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작당’하라....‘사회적경제’와 마주하라.
청년들이여, ‘작당’하라....‘사회적경제’와 마주하라.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11.11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경제토크콘서트(3), 청년들의 도전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사회적경제토크콘서트. 청년들의 도전을 주제로 진행됐다.

청년들의 작당은 재밌다. 청년들만의 남다른 에너지가 있다. 느껴졌다. 같은 무대이지만, 다르다. 나름대로 긴장한 듯한 무대이지만, 그래도 그 에너지는 달랐다. 청년들이 묻고 답했다. ‘사회적경제’에 대해서. 살아가는 삶의 표정이 다르지만, 진지하게 자신의 길에서 생각하며 걷고 있었다.

청년들의 작당 무대는 준비를 위한 사전 기획회의에서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그 정점에는 생생농업유통의 김가영 대표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청년의 당당함이 있었다. 성공한 사업가라고 칭하기에, 그의 외모와 동작, 언변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깼다. 고정관념을 깨는 삶이기도 했다. 아직 한참 더 내디뎌야 할 시간이 많은 그녀이지만, 뚜렷한 비전과 목표의식은 왜 그녀가 일찌감치 성공의 길을 걸어가는지 보여주었다. 어느 기업의 광고 카피에서 나오는 ‘청년정신’과는 다른 ‘생생한’ 청년정신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김가영 대표와는 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 이날 토크콘서트는 젊음의 에너지가 무엇인지, 왜 청춘이 청춘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광명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3차 사회적경제토크콘서트가 11월8일(금) 오후3시 평생학습원에서 진행됐다. 광명시 일자리창출과 대학생 잡스타트 참가자들, 시 공익요원 참가자들, 그 외 관심있는 지역의 청년들과 시민들이 객석을 채웠다.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브라스밴드의 식전 공연으로 행사는 시작됐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하 새사연)의 이수연 연구원이 진행사회를 맡았다. ‘협동의 경제학’이라는 책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이수연 연구원은 광명지역에 거주하는 청년이다. 그는 새사연에 대해 민간싱크탱크로, 시민들의 후원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연구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생생농업유통 김가영 대표
첫 발표는 김가영 생생농업유통 대표가 맡았다. 김 대표는 28살 청년으로 9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농업도 하고, 농업을 중심으로 한 유통을 통해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다. 생생농업유통의 주 농산물은 상추이다. 고춧가루에도 도전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아이티(IT)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티 관련 시장이 대자본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는 것을 느꼈고, 문은 좁았다.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졌다. 빠른 아이티와 정반대의 길을 찾았고, 농촌을 생각했다. 20살 농촌으로 내려와 맨땅에 열평 농사를 시작했다. 상추농사였다. 열평 농산물을 내다팔고, 다시 이십평으로 확대해, 또 내다 팔았다. 그렇게 팔고 매출이 생기면 다시 농지를 늘려갔다. 7년 만에 상추농사는 1만8천평으로 늘었다. 지금은 상추 농사 외에도 3만3천여평에 고추농사를 짓고 있다. 매출도 매출 추계 방식에 따라 30,40억원에서 10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모 언론사를 통해 10년 뒤 대한민국을 빛낼 100인의 리더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됐다. 피겨스케이팅에 김연아가 있다면, 농촌에는 김가영 대표가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 대표는 독자적인 상추 유통을 개척하면서 상추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에게 제 값을 치렀다. ‘착한유통’을 통해 농민을 착취하지 않고, 정당하게 가격을 지불하면서 ‘사회적경제’를 실현해가고 있다. 상추 농사를 통해 안정적 기반을 다졌다면, 경작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저장성에 주목해 고추를 선택했다. 중국과 에프티에이로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는 것 중에 고추가 있다.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익모델과 함께 에프티에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자는 마음에서 선택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어려움도 있다. 어려움 속에서 농촌의 활로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이 함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청년들에게 당장 농촌으로 내려갈 것을 권했다. 도시의 잉여자가 되기보다는 당장 필요한 곳에서 무모해보이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벤처농업기업가가 되겠다는 꿈으로 도전했고, 지금도 그러한 꿈을 일궈가고 있다. 농촌에서 비어있는 곳을 채워가고 있다. 열평의 상추 밭을 오가며 상추와 대화해가면서 자신의 꿈을 꾸었다. 59명의 직원들 중에서 41명이 67세 이상의 어르신들이지만, 그들이 상추 농사의 전문가라는 기업가적인 감각도 놓치지 않았다. 농촌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 농촌의 공백을 통해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고, 유통을 통해 해결해가는 것. 여기에 청년의 감각으로 자본주의적 기업하기를 따르는 것이 아닌, 사회적경제 방식의 기업하기를 따르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경제 기업의 인간관계, 비전을 모색하며 많이 벌고 많이 나누는 기업을 만들어 가겠다는 도전과 포부를 갖고 있다. 지금은 수십억대에서 백억대 매출하는 기업의 시이오이지만, 그는 20살에 시골로 낙향하는 결단을 했고, 그곳에서 기회를 찾았다. 고독한 시간들 속에서 견뎌내는 시간들도 있었다. 맨땅에 헤딩하며 직접 농촌 어르신들과 부딪쳤고, 또 농민들의 입장에 서려고 했다. 해체됐던 집성촌이 생생농업유통을 만나면서 회복되어 갔다. 함께 나누는 방식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곳곳에 배어있는 그간의 흔적들이 예사롭지 않음은, 톡톡 튀는 언변과 당돌함 속에서 사뭇 진지한 비즈니스 감각을 발휘하고 있음이다. 또한 함께 사회를 읽어내려고 하는 감각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가이자, 독특한 청년정신을 발휘하는 힘이다.

