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무능’은 ‘교육과 멀어진 이들’이 학교 현장 좌우하기 때문....교육중심으로 시스템 바꿔야.
‘학교무능’은 ‘교육과 멀어진 이들’이 학교 현장 좌우하기 때문....교육중심으로 시스템 바꿔야.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10.0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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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복지국가소사이어티 4기 리더십강좌] 복지국가 그리고 교육문제 / 이기정 교사

▲ 교육문제는 학교무능으로부터 비롯된다. 학교무능은 교육과 멀어진 이들이 교육을 지배하고 군림하기 때문이다.

교육문제의 해결지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입시제도일까? 교육문제와 복지국가의 관계는 무엇일까?

광명복지국가소사이어티(대표 장영기)가 진행하는 4기 리더십 과정, 4번째 강좌는 ‘교육문제’를 주제로, 9월30일(월) 저녁7시에 진행됐다.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의 저자인 이기정 현직 교사가 강사로 나섰다. 이기정 교사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 문제 등 거시적 측면이 함께 연동돼야 하지만, 교육 문제 자체에 국한해서 들여다보자며 강의를 풀어갔다.

이기정 교사는 정권이 바뀌면 입시제도에 손을 대는 것은 입시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 쉽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실제 입시제도 변경을 통한 교육문제 해결의 효과는 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무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교의 무능은 학교가 ‘교육적 기능’에 집중하지 않고, ‘행정사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학교는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의 관점에서 재구조화될 때 무능에서 유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교육의 문제에 집중하는 학교는 입시교육에 있어서도 무능해지지 않는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결코 입시문제와 배치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이기정 교사의 진단이다. 학교는 재밌어야 한다. 인성교육도 이뤄져야 하고, 학생 각 자의 재능과 소질을 살려줄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 학교는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입시경쟁 과열이 현재 학교교육의 문제라면, 적어도 학교가 입시문제에 있어서라도 ‘유능함’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기정 교사는 학교 무능의 핵심을 교육의 문제를, 학교행정의 문제로 접근하는 전도된 현상 때문이라고 평가했고, 단언했다.

학교는 교육하는 공간이지, 사무행정을 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런데 현실 학교 현장은 교육이 중심이 아닌, 학교 사무행정이 중심이 되고 있다. 교사가 학생을 만나고, 교과와 수업연구를 중심으로 교사들을 만나고, 학교가 그에 맞게 조직돼야 함에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가 교육 중심의 시스템인가? 아니면 사무행정 중심의 시스템인가? 교사가 교무실에 오면 수업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교무행정을 해야 하고 그런 과업이 주어지는 부서에서 일을 하는 현실이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을 하고 원무과에 가서 병원행정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교육이 아닌 사무행정이 중심인 학교 현실에서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오히려 승진에서도 멀어지는 현상을 낳고 있다. 학교 권력의 7-80퍼센트를 좌우하는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일찍이 멀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학교가 교육을 중심으로 교사를 돕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아닌, ‘교육과 멀어져 있는 이들’이 권위적으로 교사 위에 군림하는 현실이다. 승진을 위해 교육을 방기하고, 교육과 멀어져 있는 이들에 의해 교육이 좌우되지 않고,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 중심의 학교 시스템, 학교문화로 바뀔 때 비로소 학교는 유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기정 교사의 진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교사의 업무경감을 덜어주는 정도의 정책적 접근이 아닌, 교사는 수업과 수업연구에만 몰두 할 수 있도록 학교시스템을 대폭 바꿔야 한다. 그래야 학교의 그릇된 승진문화도 바뀐다.

이기정 교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소개한 단적인 예는 이렇다. 입시제도만을 놓고 교육의 변화를 꾀하려는 순간, 각 종 정책적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입학사정관 제도를 통해 학생을 ‘교육적’으로 선발한다고 해도, 그에 맞는 학생들은 결국 부모의 경제력, 문화자본에 의해 혜택을 누리는 아이들이 될 수밖에 없다. 양극화 사회가 가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딜레마이고 한계이다.

결국 학교를 바꿔야 하는데, 학교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행정업무 인력을 5만명 충원하자고 제안한다. 교육예산이 부족하면 교사들의 성과급을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교사 성과급제는 교사를 평가하는 것의 결과이지만, 학교 현장에는 맞지 않다.

또 다른 예도 있다. 교장에게 수업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일주일에 최소 4-5시간은 수업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학교의 의사결정자들이 교육과 교육현장과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보완장치이자, 발상이다. 행정이 교육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교육을 지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교육을 잘하는 이들이 학교 관리자가 되어, 교육적으로 학교 현장을 돕도록 하자는 발상이다.

학급당 인원을 줄이기 위해 기존 교실을 절반으로 나누는 방안,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고려해 학생들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도입하는 학점제 등 이기정 교사는 자신의 각 종 정책 아이디어를 책에 담았다.

현직 교사로서 교육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개입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교육과 공교육을 오가며 쌓은 그이 독특한 교육적 경력들은 그가 현실 교육문제 해결에 대한 균형적이고 생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한편 이기정 교사는 복지국가와 관련해서 복지망이 더욱 두터워져야 하고,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 보상체계가 바뀌어야 교육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큰 방향과 틀에 대해 공감했다. 다만 이날 강의는 좁은 의미의 교육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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