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신, 어디에서 '해답'을 찾을 것인가?
교육혁신, 어디에서 '해답'을 찾을 것인가?
  • 양영희(하중초 교사)
  • 승인 2015.08.19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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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교사의 전문성, 어떻게 만들어지나(국제교원노조연맹 보고서/김석규 옮김/살림터)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교사의 시각으로 쓴 책이나 보고서를 만나긴 힘들다. 기껏해야 에세이나 사례집 외엔 교사의 목소리를 이렇게 잘 담아 담백하게 내놓은 자료는 처음이었다. 이 책은 교사의 주장만을 강조한 것도 아니고 특정 나라의 상황만을 드러낸 것도 아니어서 더 의미가 있어보인다.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갖가지 주장과 학문적 접근이 난무한 가운데 전 세계의 교사들은 심한 압박 속에 자신들의 정체성 찾기에 몰두해야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현장 교사들을 중심에 두고 진실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교사들은 다만 지시하고 통제하는 대상으로만 여겨졌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교육과정이 변할 때마다 교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강제 연수를 받고 바뀐 교과서를 들고 아이들을 만나야했다. 정치적 입김이 교육에 강하게 드러난 나라일수록 교사 전문성은 찾기 힘들다는 것을 이 자료는 보여준다. 그러나 교사들이 가장 최적의 조건일 때 그들의 전문성이 발휘된다는 증명들과 발언들도 보여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율성과 동료성, 신뢰가 기본 자산이었다.

이 책은 교육운동을 사명으로 농촌에서 희망 찾기를 하고 있는 동료교사 김석규가 2011~2013년 사이에 국제교원연맹이 발표했던 원고 세편의 논문을 번역한 것이다. 이는 미국교육부와 양대 노조가 주도하여 OECD 국가들의 교육부관료와 교원노조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개최한 학술회의 ‘교사에 관한 회의’의 학술회의 자료로 교사 전문성 정책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세편의 논문은 교사와 교원노조 간부들을 인터뷰한 연구결과와 설문 등을 토대로 작업했으며 ‘교사의 자기 효능감, 목소리, 지도력, 교사라는 전문 직업의 미래, 교원평가의 활용과 오용’등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논문은 교원들이 사회와 정책 담당자로부터 점점 더 많은 압력을 받고 있으며 교육정책은 갈수록 중앙집권화, 세계화 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교사 지도력은 그 본성이 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교사에게 자기 효능감을 증대시키고 자신들의 효율을 스스로 높일 수 있는 활동 주체를 만들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노조가 자신들의 근로환경에 매몰돼 교수학습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평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준 나라들에는 강력한 교원노조가 있다. 핀란드, 한국, 일본, 캐나다, 호주가 그들이기에 이 두 가지 개선 노력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교사들은 ‘자기 효능감’에 대해 ‘학교 전체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아는 것, 내가 타인들과 협력을 통해 귀중하게 취급될 지도 조언과 제안을 구할 수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교사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있지만 아래 이집트의 사례처럼 현실은 달랐다. 그리고 교사들은 서로에게서 배우기를 열망한다.

어느 교사가 게임을 통해 수학을 가르쳤는데 그는 이유를 해명하도록 요구 받았고 처벌 받았는데 그 이유는 학생들이 반드시 의자에 앉은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어떤 혁신적인 시도조차 중단하였다.

또 교사들은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의 기회는 학교 밖에서 그리고 중앙 통제를 받는 세미나에 국한되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문성 개발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 것이 교사들에게 중요하다고 전적으로 동의했다. 영국에서는 코칭모델이 발달하면서 동료 간 멘토링, 코칭, 교실 상호 관찰 등이 도움이 되고 있다. 또 교사들이 교과과정 개발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했다. 교사들은 가르쳐야 할 내용에 영향력이 거의 없다. 그러나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결정적이라는 것에 완벽하게 동의하고 있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극명함을 느낀다.

또 학교에 대한 감사는 교사들을 불행하게 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었으며, 교사들은 학생의 학습 평가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 교사들은 지식 창조자로 스스로를 여기고 있으며 연결 짓기와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을 통해 전문 지식을 쌓은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식 창조에 있어서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과 크게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전문가로서 목소리 없음을 경험하고 있다. 정책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알고 경험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낀다.

