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치혐오’는 진정 '당신 것'인가?
당신의 ‘정치혐오’는 진정 '당신 것'인가?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11.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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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복지국가소사이어티 리더십강좌(6-2)-성한용 한겨레신문 정치부 선임기자

 

▲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는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한국정치의 이면을 봐야 한다며, 맹목적인 정치 냉소와 혐오에 대해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기존의 기득권이 좋다고 하면 정치를 마음껏 혐오하라. 지금 사회에서 누릴 것이 많으면 정치를 마음껏 혐오하라‘. 정치 혐오는 기존 지배질서, 기득권을 강화하는 또 다른 이면이고,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가 정치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는 국내정치가 극복해야 할 문제에 대해 ‘정치혐오’를 최우선 순위로 뽑았다. 성한용 기자는 한겨레신문 베테랑 정치전문 기자이다. 오랫동안 국내 정치분야를 취재해 온 관록있는 정치 담당 기자이다. 그는 11월11일(월) 진행된 광명복지국가소사이어티 6기 리더십 강의에서 한국정치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 정치의 작동원리와 극복과제에 대해 제시했다.

한국정치의 작동원리에 대해서는 ‘정치혐오증, 분단 상황, 호남비하와 지역갈등’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 선거를 통해 ‘메시아’를 기다리고, 선거를 ‘정치스포츠’로 대하는 풍토는 우리사회가 정당정치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채 해방을 맞았고, 이후 등장한 이승만 정권이나 박정희 정권에서 여야 기존 정치인은 나쁘고 대통령은 선하다는 ‘상징조작’을 통해 ‘정치혐오’를 부추겼다고 파악했다. 또한 서구 정치 선진국들은 오랜 내전 등 역사적 경험 속에서 공존하는 방식을 터득했지만, 그런 경험이 너무 짧거나 생략돼 분단을 맞이했고 그로 인한 상대나 갈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타협의 문화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지역갈등과 호남비하 문제도 90년 3당 합당 과정에서 보수와 기득권층이 더욱 한 덩어리가 되면서 지배권력을 강화했고, 지역구도를 고착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한용 기자는 한국정치의 극복과제를 제기했다. 정치혐오는 강자의 논리이고, 강자의 질서를 강화하는 또 다른 이면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혐오는 우리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던 군부세력들은 기존 정당과 정치인을 혐오했다. 정치혐오는 한국정치에서 뿌리를 가지고 있다. 정치혐오는 한국정치를 4류라고 비판하는 재벌들 속에서, 기득권화된 검찰과 관료집단들 속에서,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 속에 스며들어있다. 놀라운 것은 진보세력들 속에, 시민단체들 속에도 스며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정치참여를 냉소하는 태도의 이면에는 정치에 대한 혐오가 작동하고 있다. 정치를 정당하게 비판하는 것이 아닌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그 속에 정치혐오는 똬리를 틀고 있다. “민주시민으로서 정당에 가입하고, 반드시 투표를 하고 있는지. 정치후원금은 내고 있는지, 좋아하는 정치인은 있는지 등 민주주의를 위해 참여하고 있는지” 반문할 것을 주문했다. 성 기자는 정치평론가인 박상훈 후마니타스 출판사 대표의 ‘반정치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동조했다. “정치를 냉소하고 조롱함으로서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를 낮추고, 정치 냉소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반정치주의’이고, 이는 결국 기득권을 강화하는 기재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해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고 비현실적으로 정치를 수용하고 바라보는 태도를 경계했다. 즉 정치인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는 도덕정치, 철인정치로는 현실정치, 현대정치를 설명할 수 없고, 또 다른 정치혐오를 부르는 기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인들은 욕을 먹는 직업이고, 그것이 어쩌면 당연하고 정당할 수 있다는 측면을 간과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정치인이 공익에 부합해 활동해야 하지만, 그것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명예욕, 권력욕을 쫒는 정치인의 욕망은 어쩌면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기에 정치와 정치인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과도한 엄격주의, 순수주의를 통해 현실 정치(인)을 간과함으로서 정치혐오에 빠져드는 프레임, 정치를 정치 스포츠나 이벤트로 소비하는 프레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혐오는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세력들이 ‘반정치주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공격함으로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기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다.

성한용 기자는 또 다른 극복과제로 ‘지역갈등, 호남비하’를 넘어설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 과제에 대해서는 “너무 어렵고, 자신도 아직 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당정치의 정상화’에 대해서도 주문했다. 정당의 책임정치가 강화돼야 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며, 매니페스토, 정치교육 등 다양한 정치 참여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성한용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분석했다. 취임이후 그의 행보를 보여주었고, 이력을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인사를 독점하고 공개하지 않는 스타일이며, 나름 원칙을 중시하는 리더십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원칙을 중시하는 것이 좋은 것이지만,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는 원칙은 때론 섬뜩함이나 카리스마로 비쳐지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역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정을 위주로 진행하고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왔지만, 박 대통령은 정치적 발언도 불사하는 스타일이라고 언급했다. 성 기자는 이런 스타일을 ‘만기친람형리더십’이라며, 온갖 정사, 국정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지만 독선적인 방식이기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때론 독선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며 ‘레이저’를 뿜어내는 카리스마를 보이기도 한다며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레이저 카리스마’로 불리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강 건너 공주’ 이미지를 통해 카리스마를 형성하는데, 이는 특정 사건이나 현안에 대해 자신과는 무관한 ‘강 건너’ 사건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대하고 스스로는 무오류의 존재로 여기는 스타일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서 주변 인물들은 대체로 순종적이서, 개성이 강한 참모들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리더십이 형성됐을까? 성 기자는 자라온 가정환경의 문제와 가설을 통해 분석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통해 ‘제왕학’을 전수받았고, 자신을 음해했던 77년 ‘친국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주변 인물들이 전하는 ‘험담’을 싫어하는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부친 사후, 전두환 대통령에 의해 진행된 유신격하에 대한 반감, 여동생과 남동생 문제 등 복잡한 가족사의 경험도 한몫했다고 봤다. 또한 97년 정치 데뷔이후 위기 속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저력을 발휘함으로서 확고한 리더십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설을 통해서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태생적 디엔에이가 있고, 그로 인해 정당 정치를 무시한다고 봤다. 또한 부친처럼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대한 시이오 의식, 오너 의식이 있다고 가정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듯이 대한민국의 온갖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결국 독선적 리더십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 기자는 이외에도 새누리당, 민주당, 진보당, 안철수 등을 포함한 차기 리더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안철수나 안철수 신당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주변의 전언 등을 토대로 대선 출마와 정치 입문의 겪은 경험을 통해 현실정치 발언이나 입장 표명과 그에 따른 정치 후폭풍을 경계하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것, 인물난으로 신당 창당에 어려움이 있다는 정도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는 정치혐오와 반정치의 흐름, 민주당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유권자들의 갈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작용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새누리당이 유리할 것으로 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의 유리한 상황, 지지율을 지켜가기 위해 새로운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민주화, 복지공약 등 시끄럽고 때론 접시를 깨더라도 새로운 일을 시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고착화된 보수 기득권층이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이기에, 내년도 지방선거로 추세가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야권은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재미, 프리미엄을 누렸던 상황이기에 향후 ‘득’이 많지 않을 것으로 봤다. 지난 선거처럼 야권연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해, 야권의 각개약진 가능성이 높다고 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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