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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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호신 작가
  • 승인 2013.11.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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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신의 시와 사진의 만남

 

 

빨래줄

                            기 호신

드넓은 하늘을 날고 싶었다.
품었던 날개 흐릿하게 지워져가고
옥상 옆 구겨진 다락방에
널 부러진 삶만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짊어진 사연이 너무 무거워서인지
축 늘어진 등허리 뒤척일 기색도 없다
질기고 질기게 달라붙는 설움 풀어 날렸는데
날린 건 껍질뿐인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누르는 삶은
쉼 없는 눈물로 떨어진다.
출구를 잃어버린 햇살은
얼어붙은 땅속에서 알을 품고 있을까
혹 남아있는 햇살이 있다면
짓누르는 설움 말려줄 수 있을까
이 마른 날 푸석푸석 마른 살갗에
숨결을 타고 들어온 습한 먼지들이 각혈하는데
오늘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부끄러움만이
각인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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