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멋진 인터뷰 두울
히딩크의 멋진 인터뷰 두울
  • 여울각시
  • 승인 2002.06.25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르투갈전이 끝나고>>스포츠 조선 인터뷰

1.예상 베스트가 달랐다. 이유는 무엇인가?
-음. 일단 원래는 공격을 주도할 만한 선수가 필요했다. 원래는 안정환과 황선홍 그리고 설기현을 공격
수와 수비수 멀티 플레이어로 기용하려고 의도 했다. 하지만 아침에 갑자기 황선홍의 컨디션이 급속도
로 안 좋아졌다. 어제 저녁 아주 약간 다리를 삐긋 하기는 했는데 그리 큰 부상은 아니라 생각했다. 하
지만 기침을 심하게 하고 감기증상을 보여 컨디션이 안 좋음을 파악했다. 그래서 부상이 거의 90%완쾌
된 박지성을 공격수와 수비수 모두에 투입시켰고 나의 작전은 맞아 떨어졌다.

2.포르투갈에 승리했다. 소감은 어떤가?
-물론 기쁘다. 아주 기쁘다. 하지만 나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강팀을 제압할 만한 특별
한 무언가가 있다. 일단은 선수들의 실력이다. 그리고 홈그라운드의 이점인 운도 약간은 따라주고 더구
나 12번째 선수인 레드 데빌의 응원이 큰 힘이 된 것이다. 이탈리아에게도 훌륭히 경기에 임하는 자세
를 보이겠다.

3.아직도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골 결정력의 부족은 이탈리아전에서 말끔히 씻어버리겠다. 아직 까지는 골 결정력이 큰 문제이지만 그
것은 우리 선수들이 위급할 상황 때 마다 잘 대처해나가고 있는 걸로 보인다. 이탈리아전에서는 노장들
의 노련한 슛 팅이 필요하다.

4.오늘 저녁은 한국의 공휴일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음. 오늘은 와인 한잔을 곁들여도 될 듯싶다. 한국 국민이 좋아한다니 나도 기쁘다. 더욱 기쁜일로 가
득한 6월을 만들어주겠다.

5.우리 선수들의 정신이 헤이해 질 수도 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나 시합이 끝나면 황선홍과 홍명보가 로비로 선수들을 모두 불러낸
다. 그리고 시키지 않아도 경기를 분석하고 서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협력한다. 우리 선수들은 그야말
로 정신력마저도 세계최강이다. 두 선수에게 항상 나는 고맙다. 그리고 든든하다.

6.경기 종료 후, 피구를 다독거렸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피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최강이다. 나는 우리 팀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축구를 사랑한다. 그러므
로 이번 경기에 져서 16강 티켓을 빼앗겼다고 해도 더욱 힘을 내어 훌륭한 선수가 되기를 바랬기에 그
를 다독거린 것이다. 그는 분명히 이번 경기를 계기로 더욱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이다.


7.승리에 따라 보상이 올라간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나는 돈을 받고 한국에 오기는 했지만, 솔직히 맨 처음에는 돈에 대해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하
지만 지금은 아니다. 전혀 상관이 없다. 만약 정부에서 돈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위대한 한국선수
를 만나 또한 4천만 국민이 열광하는 정열적인 나라 한국의 감독이었던 것만으로도 내 생애 얼마 안 남
을 날들 중 최고의 날이 되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또한 선수들도 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다만 병
역 문제와 월드컵을 계기로 더 좋은 팀에 가서 좀 더 좋은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들은 충
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선수들 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8.초기에 선수들을 만났을 때는 어떠했는가?
-우리도 물론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내가 온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선수들은 나에게나 아니면 바
뀐 상황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나이 별로 대화를 따로 한다는 것은 선수들에게도 큰 부
담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선수들을 위해 나이를 섞고, 방배정도 다르게 했다. 원래는 이런 순이
었다. 황선홍-홍명보, 김도훈-유상철, 이운재-김병지를 제일 윗방으로 하고 나머지는 비슷한 나이들 끼
리 모여서 잤다. 그러나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이 많은 선수들끼리는 각방이 있는 침실을,
나머지 선수들은 한 방에서 이불을 피고 같이 잤었다. 일단은 국민들은 선수들의 저조한 성적에 별 기
대와 관심을 가지는 듯 하지 않았다. 나는 당장 그 날에 방 배정을 다르게 했다. 처음에는 선수들 모
두 어수선해 보였다. 더구나 나이 어린 선수들은 저녁마다 선배가 옆에 있어서, 조용히 자거나 몸을
안 움직이기 하기 위해서 그 다음날 아침이면 눈이 퉁퉁 부어서 내려오곤 했다. 항상 선배선수는 먼저
씻고 먼저 잠드는데 반면 후배 선수는 선배선수가 잠자기 전까지는 잘 수 도 없었다. 나는 여러 게임
을 통해 선수들의 친목을 다졌다. 그들은 곧 친해졌고 말도 트이게 되었다. 원래는 “예, 안녕히 주무
셨어요?”에서 “형, 상쾌한 아침이야!” 로 바뀌면서 서로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다음은 체력훈련이
었다. 우리 선수들은 체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키가 큰 몇몇 선수들도 숨을 곧 끊어질 듯 몰아쉬었
을 때만 겨우 90분을 뛸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45분이 최고조였다. 나는 헬스클럽과 운동장을 번갈
아 사용하며 체력을 강하게 했다. 물론 잘 따라오는 어린 선수들에 비해 그 외 선수들은 힘들어했다.
그래서 홍명보는 엔트리 탈락위기 까지 갔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은 잘 참아내 주었고 그
것이 16강도 가능케 만들었다. 나는 우리 선수가 모두 자랑스럽다.

