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학교를 만들고 , 스스로 자기 삶을 기획하라
나만의 학교를 만들고 , 스스로 자기 삶을 기획하라
  • 양영희(하중초교사)
  • 승인 2015.01.0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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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서 / 양영희(하중초교사, 전 구름산초교사)
오래전 한창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가 교문으로 들어온 하얀 차를 보고 학교 뒷산으로 피난을 간 적이 있었다. 그날 몇 시간을 나는 뒷산을 헤매다 외떨어진 학부모 집으로 신발까지 벗어들고 안방에 들어가 숨죽이고 숨어있었다. 전교조 탄생시기에 탈퇴를 종용하던 당시 현직 경찰이던 아버지를 피해 달아난 사건이다. 그 때 학부모님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겠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계란을 든 손이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답했었다. 내 온몸에 진리에 대한 믿음이 넘치고 있음을 스스로 느꼈다. 내가 믿는 진리는 ‘아이들’을 살리는 것이었고 함께 가는 동지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다. 그래서 외롭지 않았고 언제 박탈될지 모를 교직이란 자리가 긴장감으로 팽팽해도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당당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강인했던 자신과 동료들에 대한 신뢰는 약해졌고 또 지쳤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우린 이제 더 이상 젊지도 않다. 10년 20년... 미래라고 말하던 시간이 현재가 되었는데도 우리 아이들은 고통 속에 있다. 아직도 나의 처지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에서 크게 나아지지도 않았다. 무력감과 열패감이 공교육을 개혁하려던 사람들에게 퍼져 있고 아이들도 예전처럼 교사들에게 뭔가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길을 가도 있는 내가 문득문득 희망을 보는 곳이 있다. 바로 대안학교다.

공교육이 이대로 안 되겠다고 나름의 사형선고를 내린 후 ‘진정성으로 아이들 온 삶을 껴안아주고 성장시키는 진짜 교육’을 본 것이다. 공교육 밖에서, 즉 학교 밖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동안의 한계를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해 준다. 대안학교에 대한 많은 편견들이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교육을 보는 터닝 포인트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혁신학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찾아간 제천간디학교에서 시작됐으며 둘째 아이를 ‘느티울 행복한 학교’란 대안학교에 보내면서 더 섬세하게 느끼게 되었다. 대안학교에서 ‘기다림, 여유, 존중, 배려와 공동체, 그리고 성장’의 모든 일들이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일어나는 과정을 보면서 교육의 의미를 새삼 확인했다.

간디학교 교장이었으며 현재는 청년들을 위한 대안대학 지구마을 대학,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여러 삶터와 작업장학교, 아시아 평화학교, 에프터스콜레 등을 만들거나 준비하고 있는 양희창 교장선생님을 청주에서 만났다. 충북 교육발전연구소에서 주관한 청소년 인문학 강좌에 오신 것이다.
그는 어린 날 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학교가 불타 없어지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방학숙제를 안 해가면 죽도록 맞는 학교를 그는 가기 싫어했고 안 때리는 학교는 없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88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유서를 쓰고 자살한 학생을 보고 교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학교는 행복한 학교 즉 공부 못하는 아이도 대접받는 학교며,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학생이 주인이 된다는 것은 배우는 내용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대안학교는 학생들이 교육과정 기획에 참여하기도 하고 과목을 선택해 듣기도 하며 아예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도 보장해 주었다고 한다. 그가 산청간디학교에 있을 때 어떤 학생은 아예 2년 반을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은 그 과정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공’자가 들어가는 말은 다 싫어했던 그 학생은 ‘공부’, ‘공동체’를 아주 싫어했고 싫어한 것들을 멀리하는 실천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2년 반이 흐르니 드디어 스스로 찾아와 이제 공부하겠노라 얘기하고 달라졌다고 한다. 만약 이 학생을 억지로 끌어다 교실에 앉혀놓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공교육은 경쟁으로 학생들을 걸러내는 장치로 쓰이고 학생들은 대학, 취업 등을 위해 자기를 상품화 시키고 길게 보면 돈 많이 벌어 건강 보험 들고 병원비 마련하여 잘 죽을 준비만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지금의 교육은 소극적 적응의 교육이며 배려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지 못한다. 강남의 초등학생은 4~6시간밖에 못자며 심지어 부모들은 자식들의 집중력을 키우겠다고 ADHD 약을 먹이는 일도 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무감각해져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하고 뿔뿔이 개인화 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배려하고 도우며 공부하여 수월성을 키우는 핀란드 교육은 여러 그룹이 협력하며 공부하는 것이 특징이며 그 여러 그룹엔 반드시 잘하는 학생들, 느리고 못하는 학생들이 함께 들어있다. 우리 학부모들은 이런 구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통 좁은 인간을 만들어 오로지 먹고 입고 쓰는 것만 신경 쓰는 사람으로 만든다.

