 공감을 얻기위해, 아이에게 웃는 법을 알려주기위해 웃으러 갑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