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신의 사진과 시의 만남
꽃비가 내리던 날
기호신
돌아 서도 돌아 서도
지워지지 않을
퍼내도 퍼내어도
마르지 않을
못다 피어난 꽃비가
하늘 향해 돌아눕는다.
아직 벗어야 할 뒤탈도 없는데
훌렁 벗어 온몸을 씻기 우고 간다.
물먹은 호흡은
끊기는 순간까지
삼켰던 충혈을 멀미하며
울분의 하산 길을 삭혔으리라
탐욕스런 거구는
칼눈 치켜뜨고
참상을 호상이라 색칠하는데
천박한 몸짓은
마주선 총검을 치부의 방패로
돌개바람 불러드려
무수히 짓밟아 나뒹구는데
겁탈당한 눈 밑의
말라가는 물기를 잊지 말라고
한눈팔지 말라고
지워지지 않는 꽃비가
슬픔을 가득 태워 가슴을 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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