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실익과 명분 싸움에서 패배한 민주당...시의회 ‘파행’ 자초
예산안 실익과 명분 싸움에서 패배한 민주당...시의회 ‘파행’ 자초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12.17 02: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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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회 광명시의회 3차 본회의...예산안 등 통과 시키고 ‘파행’...자동 산회.

16일 제189회 광명시의회 본회의 마지막날. 권태진 의원은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석한 가운데, 새누리당과 정의당 의원들만으로 회의 일부를 진행했다. 

광명시의회는 ‘2013년 행정감사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광명시의회가 채택하지 못한 것은 또 있다. 민간위탁조사특위 활동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때문이다. 광명시의회는 민주당 6명, 새누리당 5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있다. 시장도 민주당 소속이고, 의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대 ‘새누리당과 정의당’이 맞서고 있는 모양새이다. 누가 옳은 것일까? 적어도 누가 정치적 명분과 실익을 챙기고 있는 것일까. 판단 기준은 공익성이다. 공익적 명분이다.

2013년 12월16일. 광명시의회는 제189회 제2차 정례회 3차 본회의를 진행했다. 2014년도 본예산안과 기금안, 4회 추경, 조례안과 일반안 안건이 처리됐다. 이어 행정감사 결과보고서 건과 시정질문, 공익사항에 대한 감사청구 건을 남겨 둔 상태에서,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파행된 회의는 이날 자정시간을 넘겨 자동 산회됐다. 산회 직전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들은 새누리당 소속 5명의 의원과, 정의당 소속 1명의 의원이었다. 시 집행부에서는 7명의 국장들이 배석했다. 시장과 부시장, 의장과 2명의 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남겨진 안건은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행정감사 보고서 채택 건, 시정질문, 공익에 대한 감사청구권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민주당으로서 명분이 약했다. 공익적 기준에서 거부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감사 결과 보고서나 시정질문을 처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약하다. 공익사항에 대한 감사청구권도 마찬가지이다. 감사청구 대상은 이번 행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가학광산 동굴 공연장 공사로 두 차례 설계변경이 이뤄졌고, 두 배 이상 공사금액이 늘어났던 사안이었다. 시의회 차원에서는 공사 진행 과정이나 설계변경 과정에서의 적정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공익적 관점에서도 시의회에서 충분하게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감사를 통해서라도 의혹을 밝히는 것이 타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공익사항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배경이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이 안건 처리에 반대했다면, 소속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소속 시장이나 의원들이 의혹의 사안에 대해 덮으려고 한다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이 때문에 반대했을까? 감사청구권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때문에 본회의를 보이콧했다는 것은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 또 다른 배경에 대해서는 유부연 의원이 밝혔다. 산회 직전 권태진 부의장 사회로 진행된 회의에서 유부연 의원은 10분 발언을 통해 “이날 본회의 파행 사태가 민간위탁조사특위 결과보고서 채택에 대한 의견조율이 안 됐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발언을 통해 민간위탁에 대해 의회 동의 절차를 구하도록 한 점과 협약서 체결 시까지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한 것이 보고서이고, 일부 정치적인 부분도 포함된 것이 사실이지만,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의 결과물로 관련 내용이 담겨진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한 “민간위탁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위탁동의 조례안을 처리하는 것도 모순이다. 쿨하게 넘어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유 의원은 “여러 경로를 통해 요청한 대로 협의를 통해 조정할 것은 조정하고, 빠른 시일 안에 결과보고서를 처리하고 가자"고 요청했다. 유 의원의 발언대로라면 민간위탁조사결과보고서 역시 민주당이 ‘정치적인 이유’로 채택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은 약해 보인다.

광명시의회는 본회의 마지막날 다시 예결위를 열어 예산을 조정했다. 민주당은 예산 심의 주도권의 일부를 새누리당과 정의당에게 내줘야 했다.

