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안치환의 우리시대 콘서트'를 보고
'양희은, 안치환의 우리시대 콘서트'를 보고
  • 이재길
  • 승인 2003.05.10 1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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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 안치환의 우리시대 콘서트'를 보고

오리문화제' 행사 개막 공연으로 치뤄진콘서트에 대한 감상

2003. 5. 9.이재길 기자, 사진:광명시포토뱅크제공  

   

@ 장대비가 쏱아졌는데도 시민회관 대강당은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다.

 

장대비가 쏟아진 지난 5월 7일 저녁 7시 광명시민회관 대강당에선 근래 보기 드문 열광적인 콘서트가 열렸다.

광명시의 '오리문화제' 행사 개막 공연으로 치뤄진 이날 콘서트에는 대공연장 객석을 가득 채운 청중들로 인해 분위기가 처음부터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공연장 안의 계단 그리고 출입구의 공간까지 청중들이 발디딜 틈 없이 서서 처음부터 마지막 시간까지 공연을 즐겼다.

이날은 장마비만큼이나 억수로 비가 내려 공연관계자들의 마음을 졸였는데, 주관을 맡은 광명문화원이 우려한 청중의 감소는 한낫 기우에 불과했다. 이는 광명에도 문화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다는 확증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초대된 사람이 누구냐는 내용이 중요하다.

광명 7동에 산다는 진00 씨(43세)는 양희은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과 그 여가수의 생목소리로 노래를 듣는 게 너무 좋아 비가 오든 말든 게의치 않고 만사 제쳐두고 참석했다고 했다.

하안동 아파트에 사는 김00 씨(여, 30세)는 안치환을 '오빠'라고 부르며, 열렬한 팬이라고 말하면서 비가 안왔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왔을 거라며 아쉬워했다.

7시부터 식전 행사가 진행되기 전 여성회관 기타반은 그간 갈고 닦은 기타 연주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해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식전 행사 후 광명 오페라단의 멤버들이 차례로 나와 곡을 들려주었는데, 김원호, 장신권이 부른 '향수'를 듣고, 청중들은 비가 내리는 날씨와 함께 더욱 무엇인가가 그리운 듯 열광적으로 반응을 보였다. 청중들의 다수가 30-40대의 중년층이었기에 더 그러했을 터다.

 

@ 노래인생 30년, 통키타를 둘러메고 나온 양희은씨

 

대공연장을 누르는 양희은의 무게

그래도 청중들의 관심은 양희은에게 있었다. 일찍 5시10분에 일산을 떠나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하고 고민했다는 양희은씨가 7시 20분 넘어 도착했다. 급하게 도착했서인지 다소 송구한 마음으로 무대에 선 느낌이 들었다.
'내 나이 마흔살에는' 노래를 먼저 선창한 후, 기타를 둘러멘 양희은이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며 청중들이 다함께 부르기를 유도하자 광명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손을 들고 좌우로 흔들면서 '행복의 나라'를 향한 노를 열심히 저어갔다. 그 나라를 가기 위하여는 얼마나 많은 장애가 있겠는가. 청중들은 스스로들 양희은이 부르는 '상록수'가 되고자 하는 숙연함 마음, 젖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함께 불렀다.

아, 어떻게 보러온 사람인데, 3곡만 듣고 보내겠는가. 쏟아지는 '앵콜'에 무대 뒤로 사라졌던 양희은이 기타 둘러메고 다시 나온다. 떠난 애인이 다시 품에 돌아오는 감격이 이런 걸까. 청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양희은이 모를리 있겠는가! 노래 인생 30년인데.

하여, '아침이슬'이 울려 퍼진다. 이심전심, 청중들도 그럴줄 다 알았다는 듯, 이번에는 같이 부르자는 말이 없어도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다. 정말 긴밤이라도 지세울 심정으로 묘지 위에 붉게 타는 태양처럼 붉게, 뜨겁게 온힘 다해 다 같이 노래한다.

