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우울한가요?...그렇다면?
마음이 우울한가요?...그렇다면?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2.11 23: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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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자살예방지킴이, 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 김하나 실장과 생명사랑봉사단

 

▲ 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 김하나 실장. 노인복지관의 지원과 생명사랑봉사단 어르신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힘입어, 노인자살예방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늘 이들이 든든하다고.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봤나요? 몸 아프면 병원 가는데, 마음이 아파서 병원 갔나요?” 청중들은 “없어요”라고 답한다. 안내자 어르신은 “우울증 없이 지내는 것이 잘 지내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같이 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100세까지 잘 살아야겠다. 잘 먹고, 잘 자고, 마음도 편안하게 해야겠다.”

구정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월 8일 오후1시 광명노인종합사회복지관 강당 5층. 광명노인복지관 내 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 ‘생명사랑봉사단’(이하 생사단) 어르신 중 한 어르신이 복지관을 처음 이용하는 신입회원들을 대상으로 ‘노인자살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숙련된 안내 솜씨가 전문 강사와 다를 바 없다.

노인복지관 신입회원들은 복지관 이용 시 신입회원 등록을 하고, 이용 안내 교육을 받는다. 그 중 한 프로그램이 노인자살예방교육이다. 신입회원 교육에 앞서 마음검사 검사지를 받아, 작성하는 절차를 거친다. 검사지 작성과 안내교육은 생명사랑봉사단 어르신들이 직접 진행한다.

생사단은 노인자살예방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어르신 전문봉사단으로 노인복지관 어르신일자리창출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속된 15명의 어르신 봉사단은 전문상담 봉사원들로, 나름 해당 분야 베테랑들이다. 전직 교사 출신, 공무원 출신들도 포함돼 있다. 해당 분야에서 2,3년차 이상 활동을 해오고 있고,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어 팀워크도 좋다.

▲ 노인복지관 신규 이용자 대상 교육 과정에는 노인자살예방교육이 포함돼 있다. 교육에 앞서 생명사람봉사단 봉사자(왼쪽)들이 이용자(오른쪽)들로부터 마음 검사지 작성을 의뢰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일회씩 모여 교육도 받고, 사례 토론도 한다. 개인별로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노인자살예방 교육, 캠페인도 전개한다. 복지관 이용자 교육도 알아서 척척 진행한다. 지난해 ‘교육형 어르신일자리사업’으로 보건복지부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에 대한 소속감과 사명감이 생사단을 움직이고 있고, 이들의 열성적인 노력을 통해 대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사단 활동의 기반은 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이다. 노인자살예방센터는 경기도사업으로 도내 45곳이 설치돼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함께 노인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그 중 노인자살문제는 심각하다. 가족이 해체되고, 경제적 여건이 나빠지면서 어르신들의 자살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돌봄망이 부실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노인자살예방센터의 설치는 행정 차원의 대책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노인예방자살센터에 대한 지원은 수요와 필요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의 경우 전문상담 인력은 단 1명이다. 노인자살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면, 인프라가 열악하다. 전문 상담인력 1명이 지역의 노인예방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광명시 차원에서 독자적인 자살예방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인자살예방센터가 경기도 사업 모델이라면, 광명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지난해 자살예방센터를 설치해 올해부터 본격 운영한다.

자살문제는 예방이 우선이다. 자살예방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이고, 조짐을 보이는 경우에 대해 집중적인 사례 관리를 통해 예방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자살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자살예방센터가 노인복지관의 인적, 물적 자원을 연계해 노인자살예방의 축을 담당한다면, 시 자살예방센터는 지역 차원에서 자살예방시스템을 구축해 가야한다. 또한 정도가 심각한 경우에 대비해 시 정신보건센터와 의료기관들이 의료적으로 협력함으로서 자살예방시스템이 강화될 전망이다.

김하나 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 실장은 노인 자살예방전문 상담원이다. 생사단을 구성해 이끌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 지역에서 요구되는 각종 노인자살예방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자체 교육 진행, 사례관리, 생사단 관리, 지역내외 각종 네트워크 관리, 홍보 및 캠페인, 전문 상담원 모임 등 많은 일들이 그가 혼자서 해내는 일들이다.

▲ 교육 후 검사지 등 결과를 정리하고 있는 생명사랑봉사단 어르신들. 광명시노인자살예방센터 활동을 일궈가는 한 축이다.

생사단과 함께 1년에 2,700여건에서 3천여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원 당 10-20여 케이스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상담 사례관리는 수적으로 단순화해서 볼 수 없다. 일회적일 수 없고, 나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광명시노인예방센터의 실적관리는 도내에서 눈에 띤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일면일 뿐이다.