진행 측은 김가영 대표에게 비중을 실어 주었다. 그 만큼 청중들의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사전 조율이었다. 김 대표의 발표와 청중들의 질의응답으로 1부 순서를 진행했다. 짧은 휴식 후 바로 이어 2부 순서를 진행했다. 다른 사례 발표들은 지역을 무대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도전기였다. 광명지역에서는 ‘언니에게 한수배우다’(언한수)와 '비움과 채움‘ 사례가 발표됐다.

언한수 김지윤.
언한수 사례는 구성원 중에 한 명인 김지윤씨가 발표했다. 올해 19살. 이날 참석자 중 유일한 십대였다. 언한수는 광명지역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출신들 중에서 지역에 남아서 무엇인가를 해보자는 이들이 모여 시작했다. 2011년 마을창작단으로 시작해 ‘광명시라는 마을’에서 무엇인가를 작당해오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그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하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지역과 연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언니네장터, 동네한바퀴 프로그램, 지역복지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4년도에는 세계민주교육한마당 행사를 광명시에서 유치해 한창 준비에 바쁘다. 언한수는 누구나 먼저 배운 이들이라면 ‘언니’가 될 수 있으며, 마을에서 그 언니들과 배움을 주고 나누는 열린 배움을 통해 스스로 배워가며 성장하는 일과 생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비채 김윤옥 대표
‘비움과 채움’(비채) 사례는 김윤옥 대표가 발표했다. 비채는 마을가게 살림을 통해 재활용물품, 핸드메이드 제품, 공정무역,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마을가게 수익은 나눔단체 보탬을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비채 운영을 위해 ‘행복한 애벌레’ 사업을 통해 꾸러미 사업을 병행하고 있고, ‘비채앙상블’이라는 장애인 연주단을 후원하고 있다. 마을가게 살림은 10평 남짓 공간으로 소하2동 택지개발지구 내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 30여명이 1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출자를 해 2천만원을 모았고, 3천만원을 대출을 받아 가게를 오픈했다. 도시농업과 연계해 ‘힐링원예’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비채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사회적기업 형태를 통해 경제 자립을 해나가고 직접 복지를 실현해가고 싶은 포부가 있다고 밝혔다. 자신은 오지랖이 넓다는 평을 받는데, 그 일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20대들에게 꼭 독립할 것을 권했다.