그래도 안다. 이슬은 해가 뜨기 전가지만 영롱하다는 걸. 보내고 싶지 않아도 초청료 때문에라도, 아니 뒤에 계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앵콜'할 수가 없다는 것을.

'혜화동 푸른섬'이 나와서 주연 사이에 낀 무명의 설움을 유모어로 이겨내고, 열심히 노래 부른다. 조연없이 주연있다던가. 조연이 더 아름다운 것은 프로가 갖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고, 신선함이 앞으로의 가능성을 말해주어서인가.
맴버 중에 여자 가수 손현숙은 철산 2동에 산다고 한다. 광명사람이다. 그래서 더 반갑다. 잘되어야지. 훌륭한 가수가 되라.

 

@ 안치환, 그의 관심은 여전히 '평화'다. '반전', '통일' 이다.

 

반전, 평화로 적셔진 무대

드디어 안치환이 무대 위로 오른다. 기타를 앞으로 둘러멘 양희은과 달리 그는 무얼 잡으려고, 누구와 전쟁하려고 무사처럼 등 뒤에 메었는가?

그의 관심은 여전히 '평화'다. '반전', '통일'이다. 신곡 '철조망에서'를 부르며 온몸으로 부르짖는다. '철조망을 걷어라'고. 비단 철조망이 휴전선에만 있겠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날카롭게 쳐진 철조망이 걷히고, 만물이 하나가 되는 통일된 세상이 와야하지 않겠는가.

누구랄 것도 없이 청중들이 일어선다. 모두가 철조망을 걷어버릴 태세다. 이렇게 우리가 남북 문제에 하나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래는 정말 힘이 있다. 사람을 묶는 힘이 있다. 거기에 안치환이 던지는 피터지는 고음이 청중들의 영혼을 무대 가운데로 모아서 묶어버린다.

한 잔 물 마시고, '내가 만일'을 부른다. 그래 누구인들 한번 쯤 꿈꾸지 않았겠는가.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
무두가 동심의 원을 그린다. 두손 높이 들고 대공연장을 넘어, 빗속을 뚫고 멀리 멀리 꿈의 나래를 편다.

우리 시민들의 열광스런 반응을 안치환도 아는가. 그의 노래, '위하여'처럼, 광명시민들을 위하여, 무려 30분 가량을 앵콜 송과 후렴구로 반복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하는 그 모습,
누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으랴. 그래 같이 가자. 광활한 만주벌판까지, 우리가 어찌 주저하랴!

시간이 간다. 누가 붙들어 줄 수 없는가. 옆에 앉은 아줌마도 마침내 그 무건운 엉덩이를 뗀다. 일어선다. 잠자던 민중들이 이처럼 일어서야하는데. 그래서 아전투구만 일삼는 정치인들을 혼내키고 '제정신 차려라', '똑바로 해라' 지엄하게 항변해야하는데.

'시간아 멈추어라'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안치환이 그 답을 부른다.
"스탑 더 워"(Stop the War), 청중들이 따라한다. "노 워"(No War). 우리들 이렇게 흥겨운 시간에 약이 없어 울부짖는 이라크와 지구촌 곳곳의 국지전에 희생되는 어린이들. 신체가 일부 사라져 처절하게 우는 이라크인들. 시간아! 가라! 그들에겐 시간이 약이지 않느냐. 우리 즐거움이 덜해도 좋다. 그들의 아픔이 제발이지 멈추고 그들 나라에도 안치환 같은 이들의 가수가 사라질 날이 오길 바란다. 그런 평화의 세상이 돌아오길 바란다.

다시 들을 날을 기다리며

안치환이 사라졌는데, 청중들 혼이 나갔나 보다. 안간다. 멍하니 앉아있다. 예술의 힘, 노래가 주는 중독증에 걸린걸까.
시민들은 생각한다. 그의 반전, 통일, 평화의 노래말들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는 때가 어서 오고, 그가 다른 노랫말로 다시 우리 앞에 서기를... .

대공연장을 나서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광명시민신문 이재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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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2003-05-10 10:30:10
자료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