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팔 생각은 않고, 아이스크림에만 정신 팔려...
물건 팔 생각은 않고, 아이스크림에만 정신 팔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9.10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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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체육관 녹색나눔장터 참가 후기.

 

 

지난 9월7일 토요일. 딸과 함께 시민체육관에서 열리는 녹색나눔장터에 갔다. 오전 일과를 보내고, 점심 후 오후 시간에 짬을 냈다.

7살 아이의 책 중, 벼룩시장에 내어 놓을 만한 책들을 아이에게 고르라고 했다. 아이는 주섬주섬 책을 골랐고, 어느 새 책은 한 바구니가 됐다. 돗자리를 챙기고, 아이 손을 잡고 시민체육관으로 향했다.

녹색나눔장터는 오전 10시부터 개장해 11시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11시부터 오후1시경을 즈음해 많은 시민들의 방문과 거래가 이뤄진다.

딸과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경이다. 장터의 물건이 어느 정도 빠졌을 때이고, 방문객의 발길도 조금은 줄었을 즈음이다.

 

▲ 주인은 아이스크림. 손님은 손님대로.

 

접수대에 등록하고 빈 텐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돗자리를 폈다. 아이에게 원하는 대로 책을 펼쳐 전시하라고 했고, 판매 가격도 정해보라고 했다. 유치원에서 장터를 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지만, 아직 돈 개념이나 장터 운영은 미숙하기만 하다. 툭하면 아빠가 하라며, 수줍음이다.

지인의 방문이 있었고, 동갑내기 딸이 함께 했다. 지인을 통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이 손에 쥐어졌다. 책을 고르고 가격을 지불하는 '손님'이 방문해도, 아이는 아이스크림에만 집중한다. 엉성한 주인이다. 100원도 지불하고, 500원도 지불한다. 물건을 파는 데 목적 보다는 다 읽은 책을 이웃과 돌려보는 것이 목적이기에, 가격 지불은 부가적이다.

손님 접대에 미숙하고, 툭하면 다른 곳에 재미를 붙이는 엉성한 주인이지만, 책은 잘 팔려 나갔다. 그 책은 누군가의 집으로 이동했고,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또 상상의 나래가 되어 줄 것이다.

 

▲ 아이스크림. 이 맛이야.

 

 

▲ 책 판 돈을 악세사리로 바꾸는 아이.

 

아이는 책을 판 동전으로 옆집 가게에 들러 악세사리를 산다. '벼룩시장은 원래 이런거'라며, 너스레를 떨고 자신의 구매를 정당화한다. 물건을 내다 팔기로 했지만, 수입에 대해서 어떻게 사용하자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속수무책 아이의 행위를 지켜봤고, 아이의 흐뭇한 표정에 만족했다.

집에 돌아와, 아이와 약속을 했다. 수입의 절반은 너를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자고.

아이와 갑작스레 벼룩시장에 나선 것은 우연히 지역모임에서 아이들과 벼룩시장에 나서는 이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의 아이는 벼룩시장에서 번 수입으로 매달 3만원을 아시아의 어려운 아이를 입양해, 후원한다. 좋은 사례라 여겨, 우리 아이에게도 적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 아이는 녹색나눔장터와 인연을 맺었다.

 

▲ 벼룩시장 풍경

 

시가 운영하는 '광명사랑 녹색 나눔장터’는 지난 6월 15일 개장한 후 매월 첫째 ․ 셋째주 토요일에 시민체육간에서 개최되고 있다. 장터에는 일반시민과 재활용 단체 등 100여 팀이 참여하여 잠자고 있는 재사용 가능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벼룩시장의 재미는 다양하다. 집안에서 잠자고 있는 물품을 나눠쓰는 순환의 의미도 있다. 이웃과 교류하고, 작은 경제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자신의 살림을 내어 놓는 '개방' 그 자체도 의미있다. 시장에 쏟아져 나온 다양한 물건들을 둘러보는 쇼핑의 재미도 있다. 벼룩시장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참가자들이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따라 그 잠재성은 무한하다.

시는 9월 28일, 10월 5일, 10월 19일, 11월 2일에 나눔장터를 개최할 예정이다.

 

▲ 이웃들과 함께 그리고 이웃을 만나다.
▲ 벼룩시장 표정.
나눔운동에 함께 하고자 하는 개인 및 단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상업적 목적의 참여는 제한되고, 판매수익의 10%이상의 기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부금은 광명희망나기운동본부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광명시민을 위해 사용된다. 참가신청은 광명시 자원순환과(☎2680-2319)와 네이버 카페 ‘광명사랑 녹색 나눔장터’로 하면 된다.

나눔장터에서 이웃을 만났고, 우리 아이가 팔 물건을 재밌게 읽어내려 가는 '순간 이동도서관의' 장면도 만났다. 별일 없으면 딸 손을 잡고 벼룩시장에 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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