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인권이란?
나에게 인권이란?
  • 최규성(볍씨학교8학년)
  • 승인 2013.06.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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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터놓고 말하는 네트워크’ 참여 후기 / 최규성(볍씨학교 8학년, 15세)

‘인권을 터놓고 말하는 네트워크(이하 인권넷)’이 처음 모인 자리에서 나누었듯, 처음 모임에 참석할 때는 솔직히 말해서 ‘인권’이라는 세미나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단순히 학교 밖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한다는 흥미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미나의 회차가 지날수록, 시작보다는 많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인권넷에 참석해서 많은 배움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한 가지는 앞으로 내가 살아가며 나에게 다가올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부분적으로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미래에 대한 좌절, 또 답답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체감한 것이 적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아직 그다지 많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며 내가 느낀 것으로 인권넷에서 만난, 인권 회복을 위해 온 몸으로 뛰시는 분들의 얘기를 온전히 공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공감했다고 생각 했다면 그것은 주제넘은 위선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학교라는 사회를 떠나고, 집이라는 사회를 떠나 한국이라는 커다란 사회에서 살 그때에는 아마 인권넷에서 배운 것이 정말로 와 닿지 않을까.

또 내가 인권넷에서 얻은 것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이들의 부당한 피해와 슬픔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앉아있는 자리가 불편하긴 했지만 그런 부조리의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런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생기는 분노는 내가 아직 적극적으로 그런 문제에 정면대응하게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내가 소극적인 도움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게 했고, 또한 언젠가 적극적으로 나의 생각들을 실현하게 할 가능성을 열어줬으니 잠재적이더라도 정말 큰 자극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아직 인권넷에서 나눈 문제들을 내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풀려 노력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위에서 계속 언급했다시피 순간의 감정으로는 내게 분노를 일으킬 수 있지만, 인권넷 시간이 끝난 뒤의 내 생활 속에서는 그런 문제들이 내게 부딪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고, 스스로도 자책감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자신에게 문제가 되지 않거나 어떤 이유로 사명감이라도 생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런 투쟁을 할 이유가 생길까.

그래서 나의 경우만 봐도 인권넷에서 만난 사람들의 투쟁은, 윤리적으론 당연한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혁명적인 개혁을 일으킬 만큼의 공감대와 결집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 당장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문제가 아니라면(인권넷에서 만난 것들은 그런 것들이 많았지만...) 문제를 정말로 느끼는 사람들이 결집해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부분이 바람직하진 않더라도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인권넷을 다니며 이런 생각과 말들을 하면서, 왠지 실제로 관련도 없으면서 주제넘은 소리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틀린 얘기가 아닌 이상 좀 잘난 척 하는 것 같더라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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