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영화 상영회
‘아직은...’ 영화 상영회
  • 양영희(구름산초교사, 광명혁신학교연구회장)
  • 승인 2013.07.04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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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주말이야기(2013.6.28 오후 8시)

▲ 아직은....상영하고 싶지 않지만....영화 상영회. 작고 예쁜.

낮에 한차례 내린 소나기로 개울가 물소리 커지고, 하늘엔 총총 별이 나오기 시작한다.

마당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잔디밭에 의자를 놓으니 도시의 소극장이 부럽지 않다. 시원한 밤공기가 기분도 상쾌하게 해 준다. 10여명이 모였는데 그들 모두가 배우이거나 그 가족이다. 그러니까 오늘 상영회는 ‘가족파티’가 되었다.

열일곱살의 아이가 홈스쿨링을 선언하고 만든 처녀작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를 구하고 다시 처음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이 모든 과정이 주변의 사람들(네트워크)로 채워졌다. 영화수업을 해주신 선생님, 기꺼이 ‘노 개런티’로 출연해준 배우들, 해서 영화 스캐줄은 배우들이 시간될 때만 촬영이 가능했다. 게다가 감독이 젤 나이가 어린 탓에 누구한테도 맘에 있는 소리를 못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스물한살의 남자주인공 무영은 화가가 되고 싶다. 사이비 교주인 아버지와 단둘이 시골에서 갑갑한 생활을 하며 그림에 모든 걸 건다. 무영은 두평 남짓 다락방에서 생활하며 생의 ’또아리‘를 튼다. 3년 동안 만난 여자 친구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 친구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떠난다. 모든 이별에서 상대를 이해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지 모르지만 무영도 그렇게 남는다. 괴로운 시간 속에 아버지도 떠나고 점차 시력을 잃어간다. 그러다 생의 모든 걸 잃고 죽어간다.’

영화엔 미래를 알 수없는 깊은 자기성찰과 고뇌하는 청춘이 그려져 있다 . ‘아버지는 자기말만 하고, 아들은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둘의 일상’처럼 영화와 감독의 이야기가 ‘오버랩’되기도 한다. 우리는 세상의 시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자기 고민이 많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아직은 습작이니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을 수 없다. 감독으로서의 연출력, 카메라 다루는 솜씨도 능숙할 수 없다. 게다가 ‘무예산’, ‘노 개런티’, 그러니까 ‘생’으로 만든 작품이다. 자신이 가진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래서 영화에 등장한다. 자신의 방, 자신의 집, 마을...

그런데 그냥 지낼 땐 모르던 것들이 영화에서 보니 아름답다. 관객들의 반응이 우리가 이렇게 예쁜 곳에 사는 줄 몰랐단다. 마을의 재발견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고 작품화 한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낼 일이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에서 처음이라 부끄럽다고 말한 ‘ 열일곱살의 감독’, 이번 작품이 맘에 들지 않아 다시 도전한단다. 대사나 ‘상실의 과정’ ‘청춘의 아픔’이 잘 드러나 좋다는 관객 평에, ‘낯을 가린다는’ 감독은 또 부끄러워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길,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드러내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돕는 아주 예쁜 영화상영회였다. ‘아직은’인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는 힘, 그 속에 멋진 날개를 키우는 ‘어린 감독’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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