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부패하는 경제의 혁명을 꿈꾼다.
시골빵집에서 부패하는 경제의 혁명을 꿈꾼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4.06.29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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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잃어버렸던 당신에게 권하는 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읽고 / 강찬호 기자
이시카와 다쿠지가 쓴 <기적의사과>를 언젠가 읽은 기억이 있다. 인상적이었고 인간의 집념에 대한 감동이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사과를 재배하기 위해 인생을 쏟아 부었던 기무라 다끼노리를 소개하고 있다. 거듭된 실패와 실패의 끝자락에서 극적으로 무농약 사과재배에 성공한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좌절과 실패 그리고 인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집념과 의지는 놀랍다. 무농약 재배, 유기농 재배에 성공한 한 인간의 성공적인 이야기, 다큐멘터리가 기적의 사과이다.

기적의 사과와 비슷하지만 톤이 달라지고, 폭이 넓어진 또 다른 일본 책을 최근에 만나게 됐다. 와타나베 이타루가 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 이하 시골빵집)라는 책이다. 시골빵집은 현실을 따르지 않고 비주류의 길을 선택해 결국 성공해낸다는 이야기는 기적의 사과와 닮았다. 현실에서 무농약 사과는 볼품없고, 상품성도 없다. 더욱이 재배하기도 어렵다. 현실적으로 성공확율이 높지 않음에도 주인공은 과감하게 도전한다. 무농약, 유기농에 대한 원칙과 철학 때문이리라. 시골빵집 천연균을 이용한 빵을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많은 실패 끝에 천연균을 이용해 빵을 만드는 일에 성공한다. 실패와 좌절이 따르지만 결국 성공하고, 지금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어떤 확신을 갖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야기는 기적의 사과와 맥락이 같다.

그러나 시골빵집은 한 인간의 성공스토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목에서도 ‘자본론’이 붙는다. 제목 외에도 표지에는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부패와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 ‘일본 변방의 작은 시골빵집 주인이 일으킨 소리없는 경제혁명’이라는 만만치 않는 소개문구들이 실려 있다.

시골빵집의 이름은 ‘다루마리 빵집’이다. 빵집 주인 와타나베 이타루는 인생 삼십을 어떤 의미에서 ‘허비’하고, 뒤늦게 진정한 자신의 꿈을 찾아 ‘빵집’을 열게 된다. 시골 변방 마을인 가쓰야마로 이전해 다루마리 빵집을 열고 그곳에서 천연균을 찾고 연구하며 진정한 발효빵을 구워내게 된다. 주인공은 천연균이 자랄 수 있는 환경과 그에 맞는 적정기술, 인간의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천연균을 대하는 태도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가 숨어 있다. 균의 부패를 통해 자연으로의 순환을 깨닫고, ‘부패하는 경제’의 개념을 통해 부패하지 않는 ‘돈의 경제’에 대해 비판한다.

다루마리 빵집의 이야기는 기적의 사과에 버금가는 인간의 집념과 도전 그리고 빵집경영과 천연균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사회와 세상을 읽어가는 주인공의 ‘혜안’이 묻어난다. 주인공은 아버지로부터 알게된 마르크스 자본론의 관점을 소개하고, 동시에 시골의 작은 빵집 경영의 철학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해가는 당돌한 도전과 실험을 이어간다. 적정한 노동, 진정한 노동을 통해 이윤을 축적하지 않는다. 일과 직업, 삶이 분리되지 않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순환하는 경제, 부패하는 경제, 지역경제와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있다. 꿈을 상실한 시대에, 방황과 무기력 속에서 ‘꿈’을 발견하는 과정도 의미있다. ‘오래된 미래’에 대한 혜안도 품고 있다. 이 시대 소신을 갖고 전통을 고집하며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장인들이 이웃으로 등장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쉽게 읽혀 좋다. 쉽게 공감되면서 이렇게도 되는구나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누구나 제 욕심 보다는 근사한 나만의 무엇을 통해 함께 하는 우리를 이루고자 했던 ‘젊은 날의 꿈’을 자극하는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올 여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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