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 참 가혹하다.
대한민국 사회, 참 가혹하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4.06.07 2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노의숫자>를 읽고 ‘분노’하다.

‘화’는 가라앉혀야 하는 감정이라면 ‘분노’는? 화는 개인적인 감정이고, 분노는 사회적인 것이다. 화는 다스려야 하지만 분노는 표출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분노하라’는 책이 한 때 유행했다. 그리고 다시 시대는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분노는 계속되고 있고,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일정정도 유권자의 표심으로 표출됐다. 이렇듯 분노는 사회적 현실과 사건에 대한 부당함을 품고 있다. 그래서일까. 분노는 정의를 전제로 하는 듯 싶다. 정의롭지 않은 현실, 사건에 대한 공분이 분노이다. 부당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그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분노의 힘’ 아닐까?

‘분노’를 제목으로 한 또 다른 책 <분노의 숫자>를 읽게 됐다. ‘국가가 숨기는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붉은색 표지는 자극적이다. ‘생활인과 함께하는 연구원’을 표방하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하 새사연)이 펴낸 책이다.

이 책 <분노의 숫자>는 읽는 내내 불편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진보 언론이나 진보매체를 통해 부분적으로 소개되거나 언급됐던 ‘불편한 진실’들이 이 책에서는 속속들이 언급되고 있다. 조각조각 만났던 우리사회의 ‘불편한 진실’이 이 책에는 길고 넓게 펼쳐져 있다. 우리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 불평등이 상세하게 드러나 있다. 드러난 민낯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읽힐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부끄럽게 읽힐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분노를 낳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체념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다가 오기도 할 것이다. 갈수록 벌어지고 고착화되어가는 우리사회 불평등 지표 앞에 한 개인은 무력하다.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고, 그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탈출구가 있기는 한 것일까. 태어나서 죽기까지 생애주기에 걸쳐 만연돼 있는 사회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 책은 프롤로그를 통해 ‘2020년’에 대한 꿈을 말한다. 암울하기만 한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대신, 밝은 사회를 꿈꾸자고 말한다. 각 장마다 불평등한 지표를 보여주는 동시에, 개선 방향에 대한 정책 방향도 언급한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일목요연하게 지표화해 보여줌으로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면하도록 하지만, 희망을 놓지 말자는 주문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이 책은 불평등한 사회를 가장 쉽게 드러내놓는 일을 우선하고 비중을 싣고 있다. 우선 알아야 분노할 수 있고, 처방도 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불편한 이 책은 우리사회 불평등 보고서이고, 교과서이다. 많은 자료들이 충실하게 제시돼 있고, 군더더기 없이 읽히기 때문이다. 다만 많이 아픈데, 그 몫은 오로지 독자의 것이다. 아프고 분노하던, 체념하던 시민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을 통해 체념 보다는 의로운 분노, 정의로운 분노를 통해 출구를 찾고자 하는 독자들이라면, 대한민국 ‘복지국가’에 대한 비전을 갖고 담론과 실천에 대해 적극 나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불평등이 어두운 그림자라면, 그 반대편은 결국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하게 갖춰진 ‘복지국가’ 밖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의 현실이 어떻든 우리는 다시 ‘2020년’ 희망을 향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분노의 숫자>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출판사 동녘. 17,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