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도 천박한 사람
늙어서도 천박한 사람
  • 이재길
  • 승인 2003.04.11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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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도 천박한 사람

아침에 일 때문에 차를 몰고 나갔는데,
마침 지나려는 골목길에 정화조 차가 막고 있어서
근처에 있는 빌라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5분도 안되어,
어떤 사람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차를 빼달라고 말이지요.

차 빼달라하면 빼주어야하는 건 당연한 거고,
오히려 제가 미안한 처지 아닙니까?
그런데 전화내용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전화를 받자 말자 쏟아지는 거친 육두문자...... .
이내 미안한 마음마저 사라지고, 저도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거
있죠. 그래도 미안한 것은 미안한 것이니까
마음 가다듬고 갔지요.

허허, 그런데요. 차를 빼려고 와보니
70세는 족히 되어보이는 노인이 마치 때릴 기세로
다짜고짜 저를 함부로 대하는 거였습니다.
제가 성질이 참 많이 죽었어요.
불혹이 내일이니 나이값 좀 하는 거죠.

성경 잠언에
"다투는 시작은 방축에서 물이 새는 것 같은즉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시비를 그칠 것이니라." 했잖아요.

웃으면서 나이드신 분이 점잖지 못하게 욕하냐고 하면서,
차를 뺐어요. 물론 그 노인은 계속 삿대질하고 있었구요.

그런데요.그 노인이요손녀가 나오니까
정말 자상한 할아버지처럼 변하는 거 있죠.

사람은 두 얼굴을 지니고 사나봅니다.
모르는 사람에겐 어떤 손해도 당하지 않겠다는 동물적 본능과
아는 사람에겐 간이라도 빼줄 것 같은 그런 얼굴 말이지요.
이런 마음은 세월이 아무리 가도
고쳐지지 않는 난공불락 같은 요새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통과 보수에 얽매여서 그 자체가 주는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풍조가 하나의 거대한 세력이 되어 있잖아요.
이 세력을 변화시키는 일은 얼마나 어렵고 긴 세월을 필요로 하는지 모
릅니다.

인생도 나이만 먹었다고 다 공경받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나이를 먹어도 제대로 잘 먹어야합니다. 변화와 자기 개혁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우지 못하고 나이만 먹어버린 사람의 말년은
암 말기 환자처럼 고치기 어렵고 불쌍한 것입니다.

광명에 오래도록 자리잡은 기득권 세력들은 위의 노인처럼,
자기 땅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합니다.
노인처럼 자기 딸에겐 자상하고, 타인에게 안하무인입니다.

광명시민과 광명시민 신문은 나에게도 엄격하게하여,
세월의 버거움을 잘 감당하는 아름다움을 지닌 채
나이먹어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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