“불안감만 키워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도록 만들면서 만나면 뭐가 되고 싶냐고 ‘꿈고문’만 시키는 우리 교육은 아이들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러니 자기 삶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자기 삶의 문제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자기 삶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오픈하면 답이 된다. 즉 문제가 곧 답이다. 그리고 사람은 역경지수가 높아야 어려움을 극복하며 잘 살 수 있다. 우리는 역경을 막딱드릴 경험조차 하지 못하고 산다. 그러다 어른들도 작은 폭풍이 와도 그만 무너지고 만다.”

“우리 중 8/1만 공부적성에 맞고 8/7은 다른 공부 찾고 자존감 가져야 한다. 그건 개인적 자기훈련, 책, 여행 등을 통해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들은 현실에서 구제적으로 만나야 한다. 우린 못난 게 아니라 길들여 진 것이니 삶이 전락하기 전에 실컷 놀고 하고 싶은 것을 다해봐라. 누군가 ‘지랄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했다. 어릴 때 못해 본 것들은 내면을 누르고 있다 어느 순간 폭발한다. 청년이 될 때 까지 그 모든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다해 봐라. 나만의 대안학교를 만들어라. 자신에 대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라. 절대 자신을 상품화하지 마라.
WHAT( 뭐 될래 )묻지 말고, WHY (왜)를 물어라. 왜는 목적이기에 길이 다양하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발견해라. 때를 경험해라. 터닝포인트를 잘 만들어라. 5년마다 인생계획을 세워라“

“미래사회는 모두가 정규직으로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는 없다. 그러니 비정규직으로 살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골고루 가난한 곳에서 인생의 무대, 자기를 실현시켜라. 또 쓸모 있는 노동으로 함께 살아가는 평화, 통일, 탈핵의 시대를 열어가라. 누구나 가난할 각오가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지금의 학교는 아이들의 날개를 꺾는다. 서울대생들 중 자살이 많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상담실을 만들어 학생들을 돕고 있는 상황이다.”-강의 내용 중-

한줄 세우기, 걸러내기, 자기 상품화하기 등으로 적응과 훈련의 과정을 거쳐 자기밖에 모르는 모래알 같은 개인을 길러내는 학교는 모두가 불안하고 불행하다. 극한 경쟁의 비정상적 학창시절을 다그치듯 보낸 아이들이 만들어낼 사회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누가 옆 사람의 아픔을 돌아볼 것인가? 힘들 때 손 내밀 이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무도 믿을 수도 장담할 수 도 없다. 이런 사회에선 모두 개인의 능력이고 탓이다. 그러니 어른이 돼서도 쉼도 없이 돈을 모으고 준비해야 한다. 인생이 상막한 모래바람이상은 없어 보인다.

이날 강연처럼 자신만의 학교를 만들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기획하고 도전하며 자신을 키워갈 젊은이들이 많아지기 전에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이들을, 교육을 지켜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낯설고 두려울지 모르나 쫄지 말고 자기 길을 찾는 아이들이 많아질 때, 그 길을 응원하는 어른들이 많아질 때 우리는 한줄기 희망을 찾을지 모르겠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믿고 사랑하며 한번뿐인 인생을 경쟁의 레이스에서 과감하게 이탈하여 뚜벅뚜벅 걷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됐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 아이들을 키워내고 돕는 일을 부지런히 해야겠다. 아이들을 불행의 나락에서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서서 서로 돕도록’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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