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의 미래’는 원자력 안전 신화를 ‘고발’한다.
‘후쿠시마의 미래’는 원자력 안전 신화를 ‘고발’한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6.03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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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민협, 영화 ‘후쿠시마의 미래’ 공동체 상영...‘탈핵도시’ 선언해야.

'후쿠시마의 미래'는 진지하게 묻는다. 당신들은 안전하냐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수 없다면? 한 번의 사고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진다면? ‘후쿠시마의 미래’는 그랬다. 원자력 에너지는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고, 확대돼 왔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반드시 어둠이 있는 법. 원자력은 밝음만이 강조돼 왔지만, 그 이면의 실체인 어둠은 ‘은폐’돼 왔다. 막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원자력 에너지의 이면은 치명적이었다. 원자력 핵 폐기물은 가둘 수는 있어도, 처리될 수 없다. 방사능의 누출로 인한 피폭의 피해와 참상도 끔찍했다.

광명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함께 ‘후쿠시마의 미래’를 5월31일 오전10시 광명문화예술교육센터에서 공동체 상영했다. 후쿠시마 미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미나미소마 주민들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타리 영화이다.

지진과 쓰나미는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로 이어졌다. 안전은 없었다. 사고의 참상 후, 후쿠시마현의 미나미소마 지역의 주민 2만여명이 피난을 갔다. 그 지역의 3분의 1은 살 수 없는 경계 지역이었고, 제염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안전을 의심했다. 지금 있는 지역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민들은 불안했다. 더 큰 재앙에 대한 ‘미래’도 걱정했다.

영화 속 미나미소마 주민들 10여명은 26년 전 끔찍한 사고를 겪은 체르노빌 현장을 방문한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발생 이후 코바린 이주단지로 이주한 주민들을 만나며 그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아픔을 목격한다. 아이들과 주민들은 아직도 아픔을 호소한다. 방사능 피폭의 후유증은 많은 시간이 경과한 후 나타나고 있다는 전문가의 증언은 미래를 불안하게 했다. 체르노빌의 원전은 아직도 폐로가 아니었다. 가둘 수는 있어도, 소멸 시킬 수 없는 문제였다.

체르노빌 현장을 둘러보고 온 주민들은 자신들과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당장 무엇을 시작한다. 정부가 제시한 방사능 기준치를 신뢰하지 않는다. 정부의 제염 작업과 안전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않는다. 사고의 진실에 대해서도 은폐하고 있다고 믿는다. 결국 주민들 스스로 자신들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각한다. 아동의 권리를 지키고, 안전관리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행동에 나선다.

한 전문가는 일본 사회를 암울하게 진단한다. “3.11 지진으로 인해 일본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시스템이 무너졌다. 정신구조도 무너졌다. 일본은 침몰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나레이션은 묻는다. “아이들을 지켜라. 미래를 지켜라. 아이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후쿠시마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영화는 진지하게 ‘후쿠시마의 미래’를 물었다. 그 물음은 후쿠시마의 미래뿐이었을까? 원자력은 절대적이고, 안전하다고 믿는 안전 불감증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에 대한 물음은 아니었을까. 이웃 나라의 원자력 사고를 보면서도, 원자력 안전 서류를 조작하고 은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도대체 무엇일까?

참가자들은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줄이고, 핵 없는 도시로 가야 한다고 토론했다.

영화를 지켜 본 후 참가자들은 ‘소감’을 나누었다. 그리고 생활 속에, 미래에 대한 ‘대안’에 대해 고민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6개월 지나면 잊는다. 다시 전기를 펑펑 쓴다.” “원전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가자들은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줄이는 실천을 제안하고 공유했다. 절전이 에너지 절약의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원자력 핵 에너지에 대한 문제임을 인식했다. 밀양 송전탑 문제가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원자력의 문제임을 인식했다. 우리의 문제를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 떠넘기는 문제임을 자각했다.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했고, 아이들과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 지 고민했다. 원자력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공감했다. 우리 지역에서부터 핵 없는 ‘탈핵도시’를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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