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라도 함께 가야지요....‘달팽이 나라’ 스웨덴.
늦더라도 함께 가야지요....‘달팽이 나라’ 스웨덴.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10.13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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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복지국가소사이어티-4기 리더십아카데미 5강 / 하수정 한겨레신문 미디어연구소 연구원
스웨덴 복지국가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사회는 국민적 합의, 사회적 합의가 있다. 한 사회의 최대 성장, 한 개인의 자유와 성장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합의가 있다. 모두가 수긍할 때가지 토론하는 ‘합의문화’가 존재한다. 그 사회의 평균치를 적용하기 보다는 약자를 우선하는 사회적 문화가 존재한다. 무엇보다는 현재 스웨덴 모습을 만들게 된 전통과 역사가 있었고, 그 한 복판에 신뢰받는 정당과 정치인이 있다.

10월7일(월) 저녁7시 평생학습원에서 진행된 광명복지국가소사이어티(대표 장영기) 4기 리더십 강좌에 하수정 한겨레신문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강사로 나섰다. 하 연구원은 3기 리더십 강좌에서도 스웨덴 복지국가와 정치에 대해 소개를 한 바 있다. 그는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공부하면서 직접 그 나라를 체험했다.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놀라움을 경험했다. 무엇인가 노력하고 그 성취감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우리사회에서였다면, 노르웨이와 스웨덴에 머물면서는 빈둥빈둥 거리는 시간들 속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존재감 그 자체만으로 느껴지는 행복감”이었다. 그 힘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고, 한겨레신문 통신원으로 일하고 공부하면서 답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스웨덴 국민들이 존경하는 대표적인 정치인 ‘올로프 팔메’에 대해 책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를 썼다. 하 연구원은 지난 번 강의 때와 마찬가지로 스웨덴의 힘, 정치에 대해 소개했다.

에를란데르 스웨덴 사민당 총수는 23년간 총리에 재임하면서 스웨덴 복지국가의 기틀을 다졌고, 합의문화를 만들어냈다. 노동자와 자본가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다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했다. 어색한 만남은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매듭이 풀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목요클럽’을 통해 만나고 교류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합의문화’를 이끌어 낸 것이 에를란데르 총리였다. 스웨덴은 이러한 사회적 전통을 유지하면서 현재도 합의문화를 발전시켜가고 있다.

뒤를 이어 올로프 팔메 총리가 바통을 이어갔다. 팔메 총리는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 광풍에 흔들릴 때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스웨덴 복지국가 기틀을 지켜냈다. 스웨덴 국민은 정치인을 신뢰했고, 스웨덴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은 그런 국민적 신뢰를 배신하지 않았다. 1크로나(100원)를 아끼는 공무원과 정치인이 있기에, 국민들은 아낌없이 세금을 내고, 복지국가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스웨덴은 투명한 사회시스템과 신뢰가 작동한다. 공직자들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잣대가 엄격하다. 사민당 총리가 80만원 정도의 월 집세를 청구하면서 동거인의 집세를 함께 청구한 사실이 발견돼, 결국 스스로 사퇴한 사례가 단적인 예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에 비해 보좌관 수도 적고, 연봉도 적다. 반면 놀라울 정도로 일을 많이 한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이 도서관에 머물며 공부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 정치인들을 향해 스웨덴 국민들은 안쓰러운 시선을 보낸다. 공익을 위해 애쓰고, 헌신하는 이들로 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스스로의 자발적 이직률도 30퍼센트 정도이다. 그 만큼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달팽이 나라’이다. 더디가더라도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을 내림에 있어, 이해관계인들이 함께 토론하고 합의하기 때문이다. 늦더라도 결과적으로 그게 낫다는 믿음이 스웨덴에는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높은 신뢰이다. 일등보다는 이등을 더 많이 지원함으로서, 누구나 일등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한 사회의 성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한 개인의 성장, 높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이다. 복지국가를 통해 개인의 욕구를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이다. 복지국가의 혜택이 가족 단위로 부여되는 것이 아닌, ‘개인단위’로 부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혼자서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더라도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성공이 가능한 나라”이다. 기업문화 역시도 정부와 많은 협상을 통해 복지국가의 발전에 기여한다. 악랄한 기업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다. 높은 시민의식은 소비자로서도 발휘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키운다. 비판을 권장하고, 반기를 들도록 한다. 민주주의가 지켜야 할 이상이라면, 혼자서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약자에 교육의 기준을 맞추고, 협업을 통해 교육한다. 비판적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이다. 높은 시민의식을 가져야 민주주의가 지켜지기 때문이다. 똑똑한 시민, 꼼꼼하게 따지는 시민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이러한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스웨덴은 학교교육, 평생교육 등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발달돼 있다.

열 살 때부터 정치캠프에 참여하거나 정당 회원으로 가입해 정치를 가깝게 접한다. 스웨덴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치가 내 삶을 바꾼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양한 정치인과 세력이 제도 정치에 진출하고,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한다. 진보가 권력을 잡던, 보수가 잡던 복지국가의 기본 틀은 유지한다. 보편적 복지, 평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국가를 더 잘하기 위해 진보와 보수가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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