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인재육성재단, 손과 발 묶겠다는 발상 ‘타당한가?’...‘청소년 통합 정책 vs 정치논리'
광명시인재육성재단, 손과 발 묶겠다는 발상 ‘타당한가?’...‘청소년 통합 정책 vs 정치논리'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5.02.11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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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심의 앞둔 광명시의회 인재육성재단 운영 조례 개정안...정책적 판단 보다는 정치적 판단 가능성 높아...심의 과정 졸속 우려도...정의당, 조례안 졸속...보완해야 요구.

▲ 시는 애향장학회를 인재육성재단으로 변경하고 청소년사업과 청소년시설 위탁이 가능하도록 했다. 시의회는 청소년 시설 위탁 등을 막겠다며, 뒤늦게 제동에 나섰다. 정책이냐, 정치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청소년수련시설 개관기념 행사.

광명시인재육성재단 운영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발화점은 시의회이다. 늦었지만 견제와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시의회 접근은 정당한 것일까? 무엇이 쟁점일까?

광명시인재육성조례가 제정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이다. 시의회는 7대 의회 원 구성 과정에서 파행을 겪었다. 의장 선출 파행의 후유증으로 파행 운영 중인 당시, 해당 조례안은 13명 의원 중 7명만 참석한 가운데 통과됐다. 인재육성재단의 전신은 광명시애향장학회이다. 인재육성재단은 애향장학회의 장학사업에 청소년사업을 추가해 가능하도록 했다.

해당 조례가 통과됨에 따라 시는 민간위탁기간이 만료된 청소년 관련 시설들을 인재육성재단으로 일원화해갔다. 이렇게 해서 인재육성재단은 현재 새로 개관한 청소년수련관과 디딤/나름/오름청소년문화의집을 위탁받아 운영하게 됐다. 통합 속도는 빠르게 진행됐다.

인재육성재단에 청소년사업을 포함한 것은 청소년시설 운영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보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다. 이러한 정책적 판단에, ‘정치적 판단’이 포함됐거나,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것도 당시에 예상됐다. 누가 핵심으로 들어갈 것인지도 알려진 바였다. 적어도 인재육성재단 조례안이 통과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의원들은 이러한 정책적, 정치적 판단에 동의했고, 조례안 통과를 주도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해당 조례안이 통과되고서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입장이 번복되는 상황이다. 개정안은 인재육성재단이 관내 청소년시설을 위탁받지 못하도록 하고, 정관에 대해 시의회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떤 이유로 입장이 번복된 것일까. 시의회 심의 과정을 지켜볼 일이다. 개정안 제안 설명은 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이 현 시장이고, 감사도 시 감사실이므로, 견제기능이 없다며 견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견제기능이 빠졌다는 것을 조례 제정 당시에는 놓쳤던 것일까?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위임해준 시의회의 기능이 당시에는 작동하지 않았던 것일까. 꼭 필요한 견제 장치라면, 놓쳤더라도 보완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견제 장치를 부여하면 된다. 개정 조례안이 인재육성재단의 정관에 대해 시의회 동의를 거치도록 한 것이 그 보완으로 읽혀진다.

그렇다면 인재육성재단이 관내 청소년시설을 위탁받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개정안은 어떻게 설명되는 것일까. 이 사안은 견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위탁을 막음으로서 규제하는 접근이다. 정책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는 부분이다.

우선, 개정안의 ‘정책적 판단’은 장학사업과 인재육성 사업만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청소년사업이나 청소년시설 위탁사업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타당할까?

조례는 정책을 제도화하는 과정이다. 정책은 결정되면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신중해야 하고, 충분한 의사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 6개월도 되지 않아 정책이 번복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재육성재단이 청소년 사업을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타당하다면 청소년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정책결정’이다. 이어 지역의 여러 청소년시설을 재단으로 통합하는 것이 적정한지, 적정하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것도 ‘정책적 결정’이다.

이 과정은 ‘청소년 사업 수행-시설위탁-통합’이라는 세 단계 정책적 선택과 판단이 작용하는 결정이었다. 적어도 인재육성재단 조례안이 통과된 것은 그 심의 과정이 어찌됐던, 이러한 정책적 판단에 대해 시의회가 손을 들어 준 결정이었다.

따라서 시의회가 기존의 ‘정책적 판단’을 번복하려고 한다면, 그에 합당한 논리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청소년재단 내지 인재육성재단을 설치하고, 이 재단에 청소년시설을 위탁함으로서 운영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어, 어느 방식이 청소년과 청소년시설 운영에 있어서 정책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는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조례안 심의가 이러한 정책적 판단에 대한 설득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졸속 심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재육성재단 조례 개정안이 제출된 배경은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봐야한다. 재단 이사장은 현 시장이다. 지역의 여러 청소년시설을 인재육성재단이 맡아서 운영하는 것을 정책적 검토를 통해 결정한 ‘통합 운영’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보는 이들은 ‘몰아주기’로 주장한다. 인재육성재단의 사업이나 활동을 청소년들을 지지하고 육성하는 사업으로 보지 않고,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본다. 어쩌면 ‘업보’다. 업보를 지고, 정면 돌파해서 시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것은 현 운영주체들의 운명이다.

반면 정치적 판단을 갖고 인재육성재단에 대해 ‘권력 집중화니, 선거본부니’하며 비판적 입장에 서있는 이들 역시, 정책적 올바름과 함께 정치적 올바름으로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기존에 동의한 정책을 번복하면서, ‘규제’의 칼을 들 때에는 시민적 이익, 공익에 부합하다는 명분과 논리를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정치적 판단’은 외면 받을 수 있다. 정치로만 몰아가서는 설득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청소년수련관 내 카페 운영을 두고 여러 잡음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잡음이 행여 사실이라고 하면, 권력 집중화와 견제 부족이라는 비판적 입장이 지지 받을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의당 김성현 위원장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인재육성재단 조례안이 졸속으로 통과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위 법령인 시행령이 마련되기 전에 조례안이 통과돼, 미처 담아내지 못한 내용이 있어 부실 조례 우려를 지적했다. 재단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위원회 설치 등이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에 나서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견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역시 보완해야 한다. 지적과 비판이 타당하면, 수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의회가 제출하고 있는 개정안이다. 6개월이 안 된 시점에서 보완이 아닌, ‘자기부정’에 이를 정도로 급격한 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조례안 심의를 어떻게 지켜봐야 할지 우려가 생긴다. 최소한 청소년 정책의 타당성을 다툴 수 있는 심의과정이 있을지 궁금하다. 공청회는 아니어도, 참고인 출석 등을 통해 관련 전문가들의 입장 개진의 장은 있을지. 앙상한 정치논리만 앞세워, 청소년 정책이 다뤄지는 것은 아닐지.

기회에 첨언하자. 누군가는 작금의 상황을 두고 ‘도끼니 개끼니’라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광명시인재육성재단이 등장할 당시, 시가 청소년 시설 통합 운영 등 청소년 정책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방안에 대해 전문가 의견이나, 지역 내 청소년분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적극적으로 밟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기존에 청소년 시설을 운영했던 이들의 말 못할 사정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재단 출연 자체가 정치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개정안이 제출된 것은 이러한 시각에, 또 다시 정치적 시각이 더해진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왕에 ‘보완’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면,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청소년들의 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 즉 청소년 정책의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토론을 하던 심의를 하던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하나의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을 제대로 구현하는 민주적 과정이었으면 한다. 앙상한 정치논리는 내려놓고 정책으로 경쟁해야 하지 않을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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