청춘행성 김동혁 대표
지역외부 사례로 ‘청춘행성209호’가 소개됐다. 청춘행성 209호는 공간이름이다.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에서 놀다가 자신들 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마련한 공간이다. 209호는 20살부터 29살까지 누구나 모이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청춘행성209호 김동혁 대표는 동네에서 열심히 놀고 있다. 특정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장터도 열고, 지역축제도 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학교 생활을 하면서 밴드 활동을 했고, 이런저런 계기로 동네축제를 기획하는 일에 참여하게 됐다며, 그 인연으로 13,14년째 축제 기획에 참여했고, 올해 16회째 축제를 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재밌고 즐겁게 사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십대가 되면서 직업을 찾기 위한 스펙을 쌓아야 하고, 일과 삶이 괴리되면서 좌절과 실패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 속에서 이십대들을 위한 공간은 없고, 단절되는 경험 속에서 이십대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고, 올해 공간을 조성했다. 청춘행성209호는 지금도 여전히 작당 모의 중에 있다. 공간이 마련되니, 외부소비가 줄어서 좋다. 내년도에는 청년학교도 열 계획이다. 놀고 먹고, 작당하는 공간에서 청춘행성 209호는 계속 달려가고 있다.

플러스마이너스1도시 김지영 대표.
양천구 목2동에는 ‘모기동 카페’가 있다. 플러스마이너스1도시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단체가 운영하는 카페이다. 이들 역시 지역을 터전으로 삼았다. 지역에서 지역문화를 기획하고, 공공예술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마을 골목길에서 처음 작게 마을축제를 시작했다. 몇 명이나 올지 자신할 수 없었지만, 기대를 낮추고 시작한 축제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축제는 대표적인 모기동 마을축제가 됐다. 플러스마이너스 김지영 대표는 카페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체성이 형성되고, 모기동의 문화허브 역할, 마을 사랑방 기능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에서 놀고 먹는 일을 통해 호혜적인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게 됐고, 또 그 관계들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덜 벌고 덜 쓰더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 지역에 머물렀는데, 그 결과가 가져다주는 것은 의외로 크다고 말했다. 카페를 마련하고, 주변 이웃들과 관계에서 축제가 시작됐고, 그 축제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카페는 모기동 문화다방 역할도 하고,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도서관, 마을 다락방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트 상품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낮에 비어있는 점심 시간을 지역 주민들에게 내어 주고 있다. 그 시간대에 밥집이 열리고, 수익이 생긴다. 함께 살아가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역(마을)에서 놀고 먹고 일하고, 돈 벌자. 그 속에서 관계가, 네트워크가 생겨난다. 그리고 팽창한다. 그 경험은 신기하다.

토크콘서트의 시간은 어느덧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질문은 계속 됐다. 시간의 제약이 없다면 청년들의 고민과 질문은 계속 이어질 것이었다. 이날 다섯가지 청년들의 작당 사례가 소개됐다. 이들은 도전했다. 기존의 성공 시나리오를 따르지 않았다. 앞으로에 대해서도 장담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에서 자신들의 생각에 주목했고, 충실했다. 자기 생각을 고집했고, 욕심을 내지 않았다. 덜 벌고 덜 쓰면서 자유롭게 사는 길을 선택했다. 김지영 대표는 “문화예술이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를 계속하는 것이고, 자기 질문을 계속해가는 것이다. 자본과 매체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질문를 끊임없이 해가는 과정이다. 마을에서 훨씬 자유롭다. 굶지 않을 정도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해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혁 대표는 “공간을 만드니까. 돈을 쓸 일이 많이 없어지더라. 우리의 소비 문화가 과연 옳은가? 새로운 소비, 새로운 실험을 통해 다른 삶의 선택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연 연구원은 “기존 경제가 인간에 대해 이기적인 존재로 상정하고 시장과 경쟁을 통해 국가나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에 반해, 사회적 경제는 인간의 상호적이고 호혜적인 관계에서 신뢰하고 협동하고 연대하는 경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회적경제를 통해 삶의 불안을 해소해가는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다양성을 확보해가는 것으로 이해하자”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