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통신> 어제 하루는 뻗어 있었습니다.
이라크통신> 어제 하루는 뻗어 있었습니다.
  • 박기범작가
  • 승인 2003.04.1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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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는 뻗어 있었습니다.

어제 하루는 뻗어 있었습니다. 아픈 건 아니었어요.

오전에 요르단에 있는 대사관에 가서 한국이라크 반전평화팀과 반전평화 민주노총 대표단이 함께 성명을 읽었어요. 한국 정부에 파병 결정을 되돌리라는 성명. 이 전쟁의 공범이 되지 말라는, 공병이든 의무병이든 군을 파병하는 것은 침략 전쟁에 동조하는 것, 결국 이곳이 우리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과 다름 아닌 것. 우리를 죽이지 말라고, 우리 군을 보내지 말라고....그리고 이라크의 현재가 바로 한반도의 미래가 될 수 있음 또한 똑똑히 보아달라고.

기자들 앞에서 성명문을 읽은 뒤, 팀원 몇 사람과 함께 항공사를 돌아다녔어요.
개전 이후 암만 공항의 비행기가 계속 뜨지 않고 있어서 귀국을 준비하는 팀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아보아야 했고, 게다가 나하고 함께 들어온 3진의 비행기표는 그것을 사면서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한 달이 되는 날 되돌아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리 저리 알아보아, 날짜가 늦추어지고 있는 비행기는 항로는 조금 달리해서라도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표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3진 같은 경우는 왕복표를 끊을 때 한 달 뒤 돌아오는 것으로 끊은 거라, 지금 안 가면 표를 버리게 되는 건지 그러면 새로 돈을 내고 다시 사야 하는 건지 좀 걱정이었어요. 그에 따라 내 계획도 달리해야 했으니까요.

어떻게 하나, 못해도 백만 원이 넘을 터인데 그게 휴지가 되면 어떡하나? 만약 꼭 그래야 한다면 이 표를 썩히지 말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다시 올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나는 어차피 몇 달을 더 내다 보고 있는데 국경이 막혀 이라크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 시점에서 일단락 매듭을 짓고, 다시 준비할 것 준비하고 추스릴 것 추스려 다시 들어올까..... 하며 말이지요.

휴우, 그런데 이게 운이 좋은 건가? 내가 가진 표는 오늘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연기가 되지 않는 표인데, 공항에서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으니 제대로 다닐 수 있는 때까지 연기를 해주겠다고 했어요. 일단 5월 말까지는 아무 때나.

비행기표에 대한 일을 처리해 놓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그 때부터 아무 데서나 꾸벅꾸벅 졸게 되는게, 방으로 돌아와서는 그대로 쓰러져 잠을 잤습니다. 팀원들이 깨워주어도 일어나지 못하고, 저녁, 밤이 되도록 그렇게 잠을 잤어요.

그래 자고 났더니 오늘은 다시 기운이 많이 생겼습니다. 몇 시간 뒤면 다시 암만 시내 집회에 나갑니다.

** 아참, 진보넷 메일 서비스가 사흘째 안 열리고 있어요. 무슨 서버 공사를 한다는 안내만 자꾸 뜨고 들어갈 수가 없어요. 여기 요르단 암만에서는 한미르 사용이 가능하니, 앞으로 메일은 이리 받아볼게요.

** 이곳에서 한 이틀은 cnn만 보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방송으로 치는 장난 아주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숙소 관리인에게 알 자지르 방송 채널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부터 이 방송을 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너무 끔찍해서 아주 볼 수가 없어요. 인터넷 싸이트도 있는데, 어제 제가 본 텔레비전 화면 사진이 그대로 올라 있습니다.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어요. 어쩌면 이 아이의 이름은 모하메드, 알리, 하산, 까라르.....

** 어제 밤 오늘 아침 사이에 네 분이 귀국 비행기를 탔고, 이제 요르단 암만 캠프에는 모두 여섯, 바그다드에 세 사람입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힘 내세요. 보고 싶어요.


2003년 03월 23일 일요일
박기범(이라크반전평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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