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거울
구겨진 거울
  • 기호신
  • 승인 2013.08.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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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호신의 시와 사진의 만남

▲ c.기호신

구겨진 거울

                                         기호신

눈부신 햇살이 마음껏 뛰어노는 광장
침묵의 콘크리트 틈새에
꽁꽁 묶이어 온기 걸음하지 않을 것 같던
풀꽃이 울긋불긋 피어올랐다
손에 손을 맞잡고 밝힌 울음을 피워내고 있다
무참히 짓밟힌 고목의 새싹을 움 틔우려
간절한 기도의 빛을 밝히고 있다
쥐어뜯기고 멱살 잡혀
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내릴 것처럼 흔들리는
내일의 벽 앞에서 안타까운 몸부림이다
철옹성에 사나운 발톱 감춘 채
막힘없이 칼자루 휘두르면
내장부터 곰팡이 슬고 고름 자란다는 걸 모르는 걸까
흘러내리는 로또 당첨금에
차갑게 식어버린 가슴 정신 못 차리게
물어 뜯겨야만 알 수 있을까
이글거리는 벌판에 내몰려
바람의 섬뜩한 칼날에 잘리어진 날개에는
언제쯤 온기 돋아날까
날개를 잘라버리고도 죄라는 것을 모르는데
곧이곧대로 드러내는 것이
풀칠하는데 도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비틀어 살순 없다
입구를 잘못 들어 생각의 걸음이 엇나갈 때
중심을 밀려난 출구는 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상처 입은 거울 지울 순 없어도
흐린 거울 맑게 닦아야한다는 걸 알기에
지문처럼 찍혀있는 굴곡 걷어내고
잔잔한 물결 출렁이는 수평선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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