상담실적으로 단순화해서 사례와 수자로만 접근하는 발상은 외부의 시각일 뿐이다. 상담을 이해하고 아는 이들은 양적인 문제 보다는 질적인 관리에 더욱 집중한다. 상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경우, 이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이해시켜가면서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적 고충도 감수하고 있다. 상담 유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복지전달체계의 유형이 변하고 진화하는 것과 같다. 상담이 상담으로만 끝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복지전달체계와 연계돼 다양한 지원이 따라줘야 궁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김하나 실장에게 생사단은 든든한 응원군들이자, 조력자들이다. 복지관 이용자들이나 내방자들을 대상으로 검사지를 통해 상담군을 분류한다. 상담군은 일반상담, 자살상담, 위기상담으로 나누고 각 단계에 대해 S4~S0로 나눈다. 심각하지 않은 단계들에 대해서는 생사단 상담원들이 맡고, 보다 심각한 경우는 직접 상담을 진행한다. 생사단에 대한 자체 교육과 꾸준한 상담 활동을 통해 상담 능력이 쌓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여기에 복지관의 관심과 행정업무의 지원 시스템이 함께 하고 있어 노인예방센터는 자기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재의 시스템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일 뿐이다. 자살예방, 특히 노인자살예방에 대한 관심과 지원 그리고 협력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현실적인 어려움은 얼마든지 발생될 수밖에 없다. 때론 ‘무지’와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러한 현실의 벽에 봉착했을 경우에 느끼는 김 실장의 감정들이다.

옆집에 누가 살고, 그 집에 수저가 몇 개인지를 알던 시절에 자살문제는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공동체의 힘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체가 없어지거나, 약해진 상황에서는 시민으로서, 기관 종사자로서 누가 자살위험의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인지, 관심을 갖고 돌아보지 않는다면, 누수는 언제든 생겨날 수 있다. 자살예방의 사각지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예방을 위해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시스템이 중요하고, 여기에는 누가라고 해서 가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노인자살예방센터는 생사단 활동에 이어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고 있다. ‘실버 보둠이’ 사업이 그것이다. 생사단 활동이 교육형 일자리 사업이라면, 이 사업은 ‘복지형’ 일자리 사업이다. 12명의 어르신들이 독거노인과 기초노령연금수령자를 대상으로 그들과 친구관계를 맺는 활동이다. 안부를 묻고, 말벗이 되는 등 이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지원하면서, 그 속에서 자살 위험군이 있을 경우 조치를 취하는 활동이다.

이와 별도로 노인복지관 차원에서 ‘노인을 품는 지역이 있다.(노품지)’라는 지역차원의 어르신 돌봄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이러한 사업들이 자살예방의 긍정적 사업들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하나 실장은 사회복지사 출신 전문상담가이다. 이전에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중 가정폭력 피해 아동사례를 겪으면서, 사회복지사로서 상담 능력에 대한 한계를 경험하고 자각하는 계기가 있었다. 그 때부터 상담분야로 방향을 돌렸고, 현재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때론 벅찬 상담업무에 힘들고 지치기도 했다. 큰 벽에 부딪치는 고립감을 경험하기도 했다. 생사단 어르신들의 든든한 활동에 힘입어 오뚜기처럼 일을 진두지휘해왔다.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던 어르신 부부가 상담을 거치면서 병마를 이기고 황혼 이혼이 아닌, 동반자 관계로 나서는 것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희열을 느꼈다. 이러한 희열과 기쁨을 바깥 사람들은 몰라도, 함께 상담에 나섰던 생사단 어르신들과는 눈빛으로 교환하고 있다는 생각에 절로 자랑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 때도 있다.

김하나 실장은 어느 덧 미래의 꿈과 함께 현실을 살고 있다. “(생사단) 어르신들처럼 나도 나이가 들면 자살예방 봉사자로 살고 싶다. 그래서 건강, 스트레스, 영성, 경제적 문제와 같은 것들을 잘 관리하려고 한다. 생사단 어르신들처럼 봉사도 하고, 복지관도 이용하면서 행복하고 싶다. 이곳 복지관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처럼 늙고 싶다.”

광명시 노인자살 예방의 한 복판에 생사단 어르신들과 김하나 실장이 있다. 서로 의지하고 팀웍을 이뤄가면서, 행복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그 행복을 자신들의 울타리에 가두는 것이 아닌, 필요한 곳에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다. 긍지와 사명감, 그리고 열정으로.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다른 사람의 불행을 씻어 낼 수 있을까. 스스로 행복하다면, 행복을 나눌 준비를 해야 한다. 행복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은 또한 스스로의 행복을 훼손하거나 분실하지 않도록 잘 지켜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이들의 불행을 돌보는 이들이 그 힘을 잃지 않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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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나무 2013-02-12 13:36:35
오드리 햅번이 아들에게 그랬답니다.
"우리 손이 왜 두개인지 아니?" 라구요.
"우리 손이 두 개인 이유는 한 손은 나를 위해,
다른 한 손은 타인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마지막 문단이 마음 속에 감동으로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