많은 교사들이 대중매체가 교사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고, 정부와 학부모들의 신뢰와 존중에 영향을 미쳐서 자기 신뢰마저 위협한다는 느끼고 있었다. 이집트의 아래 사례는 극단적이다. 다음 내용은 이집트 교육부 장관의 발언이다.

‘내가 학부모로부터 불만 사항을 하나라도 듣는다면 나는 그 교사를 감옥에 집어넣을 것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간섭으로 교육제도는 변화되는데, 변화는 우리들 어느 것도 끝마치지 못하게 만드는 망각의 상태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 덴마크 교사의 이야기는 우리와 닮았다.

또 대부분의 교사들은 ‘문서, 교수학습 표준, 국가교육 기준, 교과과정, 교과서 개발에 우리 같은 보통 교사들을 포함시키는 것, 실제로 교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와 같은 일제고사 제도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환경일수록 중앙으로부터 오는 압력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었으며 미국의 낙오방지법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통제는 성적조작 같은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교사들을 꼭 필요한 교수학습과 아이들과의 친밀도를 유지하는 곳으로부터 유리시킨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교사들을 지치게 만들며 진짜 공부를 할 시간과 기회를 날려버린다.

그러나 협력하는 문화는 교사들로 하여금 전문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도록 교사들에게 자극을 준다. 핵심은 학생들의 배움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하고 교사들에게 지속적인을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 ‘우리는 학습자를 어떻게 돕고 있는가?’하는. 즉 교사들이 배워나가는데 협력이 중요하고 그것이 교사들의 자기 효능감과 관계가 있다. 호주, 연방정부의 평가계획을 거부하겠다는 노조의 위협에 학교장들이 지지를 보낸 것은 이런 맥락과 닿아있다. 즉 숫자로 표시된 시험점수가 아니라 학교의 전체그림을 그려 나가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교사라는 전문 직업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학습과 사회 문화와 경제적 발전에서 심장과 같은 위치에 있다. 그것은 사회적 가치 즉 민주주의, 평등, 관용과 문화에 대한 이해, 각 개인이 타고난 자유 존중을 전달하고 인식하게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직업이다’ -2011.교원노조 연맹 총회 결의문 중-

“20111년 OECD는 ‘교사들의 대탈출에 의한 학교 붕괴’를 경고했다. 영국은 교사채용에서 10자리 중 1자리만 채울 수 있을거란 예측을 내 놓았다. 2009년 영국 지방교육청 네곳의 세곳이 교사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호주는 교직을 맡아 근무한 지 얼마 되니 않은 5년 이내 교사들이 떠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네명의 교사 중 한명은 오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미국은 ‘바구니에 뚫린 구멍’과 같은 곳으로 교직원이 드나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교직을 떠나게 하는 핵심요인은 신뢰부족, 통제강화, 역할에 대한 과부하, 탈전문화, 학생의 일탈행동, 학부모들의 민원, 노동시간 연장, 특수한 요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해질녁 열리는 훈련은 하루 종일 노동으로 피곤한 상황에서 교사에게 지워지는 추가 부담이 되고 가사노동이나 가족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배움에 대한 절박함을 상실해 가는 교사는 경력 5년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간다.”

국제교원연맹은 ‘전문 직업에서 나타나는 소진 현상은 그 직업의 긍정적 요소를 키움으로써 줄일 수 있다. 학생과 만나는 교실에서의 활동을 핵심으로 하고 교실 수업에 대한 결정권한과 책임을 높이고 교수학습 활동과 내용 모두에 친취적이고 창의적인 기술을 적용할 권한과 자유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교사가 날마다 겪는 실망과 당황스러움에 대한 보상이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의 소진현상이 계속되어도 정책담당자들은 교사들이 ‘끝없이 더 분발하기만’을 재촉할 뿐이다.

