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종착역
바람의 종착역
  • 기호신
  • 승인 2013.03.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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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신의 시와 사진의 만남

바람의 종착역

                                            기호신

현재온도
영하 14.5도
바짝 날 세운 겨울이 온 도시를 얼려버렸다
달라붙는 찬바람을 털어보지만
벗어날 수가 없다
그때
뚫리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한 빙하를 뚫고
한줄기 무모한 바람이 피어올랐다
얼음판에 자신을 내던져
살점의 온기 하나로 겨울을 녹이고 있다
바깥으로 뿜어대던 열기를
속으로 갈무리한 그가
젖은 눈빛을
따신 눈빛으로 보듬어준다
그의 보시에
겨울이 얼어버렸다
구불구불 접힌 마음들이
캄캄한 미로를 철거하고 새싹을 피워내고 있다
수많은 발자국이
깨어질 대로 깨어진 봄을 부화시키기 위해
얼음판을 녹인다.
날갯짓도 없이 날아오르는 바람에
온 하늘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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