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빈손
  • 기호신 작가
  • 승인 2013.08.0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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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신의 시와 사진의 만남

빈손

                                                         기 호신

오랜만에 아주 간만에
붙잡았던 시간을 날려 보내고 게으름에
도장을 찍었다
마음을 풀어 헤치니 쫒기 던 몸뚱이도
별거 아니라는 듯 긴 하품으로 맞장구를 친다.
눈꺼풀 길게 닫았다
짧게 열었다 다시 푹 닫고 논다
가끔 혼자 놀던 바보상자 안아 달라 불러도
뱃속의 요란한 투정도 대답안하고
가오리 되어 달라붙었다
변두리의 삶으로 밀려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요란하게 소식 달고 오는 따르릉 미워
생각 한다
수면제 먹여 재워놓을 껄
문 안 열어 주면 가지 않을 기세라 받아보니
바람이 쭉 빠져 나간다
힘껏 붙잡아 봐도 버리고 가야 하는데
무엇인가 잡겠다고 구석구석 헤집었었다
햇살 한 가지 움켜쥐었노라 믿었었다
빈손이다
바람에 실려 가는 종이 한 장에 팔려가는 삶
밑돌 빠져나가는 줄 모르고
온기 가득한 오두막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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