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신의 시와 사진의 만남
여문 달
기 호 신
꼭꼭 채워 여문 달
곱디고운 자태로 다가왔습니다.
누군가는 설렘의 문을 열고
누군가는 빈껍데기에 매달린 얼음조각이
뼈 마디마디를 적시는 시간입니다
떫디떫은 땡감의 추억도
구수한 누룽지의 향기도
지워지지 않는 조각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직
지나간 향수를 떠나보내지 못함은
푹 꺼진 계단만을 밟고 올라온 때문일까요
이 채워진 계절에
떨어지지 않는 부끄러움만이 조여 오는 것은
딛고 선 땅이 안아주지 않음 인가요
아님
움켜쥔 손목에 힘줄 솟지 않았기 때문인가요.
그것도 아님
떨어지는 꽃잎만 찾아다닌 때문인가요.
어떤 물감으로 그려진 생인지 알 수 없지만
훌러덩 벗겨진 가슴에도
돌담위에 박꽃은 피어 있겠지요.
빈껍데기만 움켜 쥔 손을 내려놓으니
타달타달 재촉하는 여백이
조금씩 덥혀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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