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변] 울진 우체국
[죽변] 울진 우체국
  • 박기범
  • 승인 2003.05.3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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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 울진 우체국

울진 우체국이에요. 이 우체국에는 컴퓨터가 다섯 대 있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좋지요?
좀 전에 울진 농협에 가서 통장을 만들어 구좌를 열었어요.
실은 이 좋은 우체국 통장을 열고 싶었지만,
우체국은 이상하게도 한 사람이 둘 이상의 통장은 가질 수 있어도
현금 카드는 하나 이상 만들 수 없거든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농협에 가서 만들었어요.

아참, 명의는 그 때 이야기한 대로 <박기범이라크통신>으로 하려고 했는데,
법인이 아니면 모임 이름으로 할 수가 없다네요.
해서 민망하게도 박기범 해 놓고 그 뒤에 괄호 열어 박기범이라크통신이라 했습니다.

구좌번호 불러드릴게요. 운영자님들이 다시 공지해 주세요.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들은 서울에 올라가서 전해드릴게요.

농협 755018-51-092845 박기범(박기범이라크통신)




농협에 가서 이거 하는데요, 처음에는 모 모임이름으로 해도 되나요 어쩌구 그런 거 묻다가, 법인이 아니라 안 되니까 본인 이름 뒤에 괄호를 열고 쓰라고 해서 그래 썼어요. 그랬더니, 농협 아줌마 왈
-이게 몬데예, 박, 기, 범, 이라크 통신? 이래하면 되는기라?
-(나는 좀 쑥스럽게)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이게 모하는 그라예?
말하기가 쫌 멋적어 우물우물 얘기해드렸지요. 성금을 모으는 통장이라고.
-이라크에 머 관심이 있는겨?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제가 거기 있다 나왔단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아저씨가예? 근데 나는 테레비에서 아저씬 한 번도 몬봤는데예.
-아니에요. 나도 많이 나왔다고 그랬어요.
-에에이, 거 모 으뜬 여자 하나만 나오대. 내는 아저씬 몬 봤다.
.
.
.
-근데 아저씨, 거기 몬다고 갔는데예?
-(나는 계속 우물쭈물) 저기, 전쟁이 안 났으면 해서요....
-에이, 그기 말이 되나? 거 나라 보믄 순 나쁜 놈들이든데. 후쎄인 같은 거는 얼른 잡아삐려야쟤.
-아니, 그래도 아무 죄도 없이 사람들이 죽잖아요.
-그래도, 그른 나라에서 어떻게 사노? 나라가 좋아질라믄 얼마만큼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기라.
-그래도 저기 저 애같은 어린 애들도 죽고 그러는데.....
-그래, 그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으짜겠나? 그만한 희생은 으쩔 수 없지...


그냥 그랬다고요.
통장 만들고 왔습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 것을 자꾸만 미루고 그랬어요.
이것 말고도 어서 제안서를 써서 창근씨에게 보내야 하는데,
사진 파일 압축해 놓은 것도 보내야 하는데.....

다들 힘 내요.
미안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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