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살롱’에서 ‘논어와 협동조합’을 만났다.
금요일, ‘살롱’에서 ‘논어와 협동조합’을 만났다.
  • 강찬호
  • 승인 2015.11.2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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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의 인문학 ‘불금살롱’ 네 번째, 장수 논실마을학교 전 이사장 이남곡 선생...논어의 지혜를 배우다.

이남곡 선생은 스스로를 '인문운동가'로 소개했다. 협동조합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물질적 조건 확보와 정신적 가치의 성장을 함께 조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5년 11월20일(금) 저녁에 ‘살롱’에 들렀다. 예술을 논하고자 함도 아니고, 한잔 술을 즐기고자 함도 아니었다. 세상살이에 대한 어떤 지혜를 찾기 위해서였다. 결론적으로 지혜를 얻었다. 인간은 무지한 존재이고, 그래서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배움 역시도 배운 것인지 의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날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해 독자들과 나눠보고 싶다.

이날 살롱은 정확하게는 ‘불금살롱’이 문패였다. 광명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운영하고,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면 소하동 광명시일자리창조허브센터에서 문을 여는 살롱이었다. 문은 딱 네 번 열었고,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사회적 경제는 협동과 호혜의 경제를 지향한다. 이윤 추구를 우선하는 자본주의 무한 경쟁 시스템의 대안을 추구하는 경제가 사회적 경제이다. ‘불금살롱’은 사회적 경제를 ‘화두’로 왜, 우리가 그 길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 철학 등 사회적 모색을 위한 자리였다. 첫날은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 둘쨋날은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셋째날은 하승우 땡땡책협동조합 이사가 이야기 손님으로 방문했다. 이어 마지막 날은 이남곡 전 논실마을학교 이사장이 방문했다. 이남곡 선생의 이야기 주제는 ‘고전에서 배우는 협동의 지혜’였다.

이남곡 선생은 연세(1945년생)에도 불구하고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60세에 전북 장수로 귀촌해,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뒤늦게 공자 (논어)를 만났다. 학생 운동권 출신이고 사회운동가의 삶을 살았다. 이어 공동체에 들어가 오랜 시간을 살았다. 철학과 정신이 어떤 삶을 관통했음은 그의 삶의 궤적이 말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뒤늦게 논어를 접한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에 대한 도전이었다. 논어를 접하고, 논어를 설파하는 ‘인문운동가’의 삶을 살게 됐다고 해서, 그가 소위 ‘꼰대’ 인생을 시작했다는 것과는 의미가 완전히 달랐다. 그가 만난 논어는 이전에 가진 사회적 편견과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논어는 종교적이거나 사변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논어로 만난 공자는 과학적이었고, 구체적이었고, 현실적이었다. 논의의 가르침에서 찾아야 할 지혜가 강하게 다가 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장수 논실마을에서 귀촌(농)한 마을 주민들과 매주 논어를 공부하면서, 논어의 지혜를 익히게 되었고, 그 경험을 모아 ‘논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이라는 책을 썼다. 이남곡 선생은 ‘죽일 공자는 죽이고, 살릴 공자는 철저하게 살리자’며, 공자의 지혜를 배우자고 제안했다.

이남곡 선생은 이날 살롱에서는 시간의 제약이 있으므로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딱 세 가지만 당부하겠다며, 논어의 지혜를 협동조합과 어떻게 접목할지 소개했다. 이 선생은 우리 사회 협동조합의 ‘거품’이 꺼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시작하는 ‘아래로부터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고, 제도의 변화와 도입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주입되는 방식으로 시작된 경우여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보면서 우려를 가졌었고, 현재 그러한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봤다. 이제, 제대로 말할 때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줄탁동시(啐啄同時)’의 과정, 즉 병아리 부화과정에서 병아리가 스스로 밖으로 나오려고 껍질을 깨고자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듯, 협동조합도 스스로 서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남곡 선생은 공자로부터 성공하는 협동조합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원칙을 배우자며, ‘물질적 조건의 충족이 정신적 성숙으로 이어질 때만이 인간은 행복하고 진보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소개했다. 그는 협동조합은 정신적 가치만으로 될 수 없다며, 물질적 충족의 조건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언급했다. 협동조합이 돈을 버는 조건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운영의 어려움에 봉착하기 때문에 물질적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 조건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질만을 쫓다보면 그것은 협동조합이 될 수 없다며, 정신적 성숙을 통한 협동조합의 가치추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것이 공자가 말하는 ‘교(敎)’로, 중단 없는 배움을 통해 정신적 성장을 이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적 성장이 함께 이뤄지면 물질적 조건에 대한 만족의 수준이 달라지며,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즐거움과 재미 그리고 정신적 당당함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남곡 선생은 정신적 성장을 위한 배움의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자나 소크라테스 정도 되는 성인(聖人)들이 ‘무지(無知)’를 언급하고 있다며,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이들은 스스로가 알고 있다고 하는 ‘단정’적 태도를 버리고, 스스로의 무지를 자각하며 알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고 끝까지 찾아가는 노력을 주문했다.

이남곡 선생은 마지막으로 협동조합도 경쟁해야 하는데, 어떻게 ‘생산성’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했다. 그것은 주식회사 자본주의 방식과는 달랐다. 공자의 ‘충(忠)’ 과 ‘서(恕)’의 가르침을 인용했다. ‘서’는 사물, 현상, 사람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태도, 경지)이며, 이는 ‘용서’의 가르침처럼 협동조합 내 인간관계에서 구현돼야 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를 의미했다. ‘충’은 몰입을 통해 자신을 잃을 정도 즉, 몰아의 경지에 이르는 것으로 자신의 일에 몰입함으로서 얻는 즐거움과 태도 그리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생산성이 협동조합의 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곡 선생은 이러한 원칙을 통해 구현되는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라면, 그리고 이러한 경제가 중심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사람이 주인 되는 따뜻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협동조합을 ‘꿈의 경제’로 불러도 좋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에 참여하는 이들은 현대의 ‘의병’이라며, 격려했다.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은 (새로운 사회를 일궈가는) 아주 좋은 연습장이다’라며, ‘가랑비 옷 젖듯이 사회적 경제 일꾼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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