9.연습도중 선수들의 불화가 있었는가?
-오-안돼. 그건 말 할 수 없다. 하하. 곧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았으니까.. 하하. 음. 불화 중에서도 여
러 가지가 있었지만 한 가지를 얘기하자면. 서로의 오해에서 시작 된게 하나 있었다. 점점 친해지면서
천수와 선홍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친한 형 동생 사이게 된지 얼마 안 된 날이었다. 그 날 마침, 황선
홍의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을 때였다. 날씨도 덥고 아무튼 황선홍은 내내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 홍
명보가 물어도 대답도 하지 않고 기분이 많이 안 좋 길래 나도 그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
금 피곤했는지 늦게 일어난 천수에게 그 불똥이 튀었다. 그가 늦게 일어나 훈련장에 오자, 선홍은 그에
게 고함을 질렀다. 분위기가 이상한 걸 느낀 선수들은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천수도 선홍에게 갑
자기 혼난 터라 긴장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그 때 선홍이 찬 공을 미처 보지 못하고 천수가 얼굴에 심
하게 맞았다. 선홍은 가서 천수에게 일어나라고 했다. 그런데 천수는 생각 외로 조금 심하게 맞았는지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선홍이 그를 일으켜 세우더니 주먹으로 머리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한
국말이라 알아듣지 못했는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 조심해라! 정신팔고 잊지 말라고!” 나는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알고 어서 가서 저지했다. 일단
천수를 잔디밭에 멀리 앉혀놓고 선홍을 끌고 호텔로 들어갔다. 나는 그에게 오히려 화를 냈다. 왜 어린
선수를 그렇게 하냐고. 그랬더니 선홍은 고개를 숙이고서 계속
“I`am sorry, sorry."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어쨌든 선홍은 계속 기분이 안 좋았다. 나는 선홍을 들
어가서 쉬게 하고 다시 천수에게 갔다. 그는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나에게 선홍의 상태를 물었다. 나
는 ”All right. Don`t worry."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아무 일 없었던 듯 훈련을 시작하게 하고 다시
명보에게 갔다. 왜 그런지 알아보라고 호텔로 들여보냈다. 참 바쁜 하루였다. 아. 그래서 결말이 어떻
게 되었냐면.. 음.. 오..생각이..안 난다.
하하.. 난 원래 나쁜 일은 일찍 잊어버리는데.. 오.. 이런. 잊어버린 것 같은데?..

10.결승에 진출한다면 월드컵이 끝나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월드컵에 결승에 진출한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는다. 정말 훌륭한 선수인 한국선수들과 특별한 추
억을 만들고 싶다. 더구나 이번을 계기로 은퇴를 결정한 황선홍에게도 그가 훌륭한 선수였던 만큼 이
번 월드컵을 끝으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나는 그래서 한 1달 정도 선수들과 여행을 떠나
고 싶다. 어디라도 좋다. 정말 편하게 정말 기쁜 맘으로 선수들이 다 동참 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모른다. 나는 눈물을 많이 흘리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 선수들이 은퇴하는 선수를 보내면서 눈물
을 흘리던가 아니면 은퇴하는 선수가 눈물을 흘리던가 하면 나도 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생
각한다. 너무 거셌던 나에게도 힘든 부분이 있었고, 같이 밤새워 울지도 모르겠다. 내 눈도 지금 뻑뻑
한게 눈물이 나와 촉촉해졌으면 한다. 나는 여행을 가고 싶다. 사랑하는 내 선수들과 함께...

11.어느 문제나 황선홍이 빠지 는게 없다.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모든 선수들에게 애착이 있다. 그러나 황선홍 에게 조금 더 애착이 가는 게 사실이다. 그는 팀
의 베스트로써 항상 혼자 아픔을 뒤집어썼다. 언제나 비난의 대상은 나 아니면 그 였다. 우리는 서로
의 슬픔을 잘 알고 있었고 그 또한 그랬다. 내가 알기로 그의 가족사는 좋지 못하다. 어렸을 때 어머니
가 떠났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마저도 A매치 중에 돌아가셨다. 그는 그리움에 차 있었다. 그래서 공을 찼
다고 한다. 응원 나올 어머니, 아버지가 있었으면 그에게 좀 더 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에
0:5 대패 하던 날. 그는 내 숙소에 찾아 밤을 새워 울었다. 나는 당황했지만 잘 다독거려주었다. 그는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 같았다. 그런데 은퇴라는 것을 결정하다니. 나는 그가 안타까웠다. 조금 더 일
찍 좋은 팀에서 체력과 개인 스피드를 연습했다면 그 누구보다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나
는 황선홍도 사랑하지만 모든 선수들을 다 사랑한다.

12.당신의 황태자들은 어떤가?
-유럽은 축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무지막지 하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정말 잘 하는 선수가
아니면 한 번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축구선수들의 부모는 다 노동을 했다. 김병지의
경우는 아예 고아 출생이었고 황선홍도 불운했고 다들 힘들었다. 나는 한 번 그들의 모든 가족을 불러
서 황태자들의 칭찬을 해주고 싶다. 특히 김남일, 박지성, 이천수, 차두리 등은 나에게 있어 가장 큰
힘이 되는 귀염둥이 이다. 분위기 메이커이다. 나는 이들을 참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사랑한다.

12. 이탈리아 전도 승승장구, 승리의 여신이 항상 함께 할 것을 빈다.
-고맙다. 정말 열심히 하겠다. 한국이 세계최강이라는 것을 이제는 보여줄 때가 왔다. 우리는 잘 해왔
다. 모든 것은 그 때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막 세상을 놀라게 했고 앞으로 훨씬 더 세상을 놀라
게 할 수가 있다. God bless KOREA! Fightin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