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사무장 병원’이 ‘괴담’이라고?
‘기업형 사무장 병원’이 ‘괴담’이라고?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4.06.17 0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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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소사이어티 월례세미나, 의료 영리화 문제 심각성 우려...‘의료괴담’ 저자 발제.

민간차원 복지국가 운동을 펼치고 있는 복지국가소상이어티는 월례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현안을 토론하고 있다. 6월 세미나는 의료 영리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병원과 의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곳이 병원이고, 건강을 지키고자 예방에 힘쓰며 병을 치료하는 의료인이 의사라는 것에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병원은 영리기관이 아니다. 병원의 의료행위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하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공공성을 띠어야 한다.

그런데 의료 영리화, 민영화 문제가 대두됐다. 현 정부는 이러한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를 서비스로 취급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서비스 상품성을 높이겠다고 나서고 있다. 규제 완화의 결과로 병원은 자본 시장에 노출돼, 더 큰 자본의 입으로 들어가게 될 운명에 놓여있다. 가뜩이나 미약한 의료 공공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례적으로 양의사와 한의사가 뭉쳤고, 의사와 약사가 뭉쳤다. 의사협회와 의료노동자도 뭉쳤다. 정부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의료인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고, 의료시민단체와 제 시민단체, 사회단체 그리고 정치권이 의료민영화 흐름에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의료 영리화(민영화)는 개인 의료인, 비영리법인이나, 의료법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만이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의료법에 반해, 영리법인이 비영리 병원을 간접적으로, 우회적인 방식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 즉 병원 자회사 설립이 쉬어지고, 자회사가 운영하는 사업대상을 대폭 완화시켜주는 방식이다.

자회사 설립에 주식회사 자본이 투자로 참여하고 지배권을 행사한다. 자회사가 모회사 병원을 지배하고, 병원은 다양한 수익채널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도록 요구받는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환자의 치료에 집중하는 것 보다, 돈 벌이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고도의 게임이 병원 안팎에서 이뤄지게 된다.

의료를 서비스로 규정하고, 외부자본의 병원 진출을 허용하는 시스템에서 병원을 지배하는 자본 간 경쟁이 이뤄지면서, 의료의 질이 추락하고, 환자의 비용 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병원 이용에 환자부담이 증가하면서 의료기관 이용에 양극화가 생기고, 의료기관간 양극화도 심각해진다. 의료 영리화, 민영화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의료 영리화를 걱정하는 이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이유이다.

6월16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대표 이상이)는 월례 세미나를 통해 의료 영리화 문제를 다뤘다. ‘의료괴담’의 저자이자 치과의사인 김철신씨가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문제점을 밝혔다. 김철신씨는 ‘기업형 사무장 병원의 실태’를 고발했다. 그의 저서에서도 소개됐다.

의료괴담의 진실은 무엇일까.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1개의 병원만을 설립,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본을 소유한 1인이 네트워크 형태로 수 개의 병원을, 많게는 백개 이상의 병원을 소유하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소위 ‘기업형사무장 병원’이다.

각각의 독립된 것처럼 보이는 병원의 실제 소유자는 따로 있고, 그 병원의 운영에 실 소유자가 고용한 사무장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경우 각 병원장들은 고용된 의사이다. 고용된 병원장은 수익 창출 요구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수익에 메이다 보면 과잉진료 등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법적인 기업형 사무장 병원은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김씨는 현행 치과병원 사례를 중심으로 편법 병원 운영의 여러 형태를 ‘괴담’이 아닌 ‘진실’이라며, ‘불편한 현실’을 드러냈다. 병원 운영에 영리법인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의료시스템 하에서도 각 종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고 있는데, 하물며 영리법인의 참여를 허용할 경우 예상되는 한국의 의료 현실은 참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의료 민영화를 철회하고, 의료 공공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김씨는 발제와 책을 통해, 1차 의료기관인 동네병원의 역할을 건강증진과 예방 차원에서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치과병원을 예로 동네치과 병원이 아동과 청소년 주치의제 도입을 통해 예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건강보험개혁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토론에서 문정주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겸임교수는 의료 영리화 문제를 푸는 해법으로 시민참여, 시민의 주권의식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의 주권은 의료인이 아닌, 시민들에게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주권자인 시민들의 공공의료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나영명 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에 맞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펼치고 있다며, 제 시민사회 단체와 연대해 의료 영리화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세미나 정리발언을 통해 이상이 대표는 비영리병원의 공공성 강화가 원칙임에도 현 정부에서 자회서 설립과 부대사업을 허용할 경우, 병원들이 영리추구에 매몰될 우려가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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