“교직은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직업 중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40%의 교사들이 스트레스 수준이 높다고 답했으며 이는 모든 직업의 스트레스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호주 교사의 20%가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으며 거의 10%교사들은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는 일반 국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 교직원에 대한 극단적 형태의 폭력이 드라마처럼 다양해지고 증가 추세다. 소크라테스도 다루기 어려운 청년들이 늘고 있고 낮은 수준의 교실붕괴, 일상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규칙위반, 항상 통제해야 하는 학생들은 날마다 교실에서 사회적 불안과 소외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폭력을 통해 표현하고 있으며 현재의 사회적 환경에서는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너무 많은 시간을 컴퓨터 게임을 하며 보내면서 훌륭한 행동의 가장 기초적인 규칙조차 알지 못한 채 학교에 오게 된다. 일본의 아이들도 수업을 시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수업 시간 내내 계속 되었으며 학생들이 작은 집단을 이루어 계속 수업을 방해했다.”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높은 지수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청소년 자살, 우울로 이어지는데 이는 소외된 지역의 경우는 더 비참해서 일자리를 가져보지 못한 부모를 가진 아이들 사이에서 정신질환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민국은 ‘민주적 학교운영의 예를 찾기 힘든’ 초등학교 교장이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 교사 81%가 교장에 응모하지 않는 이유로 ‘직책이 주는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것처럼, 세계적으로는 관리직의 업무 수행이 괴로운 자리로 인식되는 현상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교장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고 그 지위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많은 나라의 교장들은 학교 예산을 구해 와야 하고 학생, 학부모 상담을 담당한다. 우리는 주어진 예산으로만 살고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모든 문제는 교사가 도맡는다.

“지도력이 수행해야 할 가장 뛰어난 임무는 문화를 키워주는 것이다. 그것은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에 직면하면서 쌓아온 규범, 가치, 전통 의식의 밑바닥에 있는 흐름이다. 그것은 무정형의 기대치와 가치의 묶음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핀란드에서 배우고자 하는 분위기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핀란드가 보여준 높은 성취도는 대부분 서구 교육제도와 반대되는 정책을 채택한 때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핀란드 교사들이 그들에게 적합하도록 학교 교육과정을 다시 짜고 있을 때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의 교사들은 학교 감사, 강제된 학습 표준, 경쟁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와 어린이들의 성취동기에 대해 논란을 일으키며 가장 많은 압력을 가한 두 나라, 영국과 미국이 꼴찌에서 1,2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새겨둘만 한 내용이다.

수십 년간 ‘학교 효과성’ 연구에서 교사가 중요하다는 발견을 한 후 ‘교사효과’로 연구초점이 이동했다. 교사가 중요하다는 판단은 ‘영국정부가 학생들 시험 성적에 따라 학교별 재정지원에 차이를 두는 것’과 같은 정책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교사별 성과급이 실시되었고 그 후 영국은 노동 강도와 학생들의 일탈행동 등이 가중되면서 교직을 선택하는 예비교사 수가 줄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 넓게 확장되었다. 그러나 PISA성적 최상위권 네 나라(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는 지역 전체에 적용되는 공식적인 교원 평가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교원평가 계획이 가치 있고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려면 교사들이 그 계획을 신뢰할 수 있고 공정하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볼머는 ‘학교 혼자서는 할 수 없다’에서 ‘ 학교를 둘러싼 마을의 문화를 손대지 않고서 학교의 제도를 바꾸는 것은 무익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는 아래의 표현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행복과 자아의식을 측정하는 것이다. 나라의 입장을 표현하는 진정한 측정치는 그 나라가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는가에 있다. 즉 그들의 건강과 안전, 물질적 보장, 교육의 사회화, 사랑받고 존중받음을 느끼는 것, 그리고 그들이 태어난 가족과 사회에 소속감을 갖는 것 등이다.”

