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가 경제를 활성시킨다
'보편적 복지'가 경제를 활성시킨다
  • 김춘승 기자
  • 승인 2013.11.0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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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복지소사이어티, 제5기 복지국가 리더십 아카데미 열려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가 리더십강의 1강을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다뤄진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이다. 이 두 가지는 평등성을 강조한 ‘보편적 복지’의 방식이다. 시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에 의해 누구나 다 동일한 복지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개념이 ‘보편적 복지’이다. 정치적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 사회에서 ‘보편적 복지’가 실현될까.

광명복지소사이어티(대표 장영기 변호사)가 ‘왜 역동적 복지국가인가?’라는 주제로 이상이 제주대 교수를 초청해, 4일 평생학습원에서 제5기 복지국가 리더십 아카데미 첫 강의를 열었다.

이 교수는 경제적인 문제 극복의 주체를 개인이 아닌 국가와 시장으로 언급했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제도인 ‘시장’은 실패 가능성이 존재하며, 실패를 예방하고 문제를 교정하는 ‘국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고픔과 공포는 분노를 낳았다

애덤스미스는 1776년에 집필한 <국부론>에서 ‘자유방임 자본주의’ 개념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시장에 참여하기만 하면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분배가 가능한, 시장이 생산과 분배를 모두 해결하는 것이다. 시장이 성장과 복지를 모두 담당하니, 시장에 대한 개입을 하지 않는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작은 정부’는 시장에 규제를 하지 않고, 적은 세금을 부과하여 국방과 치안에 주로 쓰는 정부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규제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본이 독점화되고, 빈부 격차가 심화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한계를 비판했다. 그러나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미국 대공황까지 150여 년간을 지배했다.

대공황이 발생하기 전, 1929년 미국의 실업률은 3.2%였다. 취업자 수는 4천8백만 명, 주식투자자가 천만 명이었다. 투기로 발생한 거품은 그해 10월 29일 주식 대폭락으로 사라졌다. 그 후부터 1933년까지의 미국의 국내총생산은 그전 시기보다 절반으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27%, 자살과 굶주림으로 인한 약탈이 미국 사회에 만연했다.

그는 대공황의 원인을 ‘소득 분배 악화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지적했다. 생산성 향상으로 기술 혁신은 이뤘지만, 고용 없는 성장으로 소득 분배가 악화되어 구매력이 저하되었다. 구매력 저하는 재고의 증가로 이어져, 산업이 붕괴되었다.

미국 정부는 대공황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초기에는 ‘자유방임 자본주의’를 충실히 실행하여 시장에 개입을 하지 않았다. 1933년, 미국 남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적인 민주당의 루즈벨트 대통령 취임으로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수정 자본주의’로 변화했다. 그는 취임사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천명했다. 그 취임사는 “우리는 지금 무언가 해야 하며, 당장 해야 한다.”이다.

루즈벨트 정부는 테네시계곡공사법, 사회보장 관련 입법, 노동자의 권한 강화 입법(와그너법)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테네시 계곡공사는 정부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세계 최초의 ‘공공근로사업’이다. 사회보장 관련 입법은 노령연금, 보육수당을 지급하여 구매력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와그너법은 노조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다. 이 법은 노조의 교섭력을 강화시켜 낮은 임금의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자 임금을 상승시켜 구매력을 증가시켰다.

자본주의 황금시대

1950년부터 1970년 사이의 세계 경제 성장률은 4.0%를 기록했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협약으로 노동자는 고용을, 자본가는 적정 임금을 합의했다.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소득을 노동자에게 분배했다. 그러나 황금시대도 ‘생산의 침체’로 종말을 고한다. 구매력 증가에 따른 생산성 향상, 즉 기술 혁신이 더 이상 없었다. 황금시대 종말 이후 물가의 가파른 상승과 미약한 투자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작은 정부’으로 회귀...노동자의 눈물

미국과 영국은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시장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권리가 약화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이 시기에는 노동자 중에서 ‘맥잡’이라고 하는 비숙련공들의 불평등이 문제이다. 이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여력이 없으며,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그에 반해 대기업 노조는 강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높은 임금과 다양한 복지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한 구조에서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게 되었다.

기득권층(의사협회, 전경련, 변호사협회)은 독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로비 등으로 정부를 상대로 이득을 추구한다. 이러한 배타적인 행위(지대추구, rent seeking)로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현재 상위 1%가 연간 소득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대공황 전 미국의 상황과 일치한다.”며 우려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는 계층 통합적 복지국가를 구현했다. 절대 빈곤의 퇴치를 넘어 불평등 최소화가 목표이다. 보편주의 원칙 아래 사회수당과 사회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슬픈 자화상

‘11년 한국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 소득자 비율)은 16.5%로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자살률 2.3%(10만 명당 31명)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3배이다. GDP대비공공사회복지지출은 10%, 이 수치는 OECD 평균의 20%에 해당된다. 행복지수는 32위(총 34개국), ’12년도 출산율은 1.3%, 불평등이라는 괴물이 ‘행복’과 ‘희망’마저 삼켜버린 것이다. 45.3%의 시민이 자신은 하층민이라고 ‘11년 조사에서 응답했다.

‘97년 외환위기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98년도에 ‘워싱턴컨센서스’에 합의했다. 이 합의로 정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기조로 신자유주의적 구조 조정을 시작했다. 세금감세, 부자감세, 규제완화, 노동자보호법안폐지 등으로 경제체제가 양극화 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생산성이 양극화되어, 노동시장에서 이동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특히 노동자보호법안폐지는 신규 일자리에 비정규직으로 채워졌으며, 이런 불안한 일자리는 고시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고시족 증가의 원인이 되었다.

‘복지’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는 정당 필요

‘보편적 복지’는 사회 구성원 모두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보장하는 방식이다. 4대 사회보험(고용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의료보험)과 보편적 사회수당(아동수당, 장애인수당, 학생수당, 노령연금 등)이 보편적 복지이다. 우리 사회는 보편적 복지가 부실해서 시장 복지(민간보험)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의료보험은 의료비의 63%만 부담하고, 민간보험액이 공공보험보다 크다. “보편적 복지 확충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직업 선택의 보수화’를 지적했다. 대학 서열화를 대학 입학의 평가 기준이 ‘영어와 수학의 네모틀’이라며 비판했다. 기준이 영어와 수학 점수뿐이라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대학 이름과 성적에 따라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반면 “역동적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선 ‘임금과 복지 격차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 기업별 복지제도를 철폐하고 국가가 복지를 제공하면 임금 격차만 존재하게 된다. 시민이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창조적 경제가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무엇일까? “우리 국민이 조세와 사회보장에서 부담하는 비율은 25.9%(OECD 평균 34%, 선진복지국가는 40~45%)로 낮은 편이다. 기업과 소득 상위 20%가 세율을 조그만 더 부담한다면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다. 낮은 부담률을 높이려는 시민운동이 정치 세력화하여 복지국가를 가치로 내세우는 정당을 통해 정치로 실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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