어느 경우던 민주당이 본회의를 보이콧 한 이유로는 약하다. 이날 진행된 본회의 과정도 그렇다. 오전 본회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새누리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오전 회의를 보이콧했다. 이어 민주당과 새누리당 양당 대표들이 만나 예산안 처리를 합의했다. 오후 회의에서 예결위를 다시 열기로 했고, 예결위 조정 결과를 받기로 했다. 예결위 회의를 통해 새누리당과 정의당 의원은 복지건설위에서 심의했던 삭감 예산 중 예결위에서 부활된 예산의 삭감을 재요구했고, 반영됐다. 이어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민주당은 예결위를 통해 삭감된 상임위 예산을 부활시키려고 했지만, 내년도 예산안 통과 자체를 ‘보이콧’한 새누리당과 정의당 의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예산안 통과 후 이준희 의원이 계류 중인 민간위탁시설 동의안에 대해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이어 의장은 의원들이 생각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이날 오후 4시경 상황이다. 이후 회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정회 중인 회의는 이날 저녁 9시경 다시 시작됐다. 의장이나 시장, 일부 국장들이 참석하지 않아 정식회의는 아니었다. 권태진 부의장이 의사봉을 잡고 참석한 의원들끼리 회의를 진행하자며, 속기를 요청했다. 의결은 할 수 없지만, 시정질문은 들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9시 이후 진행된 본회의는 의회 방송을 통해 중계되지 못했다. 의회 사무국에서 방송을 틀지 않았다. 참석한 의원들과 의회 사무국 간에 고성과 공방이 오고갔다. 강복금 의원은 의회 사무국장을 향해, 참석한 의원들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유부연 의원은 시정질문도 민주당 의원들 허락을 받고 해야 하냐며 항의했다. 참석한 의원들은 분노와 막말을 쏟아 내기도 했다. 의회 사무국장은 의장과 합의되지 않아 의사진행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권태진 의원은 중간 중간 의장석에 올라가, '반쪽 회의'를 진행했다. 산회 20분을 남겨 놓고 의원들 10분 발언을 청했다. 유부연 의원 발언에 이어 새누리당 서정식 의원은 이날 하루 의회 진행 경과를 정리해 발언했다. “시장이 사안들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이날 회의 파행에 대해 시장, 의장, 민주당 의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정의당 소속 문현수 의원도 10분 발언을 통해 “소수 정당으로서 양당의 합의에 참여하지도 못했지만 양당의 합의를 존중하고자 인내심을 갖고 회의장을 지켰다. 왜 회의가 파행이 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발언했다. “남은 의원들이 이준희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한 민간위탁동의안에 대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도 민주당 의원들이 보이콧을 한 것이다. 의회 파행 사태에 대해 시민들이 판단해달라.”며 발언을 마쳤다.

이어 권태진 부의장은 지난 27일간의 의회 일정이 공수표가 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회의가 산회되기 5분 전이었다. 자정이 다가오면서 회의는 산회됐다. 정용연 의장, 부시장, 민주당 소속 의원 한 두 명이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파행된 의회의 뒷모습이었다.

민주당이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년도 예산안 통과였을까? 일부 예산은 지켜내지 못했다. 예산안 통과에서 새누리당과 정의당의 '정치력'이 우위를 점했다. 이어 행정감사 보고서나 감사청구권은 보류시켰다. 내년 예산안은 통과시켰고, 나머지 안건을 보류시킴으로서, 민주당의 우위를 보여줬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괜히 예산안을 먼저 통과시켰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민주당의 우위는 진정한 것이었을까? 새누리당과 정의당은 삭감 예산을 관철시킴으로서 실익은 챙겼다. 나머지는 명분싸움이다. 시는 어린이집 등 민간위탁 동의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준희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이후, 회의가 계속 진행됐다면? 민간위탁동의안이 처리될 수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후 상황은 무엇이었나. 정회 후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반면 새누리당과 정의당 의원은 계속 회의장을 지켰고, 저녁 9시 이후 다시 회의장을 지키면서 민간위탁동의안 처리 등에 의사 표시를 했다. 동의안에 대해 처리할 것이니, 민주당은 회의에 참석하라고 압박했다. 명분있는 처신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끝까지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이준희 의원이 민간위탁동의안 처리를 요청해 놓고, 의장이 정회했다. 새누리당이나 정의당 의원이 동의안 처리에 대한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후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보이콧이었다.

왜 그랬을까? 민간위탁 동의안 처리를 해주겠다는 것에 대해 민주당은 믿지 못했다. 김익찬 의원이 본회의장과 방청석을 오가며 그런 입장을 개진했다. 본회의가 속개되면 민간위탁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건이 상정될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이날 유부연 의원의 발언 외에 이 부분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미 검찰에 고발됐고, 민주당 소속 문영희 의원 등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보고서 채택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민주당 안에 깔려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동료의원 보호하기를 한 것이다. 민간위탁동의안 처리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 민간위탁결과보고서를 꺼낼 것이라는 의혹, 그리고 내친김에 자칫 민주당 소속 시장에게 불리할 수 있는 가학광산동굴 공연장 감사원 감사 청구건도 한꺼번에 보이콧해버리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 의장과 의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판단과 선택을 위해, 시의회 본회의장을 새누리당과 정의당에게 기꺼이 내준 것이다. 문현수 의원은 “여당이 의회를 보이콧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조롱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마음껏 본회의장을 주도하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누가 공익을 선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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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3-12-17 10:54:33
민주당이 왜 점점 무너지는지 보여준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