“학습의 본질이 학교 바깥의 영향력에 따라 더 많이 결정된다. 해답은 교실에 있지 않고 학교 밖에, 그 나라의 사회적 구성에, 역사와 문화에, 학생들이 속해있는 가정과 공동체에 그리고 방과후 보충 학습에 있었다. 학교는 단지 아이들이 가지고 온 것 위에 축적하거나 도전한다. 그들이 가져온 것을 풍성하게 할 뿐이다. 어린이가 학교에서 보내는 900시간은 가정과 인터넷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능력 있는 교사라도 수업 밖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발생하게 할 수 없고 학교 밖의 지원을 끌어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어깨에 더 많은 부담이 늘어나고 있으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환경, 가족, 사회, 경제, 문화, 역사 등이 아니라 훌륭한 교수 활동을 보여줄 것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그리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변화를 감지하고 앞을 내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서는 ‘전환과 대화는 어디에서 만나는가? 학교에 미래가 있는가?’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교 안과 밖에서 ‘생각하기’를 배우고 미래를 위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대안이 되는 아이디어 교환, 대안이 되는 교수 방법 실험한 경험 나누기, 공통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기, 개인 문제 규명하고 해결하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력은 조사연구, 자격 연수, 전문 서적읽기, 강의와 워크솝, 전문성 개발, 멘토링과 동료수업관찰 등이 있음을 교사들은 답했다. 또 ‘성공을 위해 놀기, 어린이 대학, 숲학교, 칸 아카데미, 학교 밖 센터’등 어린이가 즐겨 참여하는 친구 집단이 클수록 행동이나 학습에서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잘못된 장소를 들여다보는 일은 중요한데 ‘더 많은 시험, 더 많이, 더 일찍 그리고 더 길게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이를 위해 압력을 가하는 것’의 폐해를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발생한 성적조작 사건은 건강상의 이상 신호 보내기였다고 분석했다. 학교에 체계적인 압력 탓에 나타난 것, 공포, 협박, 보복의 문화가 전체에 퍼졌다. 교사들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점수를 달성해야 했으며 해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연맹은 ‘교사는 때로 영리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함께 존재하기 위하여 존재하길 권한다. 경청과 공감, 팀워크, 상호간의 권한 위임과 서로에게 봉사하기 등을 통해 이미 와 있지만 흩어져 있는 우리의 미래를 알아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노조와 정부 사이의 대화가 이루어지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여러 사례들을 들어 ‘연결 짓기’의 필요성을 얘기한다.

제목과 표지만 보면 아주 딱딱한 노조 보고서라 착갈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한권의 책으로 세계 교육지도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통스런 교사들의 처지와 교육환경은 우리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사소한 일로 해고위기에 처하는 사례들을 보며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학문적 연구서로서도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 매우 풍부하여 좋았다.

특히 새로운 학교와 혁신학교 운동을 하는 교사들에게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교원평가나 아이들 일제고사가 그 어느 나라에서도 효과가 없었음을 확인한 것과 교사들의 전문성, 효능감이 결국은 신뢰와 자율을 기본으로 한 함께 배우기에 있다는 증언들도 고무적이다. 학교 평가나 감독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 지도 미국, 영국 사례들도 속이 시원해지는 이야기였다. 다른 힘으로 억압되는 일이 있을 때 본질은 휘어지고 왜곡됨을 보여주니 말이다.

또 미래의 학교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관료제로서의 유지, 혹은 교사 대 탈출 학교붕괴, 학교와 다른 공동체, 전문가들, 평생교육기관들과의 공유상태, 탈학교화 과정으로 학습자간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사회’로 전망한다. 이미 많은 곳에서 ‘화석화된 교육과정’에 도전하여 평생학습, 대안학교, 홈스쿨링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니 미래는 지금 생각을 새롭게 구조화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논문의 형태여서 어떤 주장도 없다. 그러나 담담한 보고서가 훨씬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고생하며 아이들 곁을 지키는 많은 동료들에 대한 애정도 함께 느꼈다. 어느 나라의 상식이 다른 나라에선 혁명일 수도 있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세계화란 글로벌 자본아래 같은 신음소리 내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우리는 옆반 교사와 만나고 학년과 만나며, 이웃학교, 지역과 관계를 넓히며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웃나라까지 연대해야 한다. 우리가 그럴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가로 막으며 평가와 일제고사와 잦은 교육과정 변경과 업무 과부화라는 장치를 촘촘히 들이밀어도 말이다. ‘감금되어 학습하기’를 권하는 경계와 울타리를 넘어서는 공동의 전망과 창조적 희망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교육 공동체와 아이들의 미소를 꿈꾸며 긴 시간 고생했을 동료 김석규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그는 나를 세계의 동료들과 연결시켜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교사로 살아온 나의 시간이 조금은 외롭지 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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