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직 공무원들, 우리는 ‘깔때기 인생’인가?
사회복지직 공무원들, 우리는 ‘깔때기 인생’인가?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3.25 21: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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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사회복지사들 자살 외면 말아야.

▲ 지난 3월21일 사회복지관련 단체들이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복지직 공무원 확충과 민간부문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31일 용인에서 사회복지사가 투신자살했다. 29세였다. 지난 2월26일 성남에서 또 사회복지사가 투신자살했다. 5월 결혼을 앞둔 여성 공무원이었다. 지난 3월19일 울산에서 30대 사회복지사가 자살했다.

공공영역의 사회복지사들의 업무과중과 그로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1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등 복지시민단체들이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개선과 업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영역의 사회복지사들은 정부 사회복지정책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민간영역의 사회복지사들은 여러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그 어두운 소용돌이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급기야,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은 공공부조, 장애연금, 노령연금, 각 종 바우처 사업, 민원업무 등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 여기에 5세 이하 보육료 지원, 교육비 지원 등 복지서비스 증가에 따른 추가 업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정기간 동안 특정업무들이 몰리는 경우에는 더욱 버거워진다.

복지업무의 특성상 일회적인 업무보다는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한 업무들이 대부분이다. 취약계층의 경우 개인문제와 가족문제, 취업문제와 경제문제, 건강문제가 중첩되어 나타난다. 민원이 발생될 경우나 긴급 지원을 요하는 경우, 사안의 해결이 단순하지 않다.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안은 채 발생되는 취약계층들의 ‘한풀이’성 민원은 업무의 피로감을 더욱 높이고, 전담 공무원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일까, 일선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은 자신들에 대해 ‘깔때기 인생’이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업무를 ‘깔때기 행정’이라고 부른다. 업무는 폭주하고, 전담인력은 정체돼 있는 상황을 일컫는 것이다. 16개 중앙부처 289개의 업무가 동 주민센터로 내려오는 상황이다.

전 사회적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와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선 현장으로 사회복지 행정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업무 증가에 맞춰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인력 충원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기형적인 현상이다. 급기야 일선 사회복지사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민간영역의 사회복지사들 역시 다르지 않다. 정규시간에 상담, 프로그램 진행, 교육, 방문조사, 자원조사, 물품지원 등 업무를 하고, 정규업무 시간 외에 기록, 평가, 실적관리 등 나머지 일을 감당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청한 단체들은 사회복지사들의 ‘노동 안전권과 생명권’ 보장을 요구하며, 복지 전담공무원들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할 것과, 민간영역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더 이상 사회복지사들의 죽음을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사회복지사 확충과 민간 영역의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급한 대로 경험이 많은 숙련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을 일선 동 주민센터에 집중 배치해, 폭증하는 업무를 처리하도록 효율성을 높이고, 경험이 짧은 공무원들은 일을 배우며 지원하는 일을 맡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다.

광명시는 ‘복지동(福祉洞)’ 시범운영을 통해 지역차원의 사회복지 업무에 대응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사회복지 요구에 즉각 대응하고,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위한 일환으로 읽혀진다. 기왕에 복지동 시범운영 과정에서 폭증하는 사회복지 업무를 경감하고 분산하는 효율적 행정모델을 만들어 내는 사례도 함께 발굴해보면 어떨까 싶다.

또한 공공분야 사회복지직의 업무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들의 업무경감을 위한 업무조직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한편 광명시는 지난해 시의회 건의와 광명시민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민간영역의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초과수당을 지급하도록했다. 그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의미있는 조치였다.

나아가 일회적인 조치가 아닌, 민간영역의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방안을 마련해가야 한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민관(民官) 거버넌스를 통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돼야 성과를 낼 수 있고, 그 중심에 일선 사회복지사들이 있다. ‘복지국가’가 우리사회의 진정한 ‘대안’이라면, 사회복지사들의 죽음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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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관 2013-03-26 09:48:15
전부터 느껴왔던 일이지만 업무 특성상 제대로 진행되는 힐링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상담사들의 경우에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그들도 상담을 받는다고 합니다. 타인의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감성적으로 상당히 버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사회복지의 업무 특성상 이들도 감성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제대로된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
인력문제가 아직 요원하니 즉시 시행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